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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원자력과 원자폭탄… 무엇이 다를까




 

원자력이란 단어에서 여전히 부담을 느낀다면 그건 아마 원자력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원자력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미국의 스리마일 섬이나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자폭탄에 기인한 것이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북한 핵 문제로 수차례나 깜짝깜짝 핵 위기를 겪어온 나라다.




 

원자력, 즉 ‘Nuclear Power’는 물을 이용한 수력(水力),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火力)처럼 핵연료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할 때의 에너지원을 말한다. 반면 원자폭탄 ‘Nuclear Bomb’은 핵을 이용한 폭탄을 의미한다.

하지만 두 얼굴을 가진 핵은 얼마든지 평화적 사용이 가능하고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청정 에너지원으로서의 무한한 잠재력을 분명 갖고 있다. 핵의 두 얼굴, 일단 같은 줄기부터 더듬어보자.

지금까지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진 것은 우라늄235(U235)와 플루토늄239(Pu239)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235’, ‘239’란 숫자는 중성자(Neutron) 숫자가 2백35개, 2백39개란 의미. 중성자는 양성자와 함께 핵을 구성하는 요소로 폭발의 주범이다.

천연 상태의 우라늄 가운데 우라늄235가 차지하는 비중은 0.7퍼센트에 불과하다. 플루토늄239는 천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물질.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킨 다음 발생하는 부산물로, 폐연료봉 재처리 과정을 통해 추출된다.
 

핵분열 물질은 원자핵에 중성자 한 개를 충돌시키면 2.5개의 중성자가 생성되고, 이들 중성자들이 각기 원자핵과 충돌해 연쇄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바로 여기서부터 원자력과 핵무기가 갈라선다. 중성자의 충돌로 발생하는 힘을 사용한다는 출발점은 같지만 힘의 크기와 속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린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홍보문화실 심기보 문화팀장은 “원자로에 사용되는 핵은 ‘핵연료’로, 핵무기에 사용되는 핵은 ‘핵물질’로 불린다”며 명칭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원자력과 핵무기는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일단 사용되는 핵의 농도가 다르다. 원자력발전은 연료를 서서히 제어 가능한 수준으로 연소시켜야 하므로 핵연료에는 우라늄235가 2~5퍼센트 농축돼 사용된다. 반면 원자폭탄은 우라늄235를 95퍼센트 이상 농축해 사용하며, 이로 인해 폭발적으로 핵분열을 확산시킨다. 플루토늄239의 경우 원자로에 사용할 때는 4~9퍼센트, 핵무기로 사용될 때는 95퍼센트 이상 농축된다.




 

다음은 속도가 다르다. 원자력발전의 연료는 우라늄235가 낮은 농도로 포함돼 있어 핵분열에 의해 생성된 중성자들이 일정한 에너지를 발생시킬 만큼만 제어해 ‘필요한 만큼’ 안전하게 뽑아 활용한다. 한마디로 인위적인 제어가 가능하다. 원자로 안의 핵분열 조절용 제어봉이 분열반응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거나 또는 중지할 수 있게 해 원자로는 절대 폭발할 수 없다. 반면 핵폭탄은 고농축 우라늄을 다량 사용해 자연적인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다. 순간적 대폭발이 일어나 인위적 제어가 불가능하다.

또 핵무기가 ‘불꽃놀이’ 규모를 벗어나 제대로 ‘폭탄 규모’의 핵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선 일정량 이상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 알려지기론 대략 5~20킬로그램이 하한선이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우라늄235 60킬로그램이었으며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탄은 플로토늄239 8킬로그램으로 제작됐다.

핵무기는 이렇게 많은 양의 핵물질을 대상으로 동시에 핵분열을 촉발시켜야 하므로 고성능 폭약을 포함한 기폭장치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원자로와 핵무기의 차이는 마치 저순도의 맥주와 고순도의 공업용 알코올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낮은 도수의 알코올일지라도 이를 마시고 운전하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듯 원자력과 핵무기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와 감시를 받는다. 1968년 IAEA가 주도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현재 핵물질 농축시설을 보유하는 것이 제한돼 있으며 사용 후 폐우라늄 재처리도 금지돼 있어 폐연료봉 처리에 대해 IAEA로부터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 본부는 전 세계 원자로와 연결된 실시간 감시카메라를 통해 각 국가의 핵연료 주입과 폐연료봉 유출·재고 상황 등을 세심하게 감시하고 정기사찰, 현장조사 등을 통해 엄격하게 핵 사용과 이동의 전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핵 농축설비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12개국이며, 무기 개발이 아닌 발전용 폐우라늄 재처리가 가능한 나라는 프랑스, 일본, 러시아, 영국 등 4개국으로 한정돼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재환 이사장은 “원자폭탄으로 시작한 원자력이기에 원자력을 핵 이미지로 먼저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대명사로서 파괴적 이용의 핵과는 전혀 다르다”며 “다만 원자력발전의 단점은 방사선과 원전 수거물 문제이며, 우리나라 원전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최첨단 기술의 안전설비를 갖추고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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