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기념비적인 걸프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이 이겼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를 수주한 직후 <로이터통신>이 뽑은 기사 제목이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미국, 프랑스 등 강력한 라이벌을 제치고 원전을 수주한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선택(Surprise Choice)’이지만, 경제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 원전은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렸으며, 향후 걸프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한국 컨소시엄이 원전을 추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예측은 당장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 들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 연구·교육용 원자로를 건설할 국제 경쟁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또 최근 터키 언론은 한국과 미국 컨소시엄이 터키의 시놉 원전 2기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는 등 원전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UAE 원전 수주는 한국 원전 수출 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원전 관련 기자재와 용역 수출에 그쳤던 우리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플랜트 단위 원전을 수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첫 원전 기자재를 수출한 해는 2003년. 두산중공업이 중국 친산(秦山)에 핵증기발생장치 1, 2호기를 수출한 이래, 한국 기업들은 가압기, 원자로 덮개, 제어봉 구동장치 등을 수출했다. 수출액은 2003년 2천만 달러, 2006년 1억7천만 달러, 2007년 3억5천6백만 달러, 2008년 9억7천만 달러로 차츰 늘다가 2009년 UAE 원전 단일 수주만으로 2백억 달러를 달성했다. UAE 원전 건설 후 향후 60년간 운영 지원에 참여할 경우 예상되는 2백억 달러의 추가 수주액까지 합치면 총 수주액은 4백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의 해외 사업 수주 역사상 최고 기록으로, 2009년 한 해 우리나라 무역흑자 금액(4백9억8천만 달러)과 맞먹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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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형 원전을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은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제4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원자력 관련 산업을 차세대 유망 수출 분야로 전망하고, 2012년까지 원전 10기, 2030년까지 80기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2030년까지 세계 대형 신규 원전 건설 물량의 20퍼센트에 육박하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올라선다. 
세계원자력협회(WNA)와 국제원자력에너지파트너십(GNEP)이 각각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새로 건설될 대형 원전은 4백30여 기, 2050년까지 건설될 중소형 원전은 5백~1천 기에 달한다. 또 현재 가동 중인 원전 4백36기 중 절반이 넘는 2백34기가 20년 이상 노후 원전으로, 이를 겨냥한 88조원 규모의 유지 보수 시장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세계 원전시장의 호기를 맞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수출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원전 수출산업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 자립화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6가지 대책으로 △국가별 맞춤형 원전 수출전략 추진 △원전 기술 자립화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 △원전 기술 전문인력 양성 △원전 연료의 안정적 확보 △원전 핵심 기자재 수출 역량 확충 △수출형 원전산업체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별 맞춤형 수출 전략은 그 나라의 원전 발전 현황에 따라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즉, UAE 원전 수주 사례와 같이 대규모 플랜트 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규모가 작은 틈새시장에도 진출해 기자재 및 용역 수출,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해 향후 한국형 원전이 진출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
또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 최고의 원전 운영능력과 정비능력을 활용해 관련 시장에도 뛰어든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운영 실적이 저조하거나 노후한 원전을 매입하거나 일부 지분을 사들여 제대로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원전 기술 자립화는 향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형 원전은 UAE 원전 수주에서도 입증됐듯 원전 운영과 건설능력, 가격 경쟁력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일부 핵심 기술은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원전 설계 핵심코드, 원자로 냉각재 펌프, 원전 제어계측 시스템 등 3대 핵심 기술은 기술 이전을 요청하는 국가에 수출할 때 반드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들 핵심 기술의 경우 2006년부터 착수한 연구개발로 46~78퍼센트의 기술 자립화가 진척됐다.
정부는 9백96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당초보다 3년 앞당긴 2012년까지 중요 기술의 자립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 계획에는 원전 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늘리고, 건설 공기를 52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는 등 한국형 원전을 ‘프리미어 파워 원자로(PPR)’로 향상시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중소형 원전과 연구형 원자로 모델 개발과 함께 초고온 가스로, 소듐 냉각 고속로 등 미래형 원전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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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전 건설과 운영을 맡을 전문인력 양성도 관건이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원전 건설과 원전 수출이 계획대로 될 경우 2011년까지 원자력 관련 공기업에 2천7백79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필요한 인력을 살펴보면 UAE 원전 관련 인력 5백50명, 한국형 원전 기술 인력 5백명, 신규 건설 인력 4백49명, 운영 인력 1천2백80명 등이다. 이들을 제때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기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2년 3월에 세계 최초로 ‘국제 원자력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실무형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10개 이공계 대학을 원전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해 원전업계 수요를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원전 연료인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현재 전 세계에는 우라늄 정광(精鑛·1차 잡성분을 제거한 광물) 1천6백만 톤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2백4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지만, 향후 원전 건설 붐이 일면 수급 불안정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카자흐스탄, 캐나다 등지에서 우라늄 광산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2013년까지 필요한 우라늄 농축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향후 국내외 원전 건설에 필요한 우라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 유망 우라늄 광산을 탐사하거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자체 개발률을 2016년까지 25퍼센트, 2030년까지 50퍼센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농축공장 지분 참여를 확대하고,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농축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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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꼭 필요한 기자재 수출 역량도 강화된다. 원자로 설비 수출의 선두 주자인 두산중공업의 경우 2012년 이후 매년 원자로 5기의 설비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2백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원자로 설비는 원전 수출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자재다. 정부는 해외 원전 수주가 늘수록 원자로 설비가 부족할 것에 대비해 핵심 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2010년에만 6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이 협력 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 체제도 구축한다. 예를 들어 한국수력원자력이 2010년 4월부터 해당 중소기업에 기술지원 전담 멘터 및 퇴직 인력을 활용한 테크노닥터를 파견하고, 두산중공업이 실시하는 협력업체 기술 교육을 연 30개사에서 1백개 사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 수출을 전담할 시스템 구축 방안도 마련됐다. 한국전력공사에 원전산업 수출을 지원할 조직을 상설하고, 프로젝트에 맞춰 관련 공기업이 역할을 나눠 지원하게 된다. 또 일본 도시바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를 인수하고, 프랑스 아레바와 일본 미쓰비시 간 제휴를 맺은 것처럼 우리나라도 미국 웨스팅하우스, 독일 지멘스 등 해외 원전업체와 제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미래 원전시장을 겨냥한 전략도 마련했다. 원전 건설을 희망하는 나라 중 원전 인프라나 재원이 취약한 경우 재정과 인프라를 지원해 향후 원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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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