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3월 26일은 지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하고, 우리 해군 46명이 전사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필자는 지난해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대변인으로 조사과정의 모든 것을 지켜봤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국군과 우리나라가 더 강하게 거듭날 해법을 제시했다. 그것은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던 안보에 대한 국론일치(國論一致)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대한민국을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방향타(舵)를 잃었고, 46명의 천안함 용사를 죽게 한 주범을 속히 밝혀야 했음에도 군 당국의 초기 상황처리 미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각종 억측과 루머가 나돌았고, 북한 소행을 밝히는 증거가 있음에도 친북세력의 무분별한 언동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리 군은 이런 상황에서 통렬한 성찰과 전우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각오로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얻고자 했다.![]()
천안함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은 총 73명의 조사관(한측 49명, 미국·영국·호주·스웨덴 24명)으로 구성돼 55일간 활동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수사·함정구조관리·폭발유형분석·정보분석 분과로 나눠 밤낮으로 조사에 몰두했다.
수십 차례의 현장검증과 모의실험으로 범인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낼 무렵 사건 해역에서 북한의 어뢰추진체가 발견됐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인 단서였기에 그동안 제기됐던 온갖 의구심을 해소하리라 확신했다.
합조단은 또 지난해 9월 13일 천안함 피격사건의 최종보고서인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사건의 주범은 북한이라고 확인, 발표했다.
외국 전문가들도 ‘천안함은 북한의 소형 잠수함에서 발사된 음향유도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침몰한 것’이라는 사실에 전원 동의했다. 북한이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아도 해명할 수 없는 객관적·과학적 결과였다.![]()
그러나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북한의 대남적화 야욕을 간과해 왔던 일부 국민들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천안함 피격사건은 과학적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문제로 변질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념적 이유로 조사결과를 믿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조사결과로 설득하기란 북한이 자백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의 허점을 노리며 끊임없이 도발해 왔다. 청와대 습격,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858기 폭파, 강릉 잠수함 사건, 제1·2 연평해전, 대청해전, 지난해의 연평도 포격도발 등 도발형태도 다양하다.
우리 군은 적과 싸워 이기는 군이 되겠다고 “Fight Tonight”을 외쳐 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행동과 노력이 부족했다.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에도 군은 실전적 교육훈련에 전념하지 못했고, 첨단무기의 성능을 과신해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측면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작전도, 무기도, 군대조직도, 문화도 다 바뀌어야 하며, 변화의 시대에는 변화에 창조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가가 모든 일에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국군의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발족했고,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보강돼 지난 3월 8일 ‘국방개혁 307계획’이 발표됐다.
계획에는 작전효율성을 고려해 행정간소화는 물론 현장 지휘관의 권한이 보장되고, 합동전력을 유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했으며, 모든 교육훈련은 극한 상황을 상정해 ‘사례연구’ 식의 반복숙달로 체질화를 꾀했다. 정신전력 함양을 위해 모든 군인은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을 갖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필승의 신념을 다지게 됐다.
군의 이 같은 변화과정의 바탕에는 천안함이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국군을 진정한 강군으로 탈바꿈시킬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국민이 바라는 군대다운 군대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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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의 말처럼 평화 유지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집중되고,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은 굳세졌다.
지구촌에 유례없는 3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내부단속에 나선 북한은 경제난, 체제불안, 국제적 고립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 지도층은 대남적화 통일만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카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 우리 군과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군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보의식에도 불을 지폈다. 국민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적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과, 북한과의 적대적 공존관계가 ‘불안정한 평화’였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다시 도발한다면 분명 과거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천안함의 46용사가 우리와 함께하면서 천안함 피격사건과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군은 앞으로 국방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며, 군이 달라졌다는 것을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다.
국민도 역사 속에서 나라가 위기에 빠졌던 원인은 안보에 대한 국론분열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더 이상의 논란은 끝내야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국가안보 전략이 요구되는 때다. 안보의 해법은 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을 물리치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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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