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윤덕용 교수님, 인터뷰가 가능할까요?”
국방부로부터 ‘윤 교수님 인터뷰는 어려울 것이다. 고단하실만도 하지 않겠느냐’라는 ‘사전경고’를 들었던 터라 인터뷰를 청하는 전화조차 조심스러웠다.
고단할 만도 했다. 윤 교수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장을 맡았던 지난 4~7월 말 이후에도 잇따른 의혹 제기 속에 수많은 언론과의 인터뷰, 설명회 등을 통해 천안함 피격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알리는 데 몸을 사리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1972년 재료공학과 교수로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몸을 담은 뒤 KAIST총장까지 역임하며 평생 과학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내는 민·군 합동조사단장으로서 진실 규명과 더불어 진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왔다.
윤 교수는 뜻밖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파수꾼의 소명 때문일 것이다. 기자와 서울에서 만난 날도 경기도 평택시 제2함대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방송인터뷰를 마치고 바삐 오는 길이었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장으로서 조사 과정은 물론 각종 의혹 제기로 인해 심적 부담도 컸을 텐데요.
“어느 정도 부담은 있었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었어요. 장병들이 소중한 목숨을 바쳤고 98금양호 선원들도 희생됐습니다. 그에 비하면 내 고생은 별거 아니었고, 무엇보다 결론이 확실했기에 소신을 갖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장 활동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천안함 선체 손상과 변형 상태, 선체에 묻은 흰색 흡착물질 등으로 보아 일찌감치 어뢰공격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확실한 물증이 부족했습니다. 그때 미국 전문가 등이 어뢰 발사실험을 통해 어뢰 일부가 남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폭발원점을 중심으로 쌍끌이 어선으로 수색해 결정적 증거인 북한제 어뢰추진체를 발견했습니다.
그 쌍끌이 어선 선장은 동해에 침몰한 공군 전투기 잔해도 90퍼센트까지 수거한 실력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외국 전문가들도 경탄해 마지않았습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에는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참여해 함께 조사를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왜 계속 의혹이 제기되는 걸까요.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증거를 가지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북한에서 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서 시작하니 결론을 합리화하는 근거만 찾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증상을 ‘편향확증(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들은 무시하는 오류입니다.
당시 우리 조사단은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2백50킬로그램 티엔티(TNT)의 수중 6미터,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미터에서 일어난 비접촉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했고, 어뢰추진체와 천안함 몸체에 남은 동일성분의 흡착물질, 북한의 어뢰설계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CHT-02D어뢰공격에 의한 수중 비접촉 폭발’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동안 그 어뢰추진체가 북한제인지,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9월 천안함 백서 발간 이후에도 추가된 증거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무기수출용 카탈로그의 CHT-02D어뢰의 사진을 보면 1970년대 구소련제 어뢰를 모방해 연두색과 검은색, 빨간색으로 칠을 했는데, 네티즌들이 어뢰추진체 공개 당시 찍어 인터넷에 올린
확대사진들 중 일부에 연두색 페인트조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형태뿐 아니라 색상까지 CHT-02D어뢰란 흔적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 어뢰는 각양각색의 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최근 천안함 폭발원점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어뢰추진체를 찾은 곳은 우리가 폭발원점으로 계산한 곳이었습니다.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는 물에 떠 있도록 설계가 돼 있어 폭발 후 조류에 의해 떠내려가다 침몰했지만 폭발 순간 천안함에서 떨어져나온 망원경이며 PC 등은 그대로 가라앉아 폭발원점에서 다량 발견됐습니다.
어뢰추진체 부품을 찾으려던 쌍끌이 어선이 끌어올린 PC에는 그것을 사용하던 천안함 생존
병사 이름(오동환 상사)까지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폭발원점의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초병들의 진술 때문인데, 천안함 피격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는 인간의 감각보다 물적 증거가 우선한다고 봅니다.”
가장 최근 의혹으로 제기된 어뢰추진체 스크루 구멍에서 발견된 가리비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어뢰추진체 발견 당시 우리는 그 ‘결정적 증거’를 발견 당시 상태 그대로 보전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부식에 관해 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어뢰추진체를 절단해야 하는 부식상태 확인 검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2센티미터 스크루 구멍 안에서 흰색흡착물들과 함께 붙어 있던 가리비 조각까지 헤집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리비 조각에 대해 한국패류학회의 박영재 회장이 ‘백령도 부근에서 자생하는 비단가리비’란 소견을 밝혔습니다. 다른 바다에 있던 어뢰추진체를 옮겨온 것이 아니란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 결론을 뒤흔들 만한 의혹 제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윤 교수는 “많은 증거가 북한의 어뢰 공격이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공인된 전문가 집단의 결론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 결과까지 조작됐다는 일부의 주장은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스러운 것은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천안함 의혹제기가 확실히 줄었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신뢰에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어뢰추진체 발견 이후 ‘조작’이라며 언젠가 ‘양심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공격을 받던 일을 떠올렸다.
“천안함 피격 사건 1주기가 다가오지만 ‘양심선언’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진실을 밝힌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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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