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곳이 천안함의 함미입니다. 많은 장병이 이곳에서 전사했습니다.”
3월 12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있는 천안함 전시현장. 앳된 얼굴의 대학생 50명가량이 진지한 표정으로 해군 제2함대 박재식 중령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총 길이 88미터에 이르는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난 채 몸체 곳곳에 붉은 녹이 슨 모습이 1년 전과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더 이상 녹이 슬지 않도록 비를 가리는 덮개를 씌웠을 뿐 전선이며 각종 철재구조물이 노출된 채 두 동강 난 모습은 마치 몸이 잘린 거대한 짐승의 몸체 같았다. 거대한 철골 진열대 위에 놓인 천안함 아래쪽에 서니 서늘한 바람이 함수와 함미를 가른 절단면 사이로 스며들었다.
대학생들이 준비해 온 백색 국화 바구니가 한쪽에 놓였다.
이들은 ‘천안함피격1주기추모위원회’가 마련한 천안함 견학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다. ‘천안함피격1주기추모위원회’는 ‘New또다시’ ‘미래를여는청년포럼’ ‘ 바른사회대학생연합’ 등 7개 대학생단체가 천안함 피격 1주기를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
추모위원회는 무엇보다 먼저 천안함을 찾아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로 하고 추모위원회 홈페이지(www.memorial326.com) 게시판에서 견학행사 참가 대학생들을 모집했다.
이날 견학에 참여한 대학생 가운데 10명만 추모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일 뿐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참가한 대학생들이다. 이들 사이로 중년의 어머니 4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녀들과 천안함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꼈기에 자식뻘 대학생들과 함께 행사에 참가했다.
해군 제2함대는 지난해 천안함 피격 사건의 주범을 북한으로 지목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자 천안함 잔해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특별히 천안함 피격 1주기를 기리기 위해 열린 이날 견학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기 바빴다. 해군 제2함대 측은 고위급 장성까지 직접 나서서 대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일이 질문에 답하며 사건 정황을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부분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에 근거한 것들이 많았다. 군 관계자들의 설명은 선박 건조 기술, 항해술, 군사 전략에 이르는 전문성이 강한 부분까지 아우러졌다. 박중령을 비롯한 해군 제2함대 측의 설명이 이어졌다.
“조사발표에 대해 불신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따지듯 묻는사람들도 있었지만 천안함의 실체를 보고 나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직접 보면서 확인하고 고쳐 나가는거죠. 그것이 바로 천안함을 공개한 이유입니다.”
계급장에 은색별이 자리 잡은 한 장성도 대학생들의 질문 공세에 차분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더운물 찬물 섞어 놓으면 잘 섞이지 않습니다. 바닷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차이를 ‘음파가 전달되는 매질(媒質·힘과 같은 물리적 작용을 전달하는 매개물)의 차이가 있다’고 표현합니다. 물속의 음파도 이런 매질의 차이에 의해 길게 전달되기도 하고 짧게 전달되기도 해 음파탐지기가 바닷속 모든 적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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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을 전공했다는 한 대학생이 던진 “천안함이 잠수함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질문을 던진 이 대학생은 곧바로 이러한 내용을 자신의 수첩에 적어 내렸다.
오수정(22·가천의과학대 3년)씨는 “천안함을 직접 보고 나니 대학생들이 이 사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이곳에 왔다.
강수진(21·숙명여대 3년)씨는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는 마음보다는 조사 발표의 진위에만 여론의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직접 보고 안 보고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직접 와서 보고 느끼며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대학생들은 천안함 잔해 추모 방문에 이어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해군 장병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찾았다. 평택 해군 제2함대의 모항이 내려다보이는 추모비 맞은편에는 제2연평해전 당시 침몰했다 인양된 참수리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길호(23·성균관대 4년)씨는 “대한민국의 함정이 두 대나 본래 있어야 할 바다에 있지 못하고 육지에 전시 된 모습이 너무 슬퍼 보인다”며 “전사한 장병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내게 그런 순간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 견학 행사를 관리하는 국방부 정책홍보과 이광순 사무관은 “국가안보의 절박한 필요성은 직접 보는 것과 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정말 다르다”며 “천안함 견학 행사에 일반인도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행사 취지를 정리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문동희(28·전북대 4년) 천안함피격1주기추모위원회 공동대표는 “오는 3월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되는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공연’까지 우리 추모위원회에서는 2주 동안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와 같은 천안함 1주기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우리 세대 대학생들과 함께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장병 모든 분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천안함피격1주기추모위원회’ 홈페이지 www.menorial32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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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