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는 주요 민생법안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로스쿨법, 임대주택법, 사회보험통합징수법 등이다. 이들 법안의 통과가 미뤄짐에 따라 애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국민도 상당하다.
특히 국회는 여야가 표결처리에 합의했음에도 전혀 관계없는 사학법 개정안을 빌미로 국민연금법 개정안, 로스쿨법 등의 처리를 미룬 채 폐회하고 말았다.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이 통과되지 않아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됐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할지, 사법시험을 공부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2009년 로스쿨 개교에 대비해 수천억 돈을 들여 강의실과 모의법정 등의 시설을 갖추고 교수들을 확보해온 대학들도 발만 동동 구른다.
국민연금법 개정 무산으로 매일 800억 원, 매달 2조4000억 원, 매년 30조 원씩 미래세대의 ‘빚’이 증가하고 있다. 결국 이 빚을 갚아야 할 자식 세대에게 하루하루 어마어마한 부채를 더해주는 것이다.
더구나 국회는 연간 2조4000억 원이 소요되는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시켰다. 전제가 되는 국민연금법을 보류시켰으니 몸통은 빼고 꼬리만 통과시킨 꼴이다.
개정안에 포함된 여러 개선 및 혜택조치들도 시행이 불투명해져 가만히 앉아 손해를 보는 국민이 다수 발생했다.

임대주택법 개정안은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펀드 설립의 근거를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통해 5000호를 비축할 계획이었으나 제동이 걸렸다.
돈을 빌려 추진하면 이자 부담이 300여억 원 늘어나게 되고 2008년부터 연간 5만호 비축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국민의 주거비용을 줄이려는 당초 계획이 흔들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적인 대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회보험통합징수법도 마찬가지다. 매년 26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잉여인력 5000명을 신규서비스에 투입할 수 있지만 마냥 국회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2011~2012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맞춰 차질없이 추진해야할 ‘용산공원 조성에 관한 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 국회가 심의하고 의결해야할 법안이 줄지어 섰다.
민생법안들은 이처럼 늦으면 늦을수록 국민적 손실이 나날이 커지는 현안 중의 현안들이다. 하루가 시급한데 국회가 딴청을 피우는 것이다.

매일매일 늘어나는 빚을 1만 원 권으로 쌓아봤더니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보다도 높았다. 그렇게 많은 빚은 부모가 조금 편하게 살기위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었다. 바로 국민연금 얘기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국민연금이 사학법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현세대뿐 아니라 후세대에게 엄청난 죄를 짓는 일입니다. 어떻게 책임지려고 정치인들이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문형표 선임연구위원은 끝내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뒤로 미룬 채 4월 임시국회가 폐회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3년 6개월 넘도록 결론 못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일단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2003년 10월 처음 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2004년, 2006년 수정안을 거듭 제출했으나 결국 국회를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국민연금 개혁은 국회에서 3년 6개월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말 국민연금의 잠재부채는 238조 원이며 2010년을 기준으로 하루에 약 800억 원, 연간 30조 원씩 늘어나고 있다.
잠재부채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연금)과 거둬들인 보험료의 차이다. 미래에 지출할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현재 적립된 기금액을 빼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금가입자 1700만 명이 낸 보험료보다 이들에게 지불해야 할 보험금이 238조 원이나 많다는 이야기다.
잠재부채는 결국 국가재정과 국민의 부담이 되고 우리의 자식세대가 감당해야 할 ‘미래의 빚’이다. 매일 800억 원, 매월 2조4000억 원, 매년 30조 원씩 자식세대의 빚을 늘려주는 게 국민연금의 현실이다.
날마다 이처럼 빚이 늘어난다면 누군들 감당할 수가 있을까. 더구나 잠재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0년 354조 원, 2015년 670조 원, 2020년 1157조 원, 2025년 1824조 원, 2030년 2809조 원에 이르게 된다. 기금 고갈시점도 당초 정부가 예상한 2047년에서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충분하지 않지만 여야 합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잠재부채는 2010년에 현행 제도의 354조 원에서 295조 원으로 줄어들며, 하루 800억 원에서 390억 원으로 감소한다. 2030년 2809조 원에서 1321조 원으로 47%까지 줄어들어 재정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문형표 위원은 “이대로 가면 2050년쯤에는 소득의 3분의1가량을 사회보험료로 내야 할 것”이라며 “세금까지 감안하면 기업도 고용을 감당 못해 경쟁력저하와 대규모 실업에 따른 불황이 닥치는 선진국형 복지병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결국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에서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의 변화다. 미래예측에 동의해도 인기가 없고 수급자가 많아지면 개정이 점점 어려워진다. 뒤늦게 개혁에 나서면 대규모 국민저항에 부딪쳐 실패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답습하게 된다.
내년에는 국민연금 첫 가입자들이 20년이 돼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수급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문 위원은 국민연금 개혁을 암치료에 비유하면서 “정확한 진단도 치료방법도 모두 나와 있다. 그런데 수술을 미루자니 말이 되는가”라며 “국회가 하루빨리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내고 얼마 받느냐’ 국민연금 개혁 추진과정
국민연금의 문제는 간단히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월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노후에는 소득의 60%까지를 보험금으로 받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이 월소득의 17% 정도를 보험료로 내는 것과 비교하면 혜택이 지나치게 높아 초기 시스템 설계가 지나치게 ‘장밋빛’이었다는 지적이다.
2002년 정부가 연금재정을 계산해보니 암담했다. 2036년이면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연금이 더 많아지고 2047년에는 기금적립금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개선에 나서는 게 당연했다.
정부는 2006년 8월 보험료를 12.9%로 올리고 받는 연금을 50%로 낮추며 65세 이상 노인 60%에 평균소득의 5%를 주는 기초노령연금제가 포함된 수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야당이 보험료 9% 유지, 급여율 40%, 노인 80%에 소득의 10%를 주는 수정동의안을 제시하고 여당과 맞섰다. 결국 두 안이 모두 부결되고 기초노령연금법만 의결됐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여야가 보험료율 9%에 연금 40% 지급, 노인 60%에 평균소득의 10%를 주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치논리로 민생법안이 다시 보류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국민연금 어떻게 개선하나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된 내용을 개선하고 혜택을 새로 부여한 것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군복무와 출산에 대한 혜택 부여, 노령연금 수령자 급여인상, 이혼한 배우자와 유족연금 수령자에 대한 성차별 철폐 등이다. 결국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수많은 국민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보게 됐다.
개정안에는 군복무와 둘 이상 자녀 출산을 연금가입기간으로 환산해 추가해주는 ‘크레딧’ 제도가 있다. 군복무자에게 6개월간 가입자 월평균 소득액의 절반을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2자녀 출산 때는 12개월, 3자녀 30개월, 4자녀 48개월, 5자녀 이상은 50개월을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액만큼 가입기간으로 추가 인정해 다둥이 가정을 우대할 계획이었다.
‘크레딧’ 제도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 처음 포함됐으며 소급적용은 없다. 법안 개정 후 시행준비에 6개월 정도가 걸려 올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내년 1월에야 적용할 수 있다. 법 개정이 늦어질수록 혜택을 받는 사람도 줄어들게 된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개정안은 또 가입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감액 노령연금 수령자의 지급률을 2.5% 포인트 올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개정 무산으로 23만3644명이 1인당 연간 15만7500원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날아갔다.
장애연금 판정시기 단축도 꼭 필요한 개선안이다.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한 질병이 장애로 연결되는 경우 현행 제도는 가입기간 중 발생한 질병만 인정하고 있어 질병 발생시점을 놓고 다툼이 많았다. 개선안은 가입 뒤 초진을 받은 경우 장애연금을 주도록 해 딱한 처지의 가입자를 도울 수 있게 했다.
불만이 많던 중복급여 조정제도도 개선,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등 2개 이상의 연금을 받을 때 유리한 연금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으나 나머지 연금의 일부를 함께 받도록 했다.
또 이혼한 배우자가 받는 분할연금을 재혼하더라도 노령연금과 함께 받도록 하고 유족연금도 성별에 관계없이 수급연령을 55세로 동일하게 조정해 남녀 차별적 요소를 개선했다. 분할연금 수급자가 재혼할 때 연금지급을 정지하던 제도 폐지로 수급자 65명에게 연간 1억80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러한 개선조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공포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법 통과가 지체되면 개정의 혜택도 미뤄지게 된다. 국회의 무성의로 개선조치에 해당하는 다수의 가입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셈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하기 위한 ‘사회보험통합징수법’ 제정도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1월부터 사회보험징수공단을 설립, 4대 보험을 통합징수하려는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더불어 연 26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절감도 무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통합징수법의 내용은 간단하다. 네 개의 기관에서 각자 처리하던 비슷한 일을 하나의 기관에서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중복업무에 따르는 비용이 절약되고 남는 인력을 새로운 일에 활용할 수 있다.
1964년 산재보험을 시작으로 1977년 의료보험, 1979년 공무원·교원의료보험, 1988년 국민연금, 1995년 고용보험이 도입되어 4대 사회보험이 완성됐다. 그러나 상호 연계없이 차례대로 각자 설립돼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이 심각하다.
운영주체가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근로복지 공단과 고용지원센터 등 4개 기관이고 한 지역에 4대보험 관리사무소가 별도로 존재하며 공통 업무인 적용 및 징수업무도 각각의 기준(보수 또는 임금)과 방식(신고납부 또는 고지납부)으로 수행하고 있다.
번거로운 행정으로 보험가입자의 불만도 높다. 사회보험 대상자인 비정규직 등을 포괄하지 못하고 소득 노출을 꺼리는 전문직, 자영업자 등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정부는 2000년 지역·직장 건강보험을 통합하고 2003년 고용·산재보험료 통합징수를 도입했으며 2005년 4대보험 징수일원화방안을 확정해 지난해 12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4대 보험의 부과기준을 과세소득, 징수방식을 고지납부 방식으로 통일하고 국세청 아래 통합징수공단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국세청의 징수 전문성과 소득자료 연계효과를 통해 소득파악 능력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급여확대로 사회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합징수가 실현되면 각 보험공단의 징수인력 1만 명 중 약 5000명이 줄고 이 잉여인력을 장기요양보험, 기초노령임금 등 신규 서비스에 배치해서 연간 약 2400억 원의 운영비용 대체효과가 발생한다. 또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통합고지로 매년 100억~200억 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2008년 이후 사회보험 서비스 확대로 약 5000명의 인력수요가 발생한다. 현재의 비효율 구조를 방치한 채 신규인력을 대폭 늘이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재정경제부 김도형 조세정책국장은 “사회보험 통합징수는 사회적 비용 최소화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국민편의 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며 “국민과 국회, 언론 등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5월 9일 오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 법과대학 건물. 붉은색 벽돌로 지은 기존 법대건물 옆에 같은 층의 새 건물이 들어섰다. ‘법학전문도서관’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2200평에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건국대 법대가 로스쿨 유치를 겨냥해 100억 원이라는 사업비를 들여 지난해 8월에 준공됐다.
이 건물 안에는 법학전용도서관, 모의법정은 물론 인가기준에 맞추어 교육기자재 및 시설 등의 확보에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또 실무중심교육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 실무가출신 교수 15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하지만 로스쿨 법이 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안되자 학교는 현재 이 건물의 도서관만 개방하고 나머지 시설들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잠겨져 있었다.
전국 법대학장협의회 회장도 겸하고 있는 김영철 법대 학장은 “답답하죠. 수백억 원을 투자했는데 빈 공간으로 놀려야 하니 학교측으로서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죠”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김 학장은 “무려 10년 동안 논란을 겪은 끝에 2005년 10월 정부안이 만들어져 어렵사리 국회에 제출됐지만 2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라며 “정치권의 무책임 속에 로스쿨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투자에 들어간 대학들이 지금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로스쿨 법은 사법개혁안의 핵심”이라면서 “방향도 정해졌고 시급성도 있는 중요한 법안이 처리가 안됐다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반발했다.
수백억 들여 준비한 대학, 재정 손실 난감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4월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사법개혁의 귀중한 성과 중 하나가 결실을 맺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법학교육 정상화와 법률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법안이 사학법이라는 암초에 걸려 함께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오는 2009년 3월 로스쿨 개교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수백억 원을 들여 로스쿨을 준비한 전국 법과대학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 대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조인을 양성할 로스쿨 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되자 2000여억 원을 들여 이를 준비한 40여 개 대학이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받고 있다. 또 2009년 개교마저 불확실해지자 전국 법대 학장들은 4월 30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하루속히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단식농성까지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국대와 마찬가지로 로스쿨을 준비해온 경희대학교도 사정은 비슷했다. 법학관 2층에 마련된 민사 모의법정실과 3층의 형사 모의 법정실은 실제 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꾸며졌다. 하지만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단다. 시설운영에 필요한 교과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로스쿨 용도로 지난해 170억 원 상당의 지상 7층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도서관을 제외한 모의법정실, 국제회의실, 상담실 등은 사실상 빈 공간으로 놀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정 법대 학장은 “2층에 설치된 민사 모의법정실은 실제 법원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꾸몄는데 3개월 동안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했다”며 “법안이 계속 지연된다면 국가적으로나 대학으로나 큰 낭비”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 학장은 “건물이 들어설 당시만 해도 큰 기대감을 가졌던 학생들은 법안 심의가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신축건물이 도서관으로 사용되자 ‘로스쿨이 되긴 되는 건가’하는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은 사시 준비와 로스쿨 입학 놓고 혼란
학생들도 법안 통과가 무산되자 혼란을 겪고 있다. 사시준비와 로스쿨 입학을 놓고 어느 쪽을 선택할지 또 법조계 진출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건국대 법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기홍(23) 씨는 “로스쿨 개교는 2005년 입학할 때부터 나왔던 문제인데 아직까지 표류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다”며 “로스쿨이 언제 될지 몰라 마냥 기다리기는 힘들어 사법시험 준비로 진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법조인이 꿈인 김미나(21·건국대 법대2년)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로스쿨 입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로스쿨 법안이 계속 지연되면서 시행자체가 불투명해지자 법과대학에 진학하기로 부모님과 상의해 결정했다.
경희대 법학도서관에서 만난 이경민(24·3년) 씨 역시 사법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 2008년 로스쿨이 개교된다는 말에 다들 로스쿨 입학을 목표로 성적관리에 신경썼는데 지금 이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친구들도 언제 될지 모르는 로스쿨보다는 힘들지만 사법시험을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로스쿨 법은 정부가 이미 2년 전인 2005년 10월에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다. 법학교육 정상화와 법률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1995년부터 개혁안이 제시됐다. 이후 정부, 시민단체, 법조계, 국회 등에서 10년이 넘도록 토론과 합의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상태다.
당초 예정대로 2005년 정기국회를 통과하고 2008년 3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연계 방침에 의결을 보류한 후 제도도입 시기를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로 미뤘다. 하지만 1년이 지났지만 로스쿨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10여년의 사회적 합의가 무색해졌다.

로스쿨 법은 ‘솔로몬의 지혜’를 쉽게 얻는 길
로스쿨 도입은 현행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낳는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은 대학 법학교육과 동떨어진 데다 대학 전체를 고시 학원화하는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더 이상 세계화 시대에 맞는 법조인을 배출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건국대 김영철 법대 학장은 “로스쿨이 도입되면 단 한차례의 사법시험으로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고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FTA로 세계화 시대에 맞는 변호사 양성을 위해서는 특정분야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돼야만 한다”며 “결국 로스쿨 도입은 국민의 법률서비스 수요에 맞는 전문 변호사 양성을 위한 법학교육의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5783명으로 미국의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266명에 불과하다. 영국도 557명, 독일도 578명 수준”이라며 “그만큼 우리나라 법률서비스가 얼마나 법조인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이상정 법대 학장은 “전국 234개 시·군·구 중에서 변호사가 1명도 없는 곳이 122곳에 달하고 1명만 있는 곳은 19곳에 불과하다”며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면 결국 법률적으로 소외받던 약자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24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문기철(43) 씨는 초등학생 6학년과 4학년인 아들 2명을 둔 가장. 애들이 점점 커가자 지금의 방이 비좁기만 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을 주고 싶어 집을 넓혀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금으로는 30평형대 집으로 이사 가기란 역부족. 임대보증금 2500만 원과 적금통장에 들어있는 7000만 원이 전부다. 1억 원도 안되는 이 자금으로는 30평형대의 집을 사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부터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 올해 5000가구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50만 가구의 비축용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기로 정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문씨는 “긴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도 같다”며 “비축용 임대아파트는 기존 임대주택보다 평형도 크고 가격도 저렴해 올해 시범실시할 경우 꼭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씨는 최근 4월 임시국회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축용 임대아파트 건립에 필요한 재정확보 방안을 다룬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3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법안 자체가 무산돼 이사계획이 흐트러질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받아 전세로 옮겨야 할지, 좀더 기다려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범사업 추진은 국민과의 약속
문씨는 “기존 임대주택보다 평형도 크고 가격도 저렴해 올해 시범실시할경우 신청할까 했는데 결국 국회에서 통과가 안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쌓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개정안은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펀드 설립 근거를 담고 있다. 정부는 펀드를 조성해 2017년까지 연 5만 가구씩 모두 50만 가구의 30평형대 중형 비축용 임대주택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 지연으로 인해 비싼 돈을 빌려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이자 차이만도 300여억 원에 달한다는 게 건교부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는 임대주택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에 대비해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올해 계획된 ‘비축용 임대주택 5000가구 건설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연내 공급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사업추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본격적인 사업시행을 위해서는 임대주택법이 6월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개정돼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국회의 조속한 법안처리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정부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5공화국 이후 참여정부 들어 가장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1988~2006년 국회에 제출된 정부입법 3131건의 국회통과시간을 분석한 결과 역대정부별로 △노태우 정부 2.7개월 △문민정부 2.2개월 △국민의 정부 3.0개월 △참여정부 4.4개월이었다.
참여정부의 경우 2003년 초에서 지난해 말까지 제출한 정부입법 913건 중 국회에서 통과된 682건(4월 20일 기준)을 대상으로 했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계류 중인 205건이 모두 처리되면 평균 소요기간은 6.5개월로 늘어난다.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참여정부의 입법환경은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 이후 재개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회의 법안처리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법 개정 전·후 각각 열린 9차례 정기·임시국회의 법률안 처리비율을 보자. 사학법 개정 이전 9차례 회차(2004년 7월~2005년 12월)에서 회차 당 평균 104건의 정부 입법안을 접수해서 평균 32건을 처리, 30.7%의 처리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개정 이후 9차례 회차(2006년 2월~2007년 4월)에서는 회차 당 평균 253건 접수, 30건 처리로 처리율이 11.9%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이 의제화, 정책안 마련, 정부입법을 거쳐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렸다. 의제화에서 정책안 마련까지 14.5개월, 정부입법으로 채택하기까지 7.3개월,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7개월, 통과된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평균 5.9개월이 소요된다.
정부가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여기에 법제화와 시행까지 35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문제에 대해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마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게 되면 국정의 효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이인실 교수는 “국회 파행이 국민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지 알림으로써 국회가 스스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