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쯤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막상 떠나려니 마음이 무겁다. 태풍 ‘말로’가 우리나라로 향하고 있는 데다 서울·경기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쏟아질 거라는 일기예보가 겹친 탓이다. 9월 6일, 아침까지 멀쩡하던 서울 하늘을 믿고 경기 여주군으로 출발.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서울을 벗어나자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고무호스로 뿜어내는 것 같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한바탕 거칠게 퍼붓는 비 세례를 뚫고 달리니 어느덧 여주군 여주읍 단현리 강천보 건설 현장이다.
한강 여주4지구의 꽃인 강천보는 충주댐과 팔당댐 사이의 중간지점인 남한강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총길이가 4백40미터로 9개의 교각을 세우고 그 사이사이에 보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6개 교각을 세웠는데 그 하단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박성순 강천보건설단장은 “보를 설치하기 위한 자리”라며 “강천보는 한강에 설치되는 3개 보 중 유일하게 회전식 수문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문 운영 방식을 평상시, 수위조절 시, 홍수 시, 배사 시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상황에 맞는 운영과 이·치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강천보의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수위는 홍수위보다 한참 밑이다. 지난주에 전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와 이날 내린 호우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은 듯했다. 박 단장은 “준설 공사로 홍수위가 70센티미터쯤 낮아진 덕분”이라며 “한강 여주4지구 사업이 끝나면 홍수위를 약 1.5미터까지 낮출 수 있다. 14.4킬로미터에 달하는 제방을 정비해 홍수에 취약한 여주지역의 수해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강 여주4지구의 전체 공정률은 9월 현재 33퍼센트를 조금 넘었지만 하도 준설공사는 50퍼센트가 진척됐다. 그 덕에 물길이 넓어지고 깊어져 이 지역은 올해 아무런 물난리도 겪지 않았다. 1972년, 1990년, 2006년에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경험한 지역민들은 “이번에 태풍 피해가 없었던 것은 강살리기 사업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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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 어촌계장 구본경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아내가 강천보 인근에서 매운탕 집을 운영하는데 몇 년 전 홍수로 1층이 모두 잠겨 큰 피해를 봤다”며 “내년에 공사가 끝날 때까지 어획이 금지돼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주민 안전과 지역 발전을 위해 한강살리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공사가 덜 끝난 교각 주변에는 주황색 플라스틱 통들이 일렬로 떠 있다. 수질오염을 막는 오탁방지막이 가라앉지 않도록 지탱해주기 위해서다. 공사 구간과 인근 취수장 등에는 실시간 수질 감시를 위한 고정식 수질측정장치가 설치돼 있다. 
강천보건설단 윤석영 차장은“공사 현장에서는 빈틈없이 수질관리를 하고 있으며 틈틈이 한강유역환경청, 여주군 등 관계기관과 합동 모의훈련을 통해 수질오염 사고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리를 옮겨 이호대교 인근에 마련된 공원 조성지와 단양쑥부쟁이 대체서식지가 있는 강천섬을 둘러봤다. 단양쑥부쟁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멸종위기종 2급 보호식물이다. 이 귀한 식물의 자생지를 공사 도중 발견한 강천보건설단은 공구 내 삼합지구와 굴암지구에서 자라던 3만여 포기를 지난 4월 입지조건이 유사한 강천섬의 대체서식지로 옮겨 심었다.
이식된 단양쑥부쟁이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기도 전에 일부 언론이“말라죽었다”고 보도해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접한 대체서식지의 단양쑥부쟁이는 척박한 자갈밭을 비집고 나와 작게는 20센티미터, 크게는 50센티미터 넘게 자라 있었다. 윤 차장은 “단양쑥부쟁이는 자갈밭에서 자생하고 다른 종과 어울려 살지 못하는 특이한 식물”이라고 귀띔했다.
다시 차로 10여 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한강 여주1지구 이포보다. 여주군 대신면에 자리한 이포보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보로 꼽힌다.
“보는 직선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구조물의 경관성과 조형미를 갖춘 곡선형 보입니다. 또 대부분의 보가 멀리서 바라보는 하천시설물인 데 반해 이포보는 16개 보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직접 보 구조물에 접근해 친수·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한강 여주1지구의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 김용준 홍보소장의 설명이다. 이포보 양 끝에는 고정보(2백96미터)가 설치되고 그 사이에는 6개 수문이 위아래로 움직여 수량을 조절하는 승강식 가동보(2백95미터)가 메우게 된다. 현재 좌안의 고정보와 물놀이가 가능한 원형의 수중광장, 한 개의 가동보까지 만들었는데 이날은 강물이 불어 수중광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가동보의 수문이 불어난 강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맨 위까지 올라가 있다. 교각 주위 수면에는 노란색 구명 튜브들이 흩어져 있었다. 최근 이포보의 교각 위를 점거하고 4대강살리기 반대 농성을 벌인 환경단체 사람들의 안전 문제를 염려해 공사 현장 직원들이 갖다 놓은 안전장치였다.
한강 여주1지구에 새롭게 조성된 둔치를 보러 가는데 굴착 공사가 한창인 여러 대의 굴착기와 인부들이 눈길을 붙든다. 옆에 있던 대림산업 박종고 홍보부소장은 “1천3백89만 제곱미터 규모의 강변저류지를 만들고 있다”며 “강변저류지는 불어난 강물이 자연스레 흘러들어 홍수가 나지 않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잠시 후 강변을 따라 조성된 둔치를 만났다. 울퉁불퉁한 강변을 다듬고 강둑에 쌓인 퇴적토들을 걷어내 만든 둔치에는 아득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마치 조경사가 가꾼 정원처럼 깔끔하고 아늑해 보인다. 그런데 이곳을 뒤덮은 식물 중 인공적으로 심은 것은 듬성듬성 서 있는 몇 그루의 나무들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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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강변은 폭우가 내리면 범람하고 비가 그치면 사방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로 썩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사한 지 4, 5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온갖 풀들이 자라 푸른 들녘을 이루고 더는 쓰레기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박종고 홍보부소장)
대신면 천서리부터 당산리까지 9킬로미터 구간의 하천을 정비하고 있는 한강 여주1지구 전체 공정률은 9월 현재 35퍼센트다. 당초 목표치(31.8퍼센트) 대비 1백10퍼센트의 실적을 달성했다. 대림산업은 오는 11월까지 하도 준설 등 기본공사를 끝낸다. 이에 앞서 10월부터는 생태광장, 문화광장, 자전거도로, 친환경 어도 등을 조성하는 조경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한강살리기 사업이 예정대로 잘 끝나 여주군이 수도권의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염원했다. 여주군 대신면 초현3리 이용기 이장의 말이 돌아오는 내내 귓전에 맴돌았다.
“2006년에 여주 시내가 물에 잠긴 적이 있습니다. 한강 본류가 홍수에 안전하리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요즘은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을 뿐 아니라 각지에서 수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심은 화를 불러옵니다. 4대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홍수를 예방하고, 하천에 수변공간을 만들게 된다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여주지역도 함께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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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