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세종시가 독일의 드레스덴, 미국의 RTP(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와 같은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탈바꿈한다. 정부는 세종시에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첨단 융·복합연구센터 등 과학 연구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삼성, 한화 등 국내 대기업과 벤처형 중소기업이 연계하는 첨단 지식산업군을 형성하는 한편, 고려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입주로 기초과학과 융·복합기술, 바이오 메디컬 분야 중심의 교육 인프라를 갖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종시가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로 선정되는 과정에선 △도시 기반계획이 완성돼 있어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건설을 즉시 시작할 수 있고 △인근 대덕 연구개발특구에 정부 출연 연구소, 기업 연구소, 기업, 대학들이 집결돼 있어 연계 발전하기 좋으며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국에서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어 전국 주요 도시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과의 연계 발전 여건이 우수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세종시에 대학, 연구소, 기업을 집적시켜 네트워크화함으로써 도시가 스스로 부를 창출할 수 있으며, 국내 최대의 기초·응용연구소가 모인 대덕, 생명과학과 첨단 의료 분야의 중추가 될 오송, 오창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나아가 대구, 울산 등의 동남권과 전주, 광주 등의 서남권, 천안과 원주 등 중부권으로 경제발전이 확산되고 수도권과도 연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제2차관은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자족기능 완성,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기존 세종시의 미비점을 보완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창의적 과학혁신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응용기술 분야의 과학기술 투자에 주력해왔고, 그 결과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추격 위주의 전략에 바탕을 둔 시스템으로는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 창출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고 있고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일본의 리켄연구소,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에 필적하는 연구개발 인프라로 세종국제과학원이 세워진다. 세종국제과학원은 3백30만 제곱미터에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첨단 융·복합센터 등이 들어선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까지 3조5천4백87억원을 투자해 기본시설 건립을 마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고위험, 장기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해 창조적 과학지식 및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국가 전체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발 기간이 수십 년씩 걸려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를 수천 명의 과학자가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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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편경범 추진단장은 “그동안 투자가 적었던 기초연구가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세종시에 본원을 두고 전국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사이트 랩)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가속해 생겨나는 원자의 변화를 이용해 1천조분의 1미터에 해당하는 펨토 세계를 연구하는 중이온가속기 연구소는 우주물리, 원자력, 의료 등의 분야에서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도적 연구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속에너지 및 빔 전류 성능으로 국제적 연구 네트워킹 및 우수 인력 유치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건설 단계부터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ANL) 등과 협력하여 해외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첨단 융·복합연구센터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원자력, 우주, 핵융합 등 첨단 융·복합 거대과학 분야의 연구를 맡게 된다. 첨단 융·복합센터는 기초과학연구원과 비슷한 성격으로 설립되지만, 국내 곳곳에 흩어진 기존의 대학과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간 연구 역량을 총집결시켜 세계 5위 안에 드는 연구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1천8백명 규모의 국내외 우수 이공계 인재를 모은 국제과학대학원도 설립된다. 국제과학대학원은 기초 원천 기술과 국가 주도 거대과학 기반의 첨단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교수와 학생 모두 외국인 비율을 30퍼센트 이상으로 하고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개도국의 우수 인재를 우선 유치하며, 외국 명문 대학과 공동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교환학생을 파견하고 학생들에게 연구과제 수행 및 기술경영교육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특별법에 따르면 세금 감면과 교육·의료기반 조성 등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세종과학원의 연구 성과를 산업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과학기술 전문 펀드를 조성하고 기술금융센터를 세워 기술 사업화, 경영 교육과 컨설팅을 일괄 지원한다.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조성되면 기초과학연구원과 국제과학대학원 등에 3천8백명의 인력이 고용되고 첨단 지식산업단지에는 1만6천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밝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향후 20년간 2백12만2천명의 고용 창출과 2백35조9천억원에 이르는 생산을 유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세종과학원을 중심으로 충청권의 대덕, 오송, 오창을 연결하는 C벨트와 서울, 광주, 강릉, 대구, 부산 등을 연결하는 K벨트를 형성해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연구원의 분소와 첨단 융·복합연구센터 연구단을 대구, 울산, 포항, 부산 등 동남권과 천안, 아산, 충주, 원주 등 중부권, 전주와 광주 등 서남권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구의 소재산업, 포항의 제철산업, 울산의 조선·자동차산업, 광주의 광산업, 아산의 LCD산업, 원주의 첨단 의료기기산업 등을 고도화하거나 첨단 지식산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과학비즈니스벨트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과학교육의 기회와 높은 연봉의 첨단 지식산업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면 노벨상 수상도 기대해볼 만하다. 기초기술연구회 민동필 이사장은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13명이나 되는데 우리나라엔 하나도 없는 이유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과학비즈니스벨트로 과학계의 체질이 바뀔 것이고 선진국으로 가는 토양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순조롭게 만들어지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암초는 법안 통과 여부다. 현재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심사에 올랐지만 의결되지 못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수정안과 한데 묶이면서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공산도 크다.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은 이번에 확정된 종합계획안을 토대로 세종국제과학원을 골자로 한 과학벨트 거점지구(연구기관, 대학, 기업, 금융)와 기능지구(대덕, 오송, 오창)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수정한 뒤 다시 국회로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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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첨단 융·복합연구센터와 관련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역할이 겹칠 수 있고, 대덕연구단지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고용수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리켄연구소나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같은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종합연구기관이 없다”며 “중대형 융·복합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할 세계 수준의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나인광 과학기획팀장은 “대덕연구단지에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 인력이 몰려 있고 특허 출원 건수도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단기성과 위주의 응용연구 개발을 담당하므로 기초과학 연구의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종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로 세종국제과학원을 설립하고 삼성, 한화 등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입주한다면 산업기술혁신이 창출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동필 이사장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발전해온 데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컸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 창출이 절실한데, 세종시의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과학 발전의 전조등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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