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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규제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정부의 특정 목적을 위해 국민들은 규제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규제는 필요악이다.

규제에도 품질이 있다. 규제가 없는 세상보다 규제가 있는 세상이 더 나을 때에만 규제의 존재가치는 빛이난다. 규제를 잘 만들고 제대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제의 품질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규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룬다는 점에서 높은 품질의 규제가 요구된다.

둘째, 규제의 공급자는 정부이고 수요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자칫 정책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규제의 품질을 따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해에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규제는 대략 평균 1천 건 정도다.
2008~2010년 3년간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2천9백92건에 이른다.
그중 7백28건에 달하는 중요 규제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하여 54퍼센트에 해당하는 3백93건의 규제안에 대해 철회 또는 개선을 권고한 바가 있다.


한번 만들어진 규제를 개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신설할 때 품질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규제의 품질관리는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선 피규제자들이 지적하는 ‘불량규제론’을 귀담아듣고, 이러한 기준에서 이른바 ‘나쁜 규제’로 분류될 만한 것을 일단 걸러 내 보자.

예를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적하는 불량규제는 대략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즉 ▲비현실적인 규제 ▲낮은 품질의 규제 ▲내용이 모호한 규제 ▲중복 규제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 ▲역차별적인 규제 ▲공공의 부담을 민간에게 전가하는 규제 등이 그것이다.

규제의 역기능의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일도 품질관리의 일환으로 긴요하다.

비현실적인 규제는 아닌지, 현 시점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아닌지, 국민생활에 불편만 주는 규제는 아닌지, 정책 목표나 성과에만 집착하여 규제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상위 법령의 근거 없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는 아닌지, 민간부문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하겠다고 규제를 앞세우는 것은 아닌지, 시장과 기업 활동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규제는 아닌지 등을 따져 보자는 것이다.


규제의 품질을 가릴 수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명품 규제’를 구별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피규제자들이 공감하는 간명한 원칙이 있는가, 긴 안목에서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부지런함을 입증할 수 있는가, 시장친화적이고 시장경제적 법치주의에 충실한가, 기술과 사회발전을 선도하는 규제인가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킨다면 ‘명품 규제’의 반열에 들어간다.

이왕 품질관리에 나선 김에 좀 더 욕심을 내서 규제를 ‘명품’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보기로 하자. 정부가 돋보이는 게 아니라, 국민을 돋보이게 하는 규제라면 ‘명품 규제’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섬김의 정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규제를 위한 규제, 법 제도상의 완결성만을 추구하는 규제는 명품 규제가 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명품 규제’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기에 ‘명품 규제를 위한 십계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정부의 규제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제1계명이다. 불량규제는 대부분 ‘원칙 따로 실천 따로’에서 비롯된다.

‘법률만능주의와 행정편의주의의 매너리즘에서 과감하게 탈출해야 한다’는 게 제2계명이다. 민간 위에 군림하는 정부와 행정 우위의 뿌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사회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제3계명이다. 역동적인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기업의 활력을 뒷받침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공익(公益)의 필요성을 빌미로 과다 규제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4계명이다. 피규제자의 막대한 규제 준수 비용은 보지 못한 채, 규제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규제의 주기적인 정밀점검(overhaul)이 필요하다’는 게 제5계명이다. 산업화 시대의 낡은 규제인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규제인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령에 명시적인 위임이나 근거 없이는 규제를 만들 수 없다’는 게 제6계명이다. 하위 법령의 규정 가운데 모법의 규정이 아닌 타법을 원용하거나 에둘러 적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미래산업과 미래사회에 걸맞은 규제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게 제7계명이다. 융합기술의 발달로 융합 제품 및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법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규제의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8계명이다. 규제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고 규제개혁의 효과를 높일 다양한 실천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규제자 및 이해당사자와의 진지한 대화가 없이는 명품 규제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게 제9계명이다.

‘국민보다는 정부가 부지런한 규제가 명품’이라는 게 제10계명이다. 이는 곧 정부가 규제를 통한 공권력 행사를 쉽게 동원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시장의 힘을 신뢰하고 시장경제의 창달에 도움이 되도록 행정력을 우선적으로 발휘할 의지가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면 ‘명품 규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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