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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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시대라고도 말하는 21세기에서 정통이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리지널(Original)과
어덴틱(Authentic)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예전 그대로를 재현한
오리지널과 출처가 분명한 것을 토대로 정통을 이어가는 어덴틱.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오리지널을 그대로 살리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복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로 넘기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선호하는
부분이 시간을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덴틱이다. 그것이야말로
신구의 조화, 동서의 화합으로 시너지를 부를 수 있다. 기존의 틀 위에 새로움을
덧씌우며 부대끼지 않는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것이 시대의 요구다.
음식문화 또한 예외는 아니다. 기본을 지키되 새롭고 긍정적일 수 있으려면 ‘상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각의 맛을 잃지 않고도 ‘비빔밥’이란 어우러진 맛을 이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음식에도 조화가 필요하다. 내 것을 양보하고 네 것을 들이지만,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적극적인 상생. 이것은 국제사회의 급변에 발맞춘 변화이며, 또한 남녀 맞벌이가 주류인 최근 한국사회를 위한 대안점이기도 하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요즘은 음식 고유의 맛, 즉 재료 자체가
가진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웰빙 열풍과 더불어 건강식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우리 전통음식도 예전처럼
강한 향신료와 짜고 매운 것은 탈피하고 있다”며 재료 자체가 가진 맛을 살리는
요리가 대세라고 귀띔했다. 조리법보다는 그 재료 특성을 살리도록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할 우리의 맛은 손맛이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감칠맛과 깊은 맛”이라고 윤 소장은 덧붙인다. 이는 가공식품이나 서양의 어떤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만 나타난 맛. 발효문화와 함께 하는
이 맛은 사실 외국인에게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향과 맛이기 쉽다.
그렇다고 주춤할 수는 없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바로 발효식품인
까닭이다.
주미대사관 김재수 농무관은 “세계의 입맛을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와
결합해 적절한 퓨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양념의 기본이 되는 간장·된장·고추장의
매운맛과 짠맛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이용한 서양요리를
개발해 소스시장에 새로운 세계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상을 점령한 전통 속 현대화
또한 우리의
맛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음식 조리법 표준화가 급선무다. 남녀노소 동서양을
불문하고 조리법만 보고도 음식을 해낼 수 있는 체계적 정리도 필요하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강인경 주임은 “실험조리를 통해 한국인의 입맛과 세계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조리법을 표준화 시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한국음식의 가장 큰 변화는 스타일이다. 그 하나의 예로, 반찬을 코스 요리로 변경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비빔밥, 장국밥 같은 요리 하나만으로 식사가 가능한 것을 더욱 다양화해 다채로운 일품요리를 만들고, 다양한 종류의 죽을 전채요리로 만드는 등 시간 전개형 코스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주혜준 씨는 “코스화된 우리 음식은 한국전통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하나의 장치”라고 말한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은 외국인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 어느 것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 헌데, 코스요리를 선보인다면 훨씬 편안하고 익숙한 마음으로 식사에 임할 수 있다는 게다. 방법적 접근이 되는 셈. 또한 주씨는 “그러한 형식의 변화가 맛이나 음식의 특성을 200% 전달해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반면에 푸드스타일리스트 송혜진 씨는 “음식을 입으로만 먹는 시대는 지났다”며 “눈으로도 즐길 수 있어야 진정으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릇은 물론 인테리어·포장·세팅 등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그 방안 중 한 가지로 생활 도자기의 대중화로 일반인도 저렴하고 아름다운 생활 도자기를 접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들을 고안해내는 게 중요하단다. 저렴하고 아름다운 그릇은 실용적일 뿐 아니라, 한국전통음식의 스타일을 지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떡카페 ‘질시루’에서는 모양, 크기, 포장지, 매장 분위기 등을 지금의 시대에 맞게 바꿨다.
질시루 관계자는 “지하에 있는 방앗간과 재래시장의 분위기에서 탈피해 산뜻하며 고즈넉한 쉼터의 분위기를 주었다”면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떡, 천연재료를 이용해 여러 가지 색으로 아름답게 빚은 떡은 내외국인 모두가 좋아하는 추세”라고. 그야말로 눈과 입을 만족시키면서 영양까지 갖춘, 트렌디한 떡이 된 것이다.
현대사회 템포에 맞춘 요리법 개발해야
한국음식은
먹어서 약이 되는 우수한 식품으로 제대로 된 식사만으로도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닌 게다. 김 농무관은 “제철식품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과 숙성하고 발효시켜 내놓은 우리 음식은 세계가 놀란 영양
백배 음식”이라고 역설한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된장·간장·고추장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과학적 음식인 게다. 그뿐인가. 채소 위주의 식사로 성인병도
예방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없애주고,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니 비만 예방에
좋다. 더불어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를 억제하면서 만복감을 주기 때문에 과식하지
않게 된다고도.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윤 소장은 “우리의 조상들은 인간의
최적 상태를 지키기 위해 여러 음식을 만들어냈다. 우리 음식의 영양은 두 번 말하면
잔소리”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 멋진 전통음식들을 어떻게 내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어떻게 부대낌 없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도울 것인가가 관건이란 말이다.
송씨는
“현대사회에 맞게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까닭이 조리 속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다
간편한 조리방법으로 한국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반가공식품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는
게 많은 요리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격자갈비’에서는 포장법을 개발해 포장된 설렁탕과 갈비를 시판할
계획이고, ‘질시루’에서는 전자레인지용 떡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조금만 생각한다면 우리 음식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비빔밥은
서양의 햄버거와 같이 간편하게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좋은 메뉴다. 비빔밥의 재료를
더 다양하게 개발하거나 포장법을 더욱 간편하게 하는 방안의 연구를 통해 간편하게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우승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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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7,original,right[/SET_IMAGE] “한국 사람이라서, 라고 생각했어요.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우리 음식이니까 내 몸에 맞는가 보다 그랬죠. 그런데 아니에요.
양식, 중식 다 공부했지만 제철 재료를 이용한 과학적이고도 다양한 조리법을 누가
당해내겠어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의 관심사는 우리네 삶과
맞닿은 우리 음식이다. 게다가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그 음식들이 다정함까지 겸비했다고
생각해 보라. 어머니를, 어머니의 어머니를,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느낄 수
있는 문화의 산증인이기까지 하다면?
“친정어머님이 개성 분이셨는데,
워낙 요리 솜씨가 뛰어나셨어요. 집에는 늘 떡과 직접 빚은 술이 있었죠.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요리하시는 거 지켜보는 게 소일이었다니까요. 어쩌면 음식은
제 고향인지도 몰라요.”
그녀가 끊임없이 옛날 우리 음식을 복원하는 이유도
그런 연유에서라고. 그처럼 따뜻하고 정겹고 영양 만점인 고향 같은 맛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없던 요리도 개발해내는 요즘, 왜 있던 음식을 묻어둘까 내심 못마땅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조선시대의 ‘증보산림경제’에 수록된 조리법대로 당시의 전통음식 151가지를 복원하는 일이었다. ‘증보산림경제’는 조선 영조 때 어의를 지낸 유중림이 1766년 펴낸 책으로 당시의 의식주 전반과 사대부 층의 문화생활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농업백과사전. 총 16권 12책 분량 중에서 그녀는 식생활과 관련된 치선(治膳)편 상하권을 복원했다. 한문으로 표기된 본문을 한글로 풀어내고, 하나하나 요리로 복원하는 데 6년이 걸렸다. 고어 때문에 벅찬 건 물론이고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계량 단위가 지금과 달라 쉽지 않았다. ‘규합총서’에 이은 두 번째 전통음식 복원은 사라질 위기의 우리 음식을 모두에게 환기시켜주었다.
음식문화 바꾸는 그녀만의 온고지신
여자의
것이라 글로 전해지지 않고, 가문의 비법처럼 구두로 이어진 조리법.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수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래서 종갓집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조리법을 문헌화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후손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음식을 물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식생활만 바뀌어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니, 그녀가 하는 일은 후대의 건강, 더
나아가 풍요로운 삶을 선사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언젠가 겨울 아침이었어요. 부대끼는 속을 달래라며 스승님께서 끓여주신 죽 한 사발은 제게 ‘음식이란 무엇일까’란 화두를 던졌어요. 온갖 한약재가 들어간 떡을 갈아 만든 죽이었는데, 제대로 알고만 있으면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간편하고 정성스런 요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 중심을 메운 생각들. 그것은 양념 맛이 아니라 재료의 순수한 맛을 살리는 우리 음식의 본령과도 맥이 닿았다. 요란하지 않지만 적확한 맛과 멋의 우리 음식. 그녀는 삶에서조차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던 게다. 어떤 손님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늘 잘 다듬어진 떡국 재료를 냉동실에 쟁여놓고, 질시루 떡카페와 전자레인지용 떡, 간편하고 정확한 조리 방법을 복원, 개발하는 윤숙자 소장. 그녀로 인해 한국음식은 시나브로 세계에 스밀 것이다. 은은하고 담백하게 세계를 휘어잡을 것이다.
우승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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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진짜진짜 좋아해’에는 주인공 여봉순(유진)이 스웨덴
총리와의 만찬 때 쓸 와인을 깨뜨려 복분자주를 내놓는 장면이 나온다. 뜻하지 않은
메뉴에 총리는 불쾌해하지만 청와대 관저 조리장(김창환)이 복분자주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자 ‘사태’가 잘 수습된다.
이 드라마를 본 워커힐호텔 이민섭 컨벤션
담당과장은 얼굴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기본적으로 테이블에는 그날 나가는 음식이 적힌 메뉴판이
함께 놓여 있다”며 “이런 경우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메뉴판을 바꾼다면 모를까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뜻밖의 메뉴를 맞게 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APEC 만찬, “원더풀” 탄성
하지만 이
장면은 외교현장에서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칫 중요한
손님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교현장에 올라오는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기도 한다. 음식을 통해 은연중에 그 나라의 수준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개최된 APEC정상회의 중 열린 ‘정상들의 만찬행사’는 미국·중국·일본 등 21개국 정상들과 부인들, 해외인사 500여 명과 국내 정·재계 인사 300여 명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초대형 행사였다. 이 행사를 위해 APEC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이미 1년 전부터 각계 한국음식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국 정상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방안을 연구했다.
서비스 요원만 130여 명. 연회장은 무대를 기준으로 정면에 정상과 부인들이 함께
하는 메인테이블이 자리를 잡고 그 뒤에 세계적인 CEO,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앉을 100여 개의 둥근 테이블이 배치됐다.
당시 나간 음식은 전통한식을 외국인들이
먹기 편하게 조금 개량한 것으로 3색 만쌈, 잣죽, 너비아니, 신선로, 전통차와 한과
등이었다. 그릇도 고심한 끝에 백자를 특별 제작했다. 음식의 색감을 살려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 각 정상들의 기호음식이나 기피음식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인규 국무총리실 의전비서관(당시 APEC준비기획단 특별보좌관)은 “이전의 APEC정상회의 사례를 보면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미비한 점이 많았는데 비교적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며 “만찬 후 각국 정상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바버라 부시 여사는 “원더풀, 원더풀”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외교관 부인은 한국요리 전문가
외국에서
활동하는 대사들은 정기적으로 자국 공관에 타국 외교관을 초청해서 파티를 연다.
한국 외교관으로서는 한국음식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주 무기라고
할 수 있다. 30년간 중남미 지역에서 대사로 활약했던 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은 “외교관
중에는 미식가가 많다”며 “한국음식은 그들에게 항상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SET_IMAGE]10,original,right[/SET_IMAGE]물론 음식 준비는 그의 아내 홍갑표 씨 몫이었다. 홍씨는 “한복을 입고 조리법이 까다로운 한식을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사 부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맛도 맛이지만 구절판과 신선로 등 울긋불긋한 색의 화려함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아 준비한 사람으로서도 굉장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초 이태식 주미 대사는 마이크 조핸스 미국 농무장관 일행을 대사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역시 메뉴는 전통 한식이었다. 당시 자리를 함께 한 주미대사관 김재수 농무관은 “한국 대사관저에서 한국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솔직하고 부담 없는 대화를 했다”며 “양국 농업 분야의 이해도 높이고 서로 협조하면서 어려운 문제도 풀어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농업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한국 농민이 재배한 채소로 만든 요리가 등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양국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양성철 전 주미대사는 김치를 좋아하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에게 직접 집에서 담근 김치를 갖다주기도 했다.
신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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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만찬은 어떻게 준비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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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빈 만찬은 대부분 호텔 케이터링(출장연회)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직결된 만큼 호텔 선정부터 철저한 보안과 준비과정을 거쳐 나간다. 먼저 외교통상부나 청와대에서 초대한 나라 정상의 기호음식과 기피음식 등 음식 정보를 제공한다. 가령 이슬람국가에서 온 정상일 경우 절대 돼지고기·햄·개고기·오징어·문어 등 금기음식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 또 채식주의자거나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에도 사전에 호텔로 통보가 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호텔에서는 계절(날씨)과 성별·나이 등을 고려해 2가지 이상의 메뉴를 선정한다. 1차적으로 선정된 메뉴는 청와대 운영관이 최종 결정하고 메뉴가 확정되면 데코레이션과 맛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전 테스트를 거친다. 메뉴를 선정할 때 고려돼야 할 것 중에 또 하나 중요한 사항은 먹는데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생선가시를 발라내야 한다거나 먹고 나서 이에 고춧가루가 끼어서는 곤란하다. 부담스러워 제대로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15개 특급호텔 중 청와대 만찬을 준비하는 곳은 워커힐호텔·신라호텔·롯데호텔 등 3곳에 불과하다. 호텔 입장에서는 수익 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정상의 음식’을 만든다는 강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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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12,original,left[/SET_IMAGE]음식에 대한 평가는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한 평가와 같다. 또 우리 농업이 미래에 사는 길이기도 하고, 현재 워싱턴 주미대사관으로 파견 나가 있는 농림부 김재수 농무관이 ‘한식을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책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김 농무관은 미국은 190여 개 민족과 인종이 모여 먹고사는 ‘식품합중국’으로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김 농무관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식 세계화의 필요성과 미국 현지에서의 한식에 대한 평가 등을 알아봤다.
한식의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는 무엇인가.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첫째는 우리 농업의 문제를 약 30년간 다루어오면서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했는데 식품산업의 발전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농산물을 잘 가공해 고급 식품으로 만들면 몇 배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식은 영양, 재료, 건강과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아주 고급식품인데도 이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많아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식을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음식을 국제화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여겼다.”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우선 그만큼 우리 국가나 국민의 위상도 높아진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외국인에 소개할 만한 문화적 자산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주 불국사, 석굴암, 팔만대장경, 경복궁, 한글 등 어떠한 문화자산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 것이 우리의 고유한 음식이다. 이를 제대로 알고 국제화하여 고급문화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우리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미국 내에서 한식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환경이나 바른 먹을거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식이
자연식이며 발효음식이고 건강과 웰빙음식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주요 신문에 김치가
사스(SARS)와 조류 독감(AI)에 효능이 있고 녹차도 질병예방이나 건강,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한국 음식이 ‘슈퍼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특히 한식이
가지는 문화적 측면에 감동한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5월 4일자에 ‘한국산 숯불구이는
입과 눈과 코, 그리고 손가락으로 즐기는 음식’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식, 일본식, 태국식, 베트남식에 비하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한식의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현지화,
퓨전화부터 시작해 조리법 표준화 등 기술적인 면이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좀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음식 관련 여러가지 덕담 등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를 개발해 문화적 맛과 정취를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식공간 구성이나 식사예절 등 식문화를 개선, 재확립해야 한다. 과거 우리조상들은
음식문화를 철저히 지켰는데 이것이 어느 시기에 사라졌다. 광복 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허기를 채우기에 바빠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이 퍼졌다. 이제는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음식맛을 음미하는 등 나름대로 테이블 매너를 확립해야 한다.”
한식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나.
“‘종가집
김치’는 1987년 최초로 진공포장 김치의 개발로 상품 김치 시장을 선점하면서 수십
종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고급김치나 기능성 김치를 만들어 김치의 브랜드 파워를
증대하고, 공장 견학을 실시하는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잘
알려진 우래옥의 경우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미해 고급스런 한식을 만들고 있다.
호텔식 서비스와 현대식 실내 인테리어, 다양한 음악, 고급스러운 그릇, 외국인 종업원
고용, 단골 고객의 개별 젓가락 사용, 외국인 주방장의 고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한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식당이다. 그 외에도 풀무원 두부는 무공해 건강식품의 개발에
성공했고, CJ의 햇반은 ‘밥’의 시장화로 성공한 사례다.”
현시점에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일본 식품회사 아지노모도가 한국 비빔밥을 브랜드화
하여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 갈비와 불고기도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다국적 식품회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한국 식품은 고수익 산업이다. 다른 나라
상인들이 한국 음식을 상품화하기 전에 미리 우리 한상들이 해야 한다. 세계한상대회가
10월말 부산에서 식품음식 비즈니스 특화전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상들이 국내 식품업계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한식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신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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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한식 세계화 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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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모여 한식 세계화 한브랜드 한식분과위원회 구성… 300가지 한식조리법 표준화
[SET_IMAGE]13,original,left[/SET_IMAGE]한국음식 세계화와 관련된 정책은 그동안 문화관광부와 농림부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진행돼 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는 정부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중구난방이다’ ‘각개전투다’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중구난방’은 지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가이미지위원회 산하에 한브랜드지원협의회 및 5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한브랜드 지원육성과 관련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협의와 정보공유를 통해 부처 간 사업의 중복을 최소화하고 사업효과 극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브랜드는 한류의 지속과 확산의 일환으로 전통문화의
핵심이면서도 자생력이 부족한 필요한 분야를 선정한 것. 분과위원회는
총괄기획(문화부), 한식(농림부), 한글(문화부), 한복·한지(문화부),
한옥(건교부)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한편 문화부와 농림부는 2005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음식조리법 표준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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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의 세계화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상차림이라는 공간전개형에서 코스요리라는
시간전개형으로의 변화다. 한상차림은 먹는 사람을 미리 질리게 하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나 기업 등 외국 손님을 자주 맞는 곳에선 보편화된
방식이다. 다만 최근의 경향은 코스가 간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음식이 들고
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는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을 코스 형태로 내놓을 경우 음식 구성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그만큼 한식이라는 천편일률에서 벗어나 제철음식의 사용 등으로 요리한 사람의
개성과 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 코스는 식전주,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후식 등으로
구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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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1,original,right[/SET_IMAGE]총주방장 필립
바크망 Philippe Bachmann
청소년기부터 요리를 시작한 총주방장 필립
바크망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레스토랑 르 샤토 데스크리몽과 네그레스코 호텔
상트 클레르 레스토랑 등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동안
다녀본 나라만 해도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멕시코, 폴리네시아, 일본, 태국,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 10개국 이 넘는다. 미국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아드리엔느(Adrienne)의
오픈에도 참여했고,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리조트의 총주방장,
웨스틴과 쉐라톤, W호텔 등을 소유한 스타우드 기업의 생레지 보라보라 호텔의 총주방장
등을 역임했다. 또 바크망 총주방장은 1990년부터 세계 미식가 회원으로 전 세계
미식가 회원 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한국 학생들에게 프랑스 음식뿐 아니라 전 세계
음식 문화 동향을 파악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에 한국에 온 필립 바크망 총주방장이 처음 먹어본 한국음식은 ‘Korean BBQ’, 즉 불고기였다. 바크망 총주방장은 “아시아 음식은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바꾼 음식”이라며 “전혀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한국음식에 대한 강렬한 인식은 다른 한국음식을 탐구하는 동력이 됐다. 현재 그가 즐겨먹는 음식은 두부다. 담백한 건강식으로 여러 가지 소스와 잘 어울리는 깔끔한 맛과 영양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바크망 총주방장은 “음식과 조리법에는 한 나라 문화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돼
있다”며 “이는 그 나라의 독특한 관심사와 경제, 그리고 음식산업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음식은 다이어트 요리로서 다양한 재료의 맛들이 잘 어우러진 음식이라고
치켜세웠다. 웰빙식이라는 콘셉트로 세계 시장에 접근한다면 충분히 세계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크망 총주방장은 “아직까지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맛보기 어렵다”며 “개방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SET_IMAGE]22,original,left[/SET_IMAGE]요리장 로랑
벨투와즈 Laurent Beltoise
로랑 벨투와즈 요리장은 다양한 삶의 이력과
위트 있는 말투 그리고 자상한 성격으로 한국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2002년
6월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음식은 김치와 된장찌개였다.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김치의 맵고 신맛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벨투와즈는 그 맛
이면에 문화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된장찌개에서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한국의 가정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벨투와즈 요리장은 “음식과 그
나라의 고유문화 그리고 이미지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며 “한국음식은 다른
아시아 요리에 비해 다양성이 있고 클래식한 느낌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벨투와즈 요리장은 유명한 요리사나 음식문화가 다른 나라에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에 오픈된 한국 레스토랑의 맛과 콘셉트를
점검하고 후원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SET_IMAGE]23,original,right[/SET_IMAGE]제과장 실뱅
뮈스카르 Sylvain Musquar
실뱅 뮈스카르 제과장은 유럽뿐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두루 다녀봐 르 코르동
블루 요리사 중 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다. 특히 한국 방문은 숙대 아카데미에
합류하기 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처음 맛본 불고기의 육즙과 양념의
훌륭한 조화와 감칠맛이 그를 사로잡았다.
최근 그가 주로 먹는 요리는 김치찜과
만두. 그 역시 음식문화의 세계화에 대해 “요리를 빼놓고 그 나라의 문화를 논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특히 한국음식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다이어트식으로도 훌륭하다는
게 뮈스카르 제과장의 평가다. 특히 양념이 발달했고 음식의 색감이 뛰어난 점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역시 한국음식은 너무 알려지지 않은 게 문제다. 뮈스카르
제과장은 “카레처럼 식료품점에 수출할 수 있는 가벼운 인스턴트 음식이나 소스를
개발하는 것도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SET_IMAGE]24,original,left[/SET_IMAGE]제과장 장 피에르
제스탱 Jean-Pierre Gestin
제과장 장 피에르 제스탱은 35년의 경력을
지닌 전문 제과 장인이다.
그가 처음 맛본 한국음식은 삼계탕이다.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내놓는다는 게 의아했고 또 형식이 수프 같아서 보기에도 이상했다. 하지만
맛은 뜻밖이었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찹쌀 그리고 풍부한 국물 맛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는 요즘 만두와 만둣국을 즐긴다. 다른 한국음식에 비해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져 자주 찾게 된다고 한다.
제스탱 제과장은 한국음식은
웰빙할 수 있는 건강식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향신료와 같은 양념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레시피도
문제점이다. 제스탱 제과장은 “요리법이 정리돼 있지 않고 용량 등 그 기준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같은 요리라도 만드는 방법이 너무 다양해서 오히려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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