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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공정한 사회, '문화복지 대한민국'









 

베네수엘라 거리의 아이들이 음악 하나로 삶을 바꿔가는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거리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가 지난 8월 국내에 개봉해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미 ‘한국의 엘 시스테마’가 존재한다. 지난 2월 11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서 놀라운 화음으로 클래식을 연주해 ‘기적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은 부산 소재 ‘소년의 집’ 관현악단이 바로 한국의 엘 시스테마다.

‘세상을 바꾸는 까까머리 소년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 관현악단은 그럴듯한 악기도, 비싼 레슨도 없었다. 그저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실력을 갈고닦아 감동의 무대를 선보이며 세계적 예술도시인 뉴욕 무대에서 세 번의 커튼콜을 받았다.





 

30년간 명맥을 이어온 이 관현악단의 카네기홀 연주 성공 뒤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 씨가 있었다. 우연히 이들의 연주를 듣게 된 그는 지휘 공부를 하는 셋째 아들 정민 씨에게 소년들의 지도를 맡겼고, 자신은 카네기홀 공연과 악기며 연주복 대여를 주선했다는 감동의 스토리가 있다.

이 세계적 지휘자가 불우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한 희망의 전령이 돼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에도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라는 문화체육관광부-교육과학기술부 명예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계층 청소년들과 만나는 등 문화를 통해 많은 아이들의 희망을 키워줬다.

지난 8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나 문화를 누리는 나라, 문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그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문화 서울’을 만들고자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세계적 지휘자인 정 씨를 초빙했고, 그는 “조국의 음악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기꺼이 그 요청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동유럽의 공산체제가 와해된 와중에도 어린 학생들이 공연을 보며 문화적 감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당 국가의 정부 지원이 계속된 데 대해 큰 감동을 받았던 일도 전하며 문화복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리 정부의 문화정책은 문화 기회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이념을 문화복지 분야에서도 실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문화복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계비 지출 항목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문화생활비지만, 문화생활비야말로 어른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개발한 삶에 대한 평가지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공동체 생활과 여가시간이라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50개국 중 물질적 부의 순위에서는 12위였지만 삶의 만족도 순위에서는 36위에 그쳤다.

1988년부터 2, 3년 주기로 국민들이 어떻게 얼마나 문화적 삶을 누리고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문화향수실태’를 조사해온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정광렬 연구기획조정실장은 “누적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상황에 따라 문화생활비가 비례하는 일관된 추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 실태조사에서 가계소득 대비 문화여가비 지출 추이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이듬해 문화여가비는 전년의 5.2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감소했고,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4.6퍼센트로 내려갔다.
 

빈부격차에 따른 문화생활의 양극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2008년)에서 우리 국민의 연간 예술행사 관람률은 2년 전인 2006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1.5퍼센트 상승했다. 그러나 월소득 ‘1백만원 미만’과 ‘1백만~1백99만원’인 가구의 관람률은 오히려 각각 4.6퍼센트 포인트, 6.4퍼센트 포인트 줄었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대도시의 경우 70.6퍼센트가 연평균 5.12회의 예술행사에 참여하지만 군 지역은 48.9퍼센트가 2.63회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실장은 “지금 우리나라 문화소비 수준은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소득과 지역에 따른 문화소비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문화복지가 절실한 분야를 초등학교 저학년 예술교육 분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를 예술을 통한 감수성과 지능, 창의성 개발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꼽고 있지만 공교육 과정의 예술교육이 충분치 않고, 사교육 시장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경우 가장 먼저 교육을 포기하는 분야가 예술교육 분야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확대하기 위해 방과후 교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예술교육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 던디대 연구팀은 어린 시절에 본 TV 색깔이 꿈의 색깔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25세 이하 사람들 중 5퍼센트만이 흑백 꿈을 꾸었고, 55세 이상은 25퍼센트가 흑백 꿈을 꾸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의 깊은 인상이 평생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시기에는 풍부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색색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문화복지의 지향점일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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