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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어르신 문화학교·생활문화 전승 등 문화 프로그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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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래 좋아하세요?”

8월 30일 서울 성북문화원이 개설한 어르신 연극놀이교실인 ‘희喜(희)낙樂(락)’의 열다섯 번째 연습 시간. 연극 초빙강사가 60~80세에 이르는 나이 지긋한 20여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 수강생들에게 뜬금없이 각자의 ‘18번’을 묻는다. 주로 1950, 6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요즘 세대에겐 ‘전설’과도 같은 옛 가요가 줄을 잇는다.





 

한 할머니가 손을 든다.

“‘굳세어라 금순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할머니의 노래를 듣던 강사가 자신의 무릎을 ‘탁’ 하고 친다.

“아, 그럼 6·25전쟁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극을 만들어볼까요. 여러분이 이야기의 살을 붙이세요.”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각자 겪었던 일화들을 털어놓는다. 오래 전 일이지만 기억은 또렷하다. 30분이 지났을까, 이미 한 시간 이상 즉흥극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이야깃거리들이 모였다. 6·25전쟁 중 가장 없는 가족들이 남쪽으로 피난 오고, 큰아들이 집안의 기둥으로 성장해가는 내용의 세부적인 스토리가 구성된다.
 

개인사를 꺼내놓은 어르신이 그 역할을 맡고 ‘스탠바이’. 실제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시대극 촬영만큼이나 분위기는 진지하다. 연습이지만 대사 하나하나에 진솔한 감정이 실린다. 그렇게 어르신들의 ‘문화 외도’가 시작됐다.

이처럼 지역문화원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이 확산 추세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원 측의 공모를 통해 선정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올해에는 ‘어르신 문화학교’ 94곳, ‘생활문화 전승’ 11곳, ‘문화나눔 봉사단’ 26곳이 선정됐다. 성북문화원의 경우 연극 프로그램의 차별화로 ‘어르신 문화학교’를 개설했다.

올해 77세인 임화숙 씨는 이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면서 새롭게 사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십수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이 결혼 후 분가하면서 자연스럽게 10년 전부터 홀로 살아온 그는 지난 6월 친구의 소개로 ‘희喜낙樂’에 참가하게 됐다.

연극의 ‘연’자도 모르고 소질도 없던 그였다. 그러나 2개월여 지난 지금, 매주 월요일 오후 4시부터 2시간가량 열리는 연극교실 수업은 더할 나위없는 생활의 활력소다. ‘희喜낙樂’ 수강생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지만 열성과 체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직접 해보니 즐거워요. 내가 나를 다시 알게 되기도 하고요. 연극에 빠지다 보니 집에 와선 피곤해서 잠도 잘 자게 돼요. 그래서 건강도 지키는 것 같아요.”

오는 10월 연극교실이 끝나지만 임 씨는 앞으로도 다른 ‘어르신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할 꿈에 젖어 있다. 그것이 그에겐 어떠한 첨단 의료 혜택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병원 가면 괴롭잖아요. 의료비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문화 지원을 늘려주는 것이 어쩌면 혼자 사는 노인들에겐 ‘명약’이 될 수도 있어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후원과는 별도로 노인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지난 5월엔 노년층에게 소중한 독서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읽어드리는 ‘북스카우트(Book Scout)’ 80명을 선발해 2인1조로 데이케어센터, 요양원 등 서울 소재 노인복지시설 40여 곳을 주 1회 방문해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6월 말까지 펼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노인 대상 책 읽어주기’ 사업을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엔 ‘취약계층 복지관광’ 사업의 일환으로 홀몸노인을 상대로 ‘브라보 실버 라이프’ ‘홀로 어르신의 겨울 나들이’ ‘즐거운 스파여행’ 등 다양한 테마의 무료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와 함께 농촌 어르신에게 도시 어린이를 손자, 손녀로 맺어줘 문화 효도를 하게 하는 ‘일가일손(一家 一孫)’ 캠페인을 펼쳤고, 한 달에 한 번씩 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전통문화축제를 여는 문화 이모작 사업도 벌였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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