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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대기업, 중소기업 위해 상생의 손 내밀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더딘 체감경기 회복에 가장 효과가 나는 처방은 자금 지원일 것이다. 중소기업청 등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애로사항을 조사해보면 매년 수위를 다투는 부분이 자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돈줄에 목마른 중소기업의 갈증을 채워줄 ‘상생펀드’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상생을 강조하고 나선 이후 LG그룹이 가장 먼저 상생펀드 조성을 포함한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파격적인 규모의 상생펀드 조성 소식을 발표하는 등 대기업과 은행권의 상생펀드 붐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8월 16일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 조성을 포함한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특징은 과거의 상생활동이 1차 협력업체 위주에서 이뤄지던 관행에서 벗어나 2, 3차 협력업체로 지원을 크게 확대해 ‘상생의 울타리’를 넓혔다는 점이다.

지난 6월부터 ‘상생 관련 경영진단’을 실시해온 삼성전자는 80여 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청취한 애로사항과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실천방안을 수립했다.

이 실천방안은 ▲2, 3차 협력업체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협력사 지원펀드’ 조성 ▲원자재를 구매해 제공하는 사급(社給)제도 도입 ▲2, 3차 협력업체 대상 지원 ▲우수 협력업체의 글로벌 기업 육성(2015년까지 50개사) ▲신규 협력업체들에 대한 문호 확대 ▲중소기업 중견전문인력 구직 지원 등이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임원 단위의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두어 협력업체 지원활동을 체계화해온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전액 현금결제를 시행함으로써 협력업체의 현금유동성 개선을 이끌었다. 또 2008년 ‘상생협력실’을 설치해 협력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번 실천방안을 발표한 박종서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은 “최근 상생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그간 삼성전자의 상생활동을 기본부터 점검해보고 협력업체들의 애로사항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면서 “이번에 수립된 7가지 실천방안이 중소기업과 진정한 상생으로 가는 효과적인 해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8월 12일 LG그룹은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 3차 협력업체까지를 대상으로 2천5백억원 규모의 ‘LG상생협력펀드’를 신설해 앞으로 연간 7천4백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LG그룹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상생협력 5대 전략과제’를 확정하고 9월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LG의 상생협력 5대 전략과제는 ▲우수 중소기업 연구개발(R&D)에 5년간 1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하는 그린 신사업 분야 차세대 공동 기술개발 ▲2, 3차 협력업체까지를 대상으로 한 자금 지원 및 결제조건의 획기적 개선 ▲협력업체를 통한 장비 및 부품소재 국산화 확대 ▲인재 개발 등 협력업체의 장기적인 자생력 확보 지원 ▲협력업체 요청사항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상생고(相生鼓) 신설 등이다.

LG상생협력펀드는 LG 계열사들이 기업은행에 1천억원을 예치하면 기업은행이 1천5백억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총 2천5백억원 규모로 조성되며, 기업은행은 이 자금을 LG의 1, 2, 3차 협력업체에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네트워크론’ ‘패밀리론’ 등 3천7백억원, 그리고 기타 자금 지원 등과 함께 이번에 새로 개설하는 상생협력펀드 2천5백억원까지 협력업체들에게 연간 총 7천4백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LG는 그동안 협력업체들에 대해 현금과 전자어음을 혼용한 ‘현금성 결제’로 대금 지급을 해왔으나 향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부터 1백 퍼센트 현금결제로 확대하고, 대금 지급 횟수도 월 최대 6회까지 늘려 협력업체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해줄 계획이다.

 

 

포스코의 상생 프로젝트도 이미 가동 중이다. 포스코의 12개 계열사는 8월 18일 업계 처음으로 1만5천1백50개 1~4차 협력업체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기금으로 모두 1조7천5백68억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상생협약에는 1차 협력업체(2백98개사)가 2, 3차 협력업체(1만1천7백83개사)와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를 지렛대로 삼아 2~4차 업체에까지 상생효과가 파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상생협약은 포스코가 1차 협력업체와 납품단가 인상계약을 맺을 경우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서 납품받는 단가도 역시 인상하도록 명시했다. 또 월 8회 대금 지급 등 결제조건 개선과 ‘테크노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및 교육훈련 지원 등도 포함됐다.

한편 대기업들의 상생펀드 조성에 이어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2조3천억원의 자체 특별자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GS건설과 함께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업체에 최대 4백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GS건설이 하나은행의 상생협력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GS건설의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장 숨통을 틔워주는 자금 지원만이 상생은 아니다. 더디게 가더라도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상생방안들도 마련되고 있다.

STX그룹은 협력업체의 경영 애로사항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STX 협력업체 대표와 R&D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기술개발 필요품목 설명회’를 열어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건조에 필요한 신규 아이템과 향후 시장동향 등에 대해 설명했다.

STX는 흔히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하던 협력업체 관리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한 ‘STX 멤버스’ 프로그램을 그룹 출범 때부터 운영하며 협력업체들과 다양한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

STX는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원자재 가격 데이터를 협력업체들에 제공하고 있다. 또 매년 우수한 협력업체 실무진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중소 협력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STX조선해양은 지난 4월 경남도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내년까지 4백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특별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STX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은 시설자금, 운전자금 등을 낮은 이자에 장기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또 중국 다롄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 10개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자본금 7억원의 유한회사를 설립해 STX 다롄 생산기지 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 경영 컨설팅 등을 펼치고 있다.

 

 

KT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다짐하는 ‘3불(不)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전담할 ‘컨트롤 타워’ 신설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7월 12일 서울 광화문 본사 올레스퀘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방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이를 전담 관리할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담조직은 사업제안, 사업화, 구매 등 단계별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분야별 전문인력을 배치해 중소 협력업체, 개발자들과 다양하고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KT가 이날 선언한 3불정책은 태생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설령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을 보상함으로써 서로 신뢰를 쌓아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정책은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말미암아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선언 및 해당 전략으로 구성됐다.

이 회장은 이날 “중소기업과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국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터를 닦는 일”이라며 “지속적인 개방정책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고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열어가는 데 KT가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각 계열사의 중소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상생 CEO 세미나’의 올 하반기 과정을 8월 25일 시작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SK그린빌딩 20층 상생아카데미 전문 교육장에서 진행되는 이 세미나는 SK그룹이 2006년 시작한 협력업체 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SK 상생아카데미’의 일부다. 5개월간 매월 1회 조찬세미나 형태로 열리는 SK그룹 중소 협력업체 CEO들의 경영역량 제고를 위해 마련한 전문 교육과정이다.

국내 각 대학의 유명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며 경영전략, 마케팅, 리더십,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2007년 첫 과정이 열린 이후 올 상반기까지 총 1천3백35명의 CEO가 수료했다.





 

SK 상생아카데미는 “일회성 상생 프로그램보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최태원 회장의 지론에 따라 문을 열었다. 이 아카데미는 상생 CEO 세미나 외에 협력사 핵심 부·차장을 대상으로 한 ‘상생 MDP(Management Development Program)’, 온라인 교육과정인 ‘상생 e-러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상생 MDP는 경영전략, 재무, 회계, 마케팅 등을 교육하는 ‘미니 MBA’ 형태로 운영된다. 상생 MDP과정은 지난 5년 동안 1천8백명이 수료했고, 온라인 과정은 9만8천명이 넘는 협력업체 직원이 학습에 참여했다. 이들 3개 전 과정을 합치면 10만명을 웃도는 협력업체 임직원이 교육에 참여한 셈이다.

SK는 상생아카데미 수강을 희망하는 협력사 임직원 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조만간 강의 시간과 교육 인원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교육과정을 주관하는 SK아카데미의 장종태 리더십센터장은 “(중소기업에) 물고기를 직접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믿음에서 공들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생펀드거나, 상생협력이거나, 기업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경제성장의 그늘에 가려질 수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그들은 상생의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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