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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노래 춤 비주얼 3박자 코리아 인베이전




걸 그룹 ‘카라’가 왜 갈라질 위기에 있는가를 취재하던 일본 잡지 ‘주간문춘’의 간노 도모코 서울특파원은 “아이돌 그룹의 시작은 일본인데 근래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가공할 수준이다. 아마도 일본 아이돌 그룹은 조만간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봐도 일본의 가수들보다 한국의 가수들이 모든 부분에서 우월하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능한 도모코 씨는 대화 중에 ‘신한류’, ‘제2의 한류’라는 표현을 수차례 들먹였으며 지금 일본 전체에 한국 가수로 인해 소용돌이가 일어난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내한공연을 가진 재일 한국인 출신 음악가 양방언의 얘기도 유사하다. 일본 나가노 현에 거주하는 그는 한국의 음악이 일본을 휘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경이감을 나타냈다.

“이건 너무 놀랍다. 한류는 한마디로 대성(大成)이며, 엄청난 비즈니스가 됐다. 이것은 문화는 물론 역사인식의 측면에서 비로소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전까지는 한마디로 무관심 상태였다.”




2010년부터 다시 불붙은 한류의 기세는 ‘코리안 인베이전’ 또는 ‘케이팝(K-POP) 인베이전’이란 신조어 하나로도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인베이전이란 습격, 침공이란 의미다. 즉 세계 각국에 한국과 한국의 대중가요가 마치 침공을 가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다.


‘코리안 인베이전’은 과거 1960년대 비틀스를 비롯한 많은 영국 밴드들이 제 집 드나들 듯 마구 미국 땅을 공략했다는 의미에서 나온 ‘브리티스 인베이전(영국의 침공)’으로부터 응용된 말이다.

케이팝 인베이전은 일본과 중국에 한하지 않는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상승의 흐름이 현저하다. 가수의 면면을 보면 일본의 경우, 최근 매체의 화제를 독점하고 있는 카라와 소녀시대에 머물지 않고 동방신기에서 갈라진 JYJ, 빅뱅, 샤이니, 2PM, 그리고 막 출항한 2NE1 등 많은 가수가 활약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된 1차 한류의 주역인 HOT, 베이비복스, 그리고 보아 등 몇몇 수준이 아니라 ‘다수’의 맹공이다. 초기 한류 때는 인베이전이란 말도 나오지 않았다.

2009년 <쏘리 쏘리>라는 곡으로 최고 음반 판매량을 보인 아이돌 남자그룹 ‘슈퍼주니어’는 중국은 물론, 특히 대만, 필리핀, 태국 등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 지역에서는 2PM도 막강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스타가수가 내린 동남아 지역 공항에서 10대 팬들이 와르르 몰려드는 소동은 이제 일상사가 됐다.

포미닛은 지난해 필리핀 방문 때에 국빈급 대우를 받았고 대만과 홍콩의 인기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멤버 현아는 이들 국가의 기성세대한테 주요 관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싱가포르를 정복했다. 한류의 뜨거운 흐름이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신한류의 위력은 국내 음악계에서 인지도가 낮음에도 해외에서는 인상적인 실적을 쌓고 있다는 점으로도 확인된다. 남성 아이돌 ‘티맥스’와 ‘초신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3인조 티맥스는 일본에서 소극장 무대를 공략하면서 인기를 넓힌 결과, 이제는 3천 석 규모의 큰 극장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으며 2009년 말에는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을 잇는 릴레이 콘서트로 상종가를 쳤다.

최근 신한류의 핵심 팀은 뭐니 뭐니 해도 카라와 소녀시대다. ‘엉덩이춤’ ‘루팡춤’의 주인공 카라는 지난해 일본 도쿄 쇼케이스에서부터 인기가 폭발해 현재는 일본 최고 인기가수라고 할 만큼 가공할 열풍 속에 있다.


일본의 최고 스타 아무로 나미에와 닮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 받는 멤버 구하라를 비롯해 강지영, 니콜, 규리, 한승연 등 다섯명 모두가 정상의 인기를 호령한다. 카라의 해체 위기에 일본 언론과 팬들이 흥분하는 것은 그만큼 카라의 인기가 막강하다는 반증이다. 일본 언론은 “동방신기도 그렇고 카라도 그렇고 유독 일본에서 사랑받는 그룹이 왜 깨지는 것인지 아쉽다”는 논지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소녀시대는 일본에서는 카라에 뒤진 듯하지만 아시아 전체로는 넘버원이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통해 슈퍼스타 대접을 받았고 일본에 이어 태국과 대만 시장 정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녀시대 아홉 멤버 모두가 비욘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에서도 급속 부상 중이다.

한류의 최종 목표라는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을 선점한 비(정지훈)에 이어 보아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 명함을 내밀었다. 주지하다시피 원더걸스는 지난해 권위 있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 <노바디>로 한국 가수 사상 최초로 순위(76위)에 진입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2009년 11월 미국 타임지 인터넷 판 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임 인터넷판은 ‘빅뱅 이론’이라는 위트 있는 타이틀로 ‘한국의 아이돌 그룹 빅뱅이 비를 이을 차세대 한류 스타’라고 보도했다. ‘여전히 비가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일군의 가수들도 열심히 뒤따르고 있다. 빅뱅은 그중 가장 유망한 그룹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일군의 가수들’이라는 표현이다. 미국시장에서 시작은 아직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만이 아닌 미국 음악계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까지 왜 그런가. 미국 상륙의 전초전 혹은 수련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출신 ‘일군의 가수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을 거쳐 검증된 가수들이 언제든 미국시장을 공략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소녀시대가 이를 증명하기 직전이다.

왜 한국의 대중가수에게 아시아 사람들, 그리고 구미 사람들마저 열광하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경제력과 해외진출 역사에서 우위에 있는 일본의 제이팝(J-POP)이 왜 케이팝에 뒤지는 것일까.

일본의 음악계도 ‘아시아 음악시장의 주류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인정한다. 우리 대중가수들의 막강 흡인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인가.

흔히 무대에 임하는 엔터테이너에게 요구되는 3대 조건으로 노래(Singing), 춤(Dancing), 비주얼(Looks)이 꼽힌다. 공연에서 돋보이려면 무엇보다 노래를 잘하고 율동이 매력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요즘은 준수한 외모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모르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이 세 가지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먼저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춤은 너무도 조직적이고 힘차며 잘 짜인 프로그램 속에서 움직인다. 일본 아이돌 그룹의 춤 동작은 우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강한 임팩트에서 밀리는 것이다. 노래는 수긍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립싱크와 가창력 부재로 국내 언론과 평단의 질타를 받아 왔지만 대만과 일본 가수들의 답답한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이 상대적으로 빼어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기준이 미국 가수들이라면 부족할지 몰라도 아시아권에서 한국 대중 가수들의 가창력은 최고 수준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보아가 일본 열도를 석권한 원동력은 격렬한 춤 속에서 놓치기 쉬운 노래실력을 겸비한 덕분이었다.


외모는 거의 글로벌 특급이다. 왜 비가 ‘한국의 저스틴 팀벌레이크’이며 왜 소녀시대가 ‘전원 비욘세’겠는가. 특히 걸 그룹의 특장은 비주얼이다. 일례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과 나르샤의 미모에 싱가포르 팬들은 맥을 못 춘다. 유럽 진출을 노리는 한 기획사 대표는 “해외 음악시장을 조사해 보면 한국 팝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게 한국 여가수들의 매력적인 비주얼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화두가 ‘코리안 걸’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디밴드 ‘국카스텐’은 2009년 8월 일본 시부야에서 있었던 ‘뮤직데이’ 행사에 참여했을 때 일본의 팬들이 알아보는 데에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도 우리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우리를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한국의 TV프로 <러브레터>에 출연한 것을 보고 그 뒤 열성 팬이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TV프로도 크게 작용하지만 신한류의 결정타는 국경이 없는 IT세대의 지원과, 특히 마치 빛의 속도로 퍼져 가는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 등 이른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파괴력이 절대적이다. 국경이 없는 네티즌들이 재빨리 한국 인기가수의 정보를 파악해 팬덤을 구축, SNS를 통해 정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는 그래서 필리핀에 가기도 전에 이미 슈퍼스타였다.

완연히 날개를 편 한류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우선 아이돌 그룹으로 편중된 협소한 콘텐츠의 한계는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에는 댄스음악밖에 없냐?”는 현지인들의 불만을 가볍게 넘겨서는 곤란하다. 관계자들은 아이돌 그룹에 쏠려 있는 현실이 한류를 혐오하는 이른바 ‘혐한류’를 가져올 소지가 있음을 경고한다. 어린 팬들이 열광하는, 반응이 빠른 틴 마켓을 전제해 아이돌 그룹으로 현상을 만들어냈다면 앞으로는 록, 재즈, 민족음악, 포크 등 장르를 다변화해 깊숙이 천착하는 예술적 조정기로 이동해 갈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제는 문화의 쌍방향 교류를 적극적으로 의식해야 한다.
“한국의 가수는 막 들어오고 우리 가수는 한국에서 안 된다”는 인식이 고착되면 혐한류로 번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막 일본의 슈퍼스타인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히트곡을 2AM, 비스트, 지나 등 한국가수가 우리말로 리메이크해 그의 한국 진출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준 것은 고무적이다.

무차별적으로 너무 많은 가수가 외국에 진출하는 것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교통질서가 요구된다. 한류의 실적에 취하는 단계를 벗어나 모처럼 획득한 ‘문화적 프라이드’를 긴 호흡으로 유지할 수 있는, 차분하고 지혜로운 방법론 모색에 골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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