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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무보증·무담보로 희망 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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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박성재(가명·경기 부천시) 씨. 온 나라가 한일월드컵으로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던 2002년 여름,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베트남전에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뒤 술과 노름에 빠졌다가 10년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주차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두 차례 뇌종양 수술, 의안(義眼) 수술, 치과 수술 등으로 보훈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국가유공자여서 수술비와 진료비는 무료였지만 시각장애인인 어머니에게 간병을 맡길 수 없어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간병비로 지불해야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병석에 누워 있던 아버지는 2007년 급기야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 지 1년 2개월 만에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로 돌아가셨다.
 

당장 장례비가 필요한데 수년간 간병인을 쓰다 보니 그와 어머니는 이미 은행대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용이 바닥난 상태였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나자 남은 건 빚뿐이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을 달랠 겨를도 없이 연일 빚 독촉이 이어졌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그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근로복지공단의 ‘희망드림 근로자생활안정자금 대부’였다.

“신용회복이 막 끝난 터라 반신반의하며 대출을 신청했는데 서류심사와 상담을 마친 뒤 7백만원을 빌려줬어요. 누군가 살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말할 거예요. 기댈 데라곤 없는 저에게 한 줄기 희망을 안겨준 근로복지공단이라고요.”

박 씨 같은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희망드림 근로자생활안정자금 대부는 대상을 가리는 기준이 엄격하다. 이를 이용하려면 근로자가 융자 신청일 현재 소속 사업장에서 3개월 이상 근속 중이고, 월평균 급여가 1백7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연리 3퍼센트, 1년 거치, 3년 균등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장례비, 혼례비, 의료비를 최고 7백만원까지 융자받을 수 있다.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직 근로자는 1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노부모를 모시는 근로자에게는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의 요양비를 3백만원까지 같은 상환조건으로 빌려준다.

특히 금융채무 불이행자만 빼고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융자가 가능해 소득이 적은 저신용 근로자는 장기 저리의 대부를 연 1퍼센트의 신용보증료만 부담하고 이용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2002년부터 근로자 신용보증제도를 도입해 무보증, 무담보로 대출해주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올해 예산은 2백87억6천4백만원이며 7월 말 현재까지 2천4백17명이 1백48억7천9백만원을 빌려갔다.
 

직장생활 8년차에 두 아이의 아버지인 윤재동(가명·인천시 남구) 씨.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자동자수기 분야 세계시장 1위의 건실한 중견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해온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몇 달치 월급이 밀리자 생계를 해결하려 은행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래은행에서조차 대출을 꺼렸다.

절망감 속에서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던 그는 임금체불 근로자에게 생계비를 저리로 빌려주는 근로복지공단의 ‘희망드림 근로자임금 대부’ 사업의 도움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

희망드림 근로자임금 대부는 융자 신청일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의 재직 기간 동안 1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받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계가 곤란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근로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한다.

융자 한도는 7백만원. 융자 조건은 연리 3퍼센트, 1년 거치, 3년 균등분할 상환이다. 올해 예산은 2백억원이며 7월 말 현재까지 3천5백85명의 임금체불 근로자에게 1백73억8백만원이 지급됐다.

2005년 5월 산업재해로 남편을 여읜 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연금을 받고 있던 최은조(가명) 씨는 최근 자녀의 결혼으로 목돈이 필요했다. 유족연금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던 최 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근로자생활안정자금 대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융자를 신청해 혼례비 7백만원을 빌렸다.

최 씨는 “딱히 자금을 융통할 길이 없어 막막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빌린 돈으로 결혼식을 무난히 치를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산재근로자생활안정자금 대부는 산재보험법에 근거한 사망 근로자의 유족(수급권 1순위자), 상병보상연금 수급자, 1~9급의 장애등급 판정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융자 사유에 따라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 차량구입비, 주택이전비, 사업자금을 ‘연리 3퍼센트, 2년 거치, 3년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빌릴 수 있다. 이 중에서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는 7백만원까지, 나머지 자금은 1천만원까지 융자가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가 장기 직업훈련에 전념해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사업도 펼치고 있다.

융자 대상은 고용노동부가 인정하는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연소득 2천4백만원 미만의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업자로, 남은 훈련 기간 범위 내에서 최고 6백만원까지 빌려준다. 융자 조건도 연리 1.0퍼센트, 3년 거치, 5년 균등분할 상환으로 파격적이다.
 

글·김지영 기자


희망드림 근로복지넷 전화 1588-0075 홈페이지 www.work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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