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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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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자원봉사활동은 활발하고, 후진국의 자원봉사활동은 활발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선진국의 자원봉사활동은 활발하고, 후진국의 자원봉사활동은 활발하지 못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원봉사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연구하면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과제다.

국가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7천 달러에서 1만 달러에 도달할 때 각종 사회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산업공해나 환경문제, 실업자문제, 노사문제, 청소년문제, 장애인 및 노인 등 각종 사회복지에 관한 문제 등이 급증하게 된다. 국가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이렇게 급증하는 사회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중진국 과정을 거쳐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7천~8천 달러에서 계속 머물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국가 중심으로 해결하면서 국민들의 참여를 제대로 유도하지 못한 남미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 해결에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적극 권유해왔다.

선진국의 자원봉사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자원봉사자들을 적극 활용해 대처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매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인건비로 계산하고, 후원하는 총금액을 산정해본 결과 미국 전체 예산의 5퍼센트에 해당한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이러한 자료를 참고해보면 미국의 자원봉사활동은 보편화되어 있고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자원봉사활동도 하루아침에 활발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예를 보면 이들 나라도 끊임없이 자원봉사 관련 조직들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권유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2004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년을 지낸 바 있다. 1년여의 미국생활을 하면서 ‘왜 미국에서는 국민의 절반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어보려고 노력했다.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얻은 결론은 미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자원봉사활동을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ask)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자원봉사활동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자발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그렇게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선진국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들이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자원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아진 것은 선진국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 정책과 민간의 참여가 상호 조화를 이룬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강압적인 정책만으로는 자원봉사활동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자원봉사활동이 발전해온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들을 향한 자원봉사의 제도적 권유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국과 미국의 자원봉사활동을 연구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항목들은 눈에 보이는 제도적인 자원봉사의 권유정책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민간의 자발적인 영역을 함께 발굴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영국은 자원봉사활동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전개해왔을까. 주요 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1960년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창립된 평화봉사단(Peace Corps)을 들 수 있다. 평화봉사단은 저개발국가의 교육, 빈곤, 기술개발, 의료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미국의 청년들에게 제공하고자 창설됐다.

둘째, 1964년 존슨 대통령은 국내 평화봉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VISTA(Volunteers In Service To America)를 조직했다. 평화봉사단과는 다르게 1950년대부터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설됐다.

셋째는 1967년 뉴욕시가 시작한 프로그램이 제도화되어 전국적으로 확대된 은퇴노인 자원봉사 프로그램(RSVP·Retired Senior Volunteer Program)이다. 1969년에 합법화된 이 프로그램은 학력, 소득, 경험 등에 대한 특별한 요구사항이 없이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역사회 내 공공기관이나 사적 민간조직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넷째, 1990년 5월 부시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설립된 촛불재단(POLF·Point of Light Foundation)이다. 전국 및 지역사회봉사법(The National and Community Service Trust Act)이 제정된 이후 이 재단은 당시 자원봉사 전국협의회인 볼런티어(VOLUNTEER)와 통합해 자원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자원봉사자를 확산시키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 밖에도 ACTION, 대학생자원봉사단, 미국봉사단 등 많은 자원봉사 관련 단체가 조직되어 일반 국민들이 어느 곳에서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특히 미국의 자원봉사활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 국가나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권유해온 것이다.

그리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입학시험이나 졸업 후 회사에 취업할 때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해왔다. 자원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원봉사활동을 권유하는 측과 이를 받아들여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일반 국민들이 뜻을 같이해 서로 호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

사자성어에 줄탁동기( 啄同機)라는 것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양자가 서로 해결해나가려고 할 때 자원봉사활동은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다.
 

글·김범수(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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