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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시어머니 모시느라 힘들지?”

“괜찮아요. 시어머니한테도 엄마라고 부르면서 편하게 대해요.”

“우리 딸, 참 착하구나. 나도 중풍으로 누우신 시어머니를 18년이나 모셨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잘 안단다.”

“저는 시어머니한테 잘해드릴 자신 있어요.”

엄마와 딸의 대화가 정겨웠다. 아들만 셋을 둔 서울적십자사 봉사회 마포지구협의회 박선순(62) 회장은 올해 딸을 얻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송세홍(37) 씨와 엄마와 딸이 되기로 한 것이다. 박 회장은 봉사활동으로 바쁘고 송 씨도 다섯 살, 5개월 된 딸 둘을 키우는 터라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모녀는 전화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박 회장이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자 송 씨는 “친딸처럼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나중에 엄마처럼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여성단체연합 박경자(69) 회장은 베트남에서 시집온 황경화(22) 씨의 친정엄마가 됐다. 박 회장은 “고향을 떠나서 낯선 나라에 왔는데 우리가 보듬지 않으면 정을 붙일 수 있겠느냐”며 “음식, 예의범절, 풍습 등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여기서 잘살 수 있도록 지켜줄 것”이라고 딸을 챙겼다. 황 씨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야기를 나눠 보니 엄마가 참 좋다”며 “지난 가을 일산으로 같이 소풍 갔을 때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모녀는 언젠가 함께 베트남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정겨운 단어 엄마. 특히 결혼한 여성에게 친정엄마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존재다. 더욱이 남편 하나 믿고 낯선 나라에 시집와서 사는 결혼이민여성들은 친정엄마를 떠올리며 눈물짓는 순간이 많을 것이다.

서울 마포구는 결혼이민여성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3월 50명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친정엄마를 맺어주었다. 마포구청 가정복지과 류보현 여성정책팀장은 “결혼이민여성들은 대화 상대가 많지 않아 우리말을 배우는 속도가 늦고, 외국생활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감이 있는 데다 가족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주지 않아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한국인 멘터로 친정엄마를 맺어줘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에는 2008년 말 기준으로 구청에 등록한 외국인이 7천7백42명, 다문화가정이 4백27가구 1천2백여 명이 있다. 마포구는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친정엄마를 맺어주기 위해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인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와 마포구건강가정지원센터의 외국인 여성들을 방문하고 마포구 내 다문화가정 4백 가구에 안내문을 발송해 도움이 필요한 결혼이민여성 50명을 찾았다. 또 마포구 내 16개 여성단체의 회장들과 다문화가정 지원에 관심이 많은 50, 60대 여성들 50명으로 친정엄마를 구성했다.

그동안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송편 빚기, 한복 입고 예절 배우기, 감사편지 교환하기 등의 행사가 열려 결혼이민여성들은 한국문화를 익히고, 친정엄마와 딸들은 한층 가까워졌다. 12월 8일에는 아프리카 신생아에게 전달할 털모자를 뜨기 위해 1백여 명의 모녀가 모였다. ‘신생아 털모자 뜨기’는 아프리카의 아기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밤낮의 기온차로 인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류 팀장은 “주로 도움을 받는 처지인 결혼이민여성들이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해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문의 마포구청 가정복지과 전화 02-3135-8921

 

 


 

11월 14일 오후 4시 서울 성북구청 4층 성북아트홀에서 ‘따뜻한 결혼식’이 열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클류신 이고르(32) 씨와 김 옥사나(27) 씨가 백년가약을 맹세하는 자리였다. ‘고려인’으로 할아버지의 나라에 와서 외국인 근로자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이 아름다운 예복과 꽃 장식, 축가단까지 갖춘 결혼식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고르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도 및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고, 김 씨는 사마르칸트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생활을 했다. 이들은 한국 선교사들이 우즈베키스탄에 세운 중현교회에서 만나 이고르 씨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후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생활 8년째인 이고르 씨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올봄에 한국에 온 김 씨는 넥타이공장에 다니고 있어 결혼식이 부담이 됐다.

이번 결혼식은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 결혼식을 올려주고 있는 자원봉사 모임 ‘행복한 하늘’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행복한 하늘’은 (주)엠보이스의 정권 대표 등 회사 임직원 5명, 중앙일보 청소년기자단 10여 명, 삼육대학 메이크업과 학생 8명, 이 밖에 개인 봉사자들이 뜻을 함께하는 작은 모임이다.

‘행복한 하늘’ 안병옥(47) 회장은 “전에는 장애아동이나 노인시설, 고아원 등을 찾아가 요리봉사를 주로 했었는데, 일반적인 봉사는 하시는 분들도 많아 사회적 관심이 덜 가는 곳을 찾게 됐다”며 “특히 여성들에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평생 한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식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고르 씨 부부의 결혼식은 ‘행복한 하늘’이 준비한 첫 번째 ‘작품’이다. 안 회장은 “처음에는 가벼운 발상에서 시작한 일인데, 막상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니 일생의 중대사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신경 쓸 일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웨딩사진 촬영, 드레스와 턱시도 시침질, 신부 마사지 등 결혼식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처음엔 우리가 진짜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결혼식이지만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멋진 결혼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어서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결혼식에는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안 회장은 단체 임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고 있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고마워했다. 예식장은 성북구청의 도움을 받았다. 성북구청은 신랑과 신부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성북구에 거주하는 경우 결혼식장 우선 사용권을 주고 성북구 주민이 아니더라도 구민들과 예식 날짜가 겹치지 않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안 회장은 “간혹 결혼식 봉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어 업체 홍보를 위한 도움은 거절하고 있다”며 또 “현금 후원도 받지 않고 필요한 물품만 현물로 받는 게 ‘행복한 하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무료 결혼식 신청을 받으면 예비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엔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식장 정도만 무료고 다른 비용은 다 부담해야 하는 무늬만 무료인 결혼식도 적잖이 있거든요. 하지만 모든 비용은 다 저희가 부담합니다. 1백 퍼센트 무료입니다.”

안 회장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뒤로하고 결혼식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신랑 신부를 대할 때, 그들이 고맙다며 눈물지을 때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고르 씨 부부의 결혼식은 고려인 3세가 핏줄의 나라 한국에 와서 올린 결혼식이라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신부 어머니가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이방인이라는 차별을 받아왔는데, 그래도 같은 민족인 한국에는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말해서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안 회장은 “결혼식 봉사를 하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하늘’이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며 “처음엔 준비해야 하는 소품이 많았고 자원봉사자들도 처음이라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이젠 나름대로 시스템이 갖춰졌다”며 “결혼식 비용이나 내용에 대해 걱정 말고 많이 신청하시라”고 말했다.

문의 ‘행복한 하늘’ 전화 010-3526-1969 홈페이지 cafe.naver.com/1004happysky

서울 성북구청 가정복지과 전화 02-920-3279




 

12월 10일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마당에 20여 대의 휠체어들이 줄을 섰다. 한 달에 한 번 휠체어를 ‘목욕’시키고 정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휠체어 이동 서비스’라고 쓰인 1톤 트럭에서 휠체어 세척과 정비 장비가 내려지고 ‘장애인이동편의지원센터’ 김귀복(47) 부장과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압축공기로 휠체어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날려보낸 후 스팀세척기로 휠체어의 오염을 제거했다. 팔걸이, 배터리 통, 발판, 바퀴 등 구석진 곳은 손걸레로 닦아냈다. 또 레이저로 진드기와 세균을 죽이는 소독을 하고 왁스를 발라 윤기를 냈다. 세척만이 아니라 헐거워진 나사가 있는지, 고장 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휠체어 방석과 바퀴의 공기를 조절했다. 휠체어 한 대당 20~30분씩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한겨울에도 땀이 났다.

휠체어를 세척하고 정비하는 김 부장도 3급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지만 다른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저는 3급이니까 1, 2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일반인보다는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 수 있죠. 평소 휠체어를 잘 점검하면 장애인들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거든요. 지난해 6월 장애인 봉사단체인 곰두리봉사협회의 고만규 회장님이 이런 생각을 실현해 노원구청의 지원으로 ‘장애인이동편의지원센터’를 열고 ‘휠체어 이동 서비스’를 시작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다. 휠체어도 자주 세척해야 하고 안전을 위해서는 틈틈이 부품을 조이고 수리해야 한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직접 휠체어를 세척하고 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이동 중에 휠체어에 고장이 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꼼짝할 수가 없다. 하지만 노원구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겨도 큰 걱정이 없다. ‘장애인이동편의지원센터’가 있어 휠체어 세척과 수리는 물론이고 이동 중 고장이나 방전 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 이동 서비스’는 긴급 출동 외에 노원구 내 복지관을 한 달에 한 번씩 순회하면서 복지관의 휠체어와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세척하고 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휠체어 세척과 경정비를 원하는 사람은 장애인이동편의지원센터나 가까운 복지관에 신청하면 된다. 세척과 경정비는 무료지만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경우에는 부품 값을 내야 한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해 2만원까지는 무상으로 부품 교체를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생활이 대부분 어려운데 휠체어 부품이 10만~20만원의 고가이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중고 부품을 구해 무상 수리를 해드리기도 하는데 부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건이 어렵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이 난다는 강 부장은 “제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으니 더 열심히 ‘휠체어 이동 서비스’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이혜련 기자

문의 장애인이동편의지원센터 전화 02-971-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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