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태안의 바다를 위협하던 ‘검은 재앙’을 기억하는가. 그리고 비탄에 빠진 태안의 생태계를 살린 자원봉사자들의 긴 행렬을…. 푸른 생명을 위협하던 검은 기름띠와 맞선 붉은 심장의 인간띠, 이들의 아름다운 헌신은 검은 재앙을 몰아내는 기적을 낳았다.
지난 12월 7일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에서는 주민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안 기름유출 사고 2주년 보고대회가 열렸다. 피해복구와 보상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은 ‘검은 재앙’으로 불린 기름유출 피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1백20만 자원봉사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와 삼성물산 소속의 해상크레인 부선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1만2천5백여 킬로리터의 원유가 유출됐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라는 수식어가 나돌며 단번에 양식장이 파괴되고 죽은 물고기들이 해변에 나뒹굴었다.
일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태안 주민들의 모습에, 아름다운 태안의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스크와 비닐 우의, 비닐 장갑과 장화 정도만 갖춘 남녀노소 자원봉사자들은 기름 흡착지가 모자랄 땐 헌 옷과 헌 플래카드를 잘라가며 손으로 일일이 검은 기름띠를 걷어냈다.
그리고 2년 후. 회복에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외국 환경전문가들의 예언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태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태안자원봉사센터장 가순례(56) 소장은 “그때는 소장이 아니라 일반 자원봉사자로 함께 기름띠를 걷어내고, 매일 그 많은 자원봉사자들 간식 준비하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때로는 가족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름띠를 제거하는 모습에 감동받았고, 태안 사람으로서 무척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태안의 기적’을 낳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비단 태안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사회복지 사각지대는 물론 대형 사고 및 재난 현장, 국가적인 행사와 지방자치단체 축제 현장까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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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사회복지 자원봉사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인증관리에 등록한 우리나라 자원봉사자 수는 모두 2백52만1천여 명이다.

자원봉사는 경제적인 가치도 크다. 전국 2백48개 자원봉사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자원봉사 참여율은 20퍼센트에 이르며 연간 자원봉사활동 총시간은 약 6억6천5백19만 시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자원봉사활동의 경제적 가치는 노동부 고시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2006년 1천2백97억원, 2007년 1천9백47억원, 2008년 2천2백5억원이며, 올해에는 2천4백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봉사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금액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은 새로운 진기록을 만들기도 한다.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서울 용산구 옛 수도여고 운동장에서는 자원봉사자 7천5백여 명이 저소득층에게 나눠줄 김장을 담그는 전국 최대의 ‘매머드급 김장 담그기’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사용된 재료만 해도 배추 5만 포기, 무 2만 개, 대파 2천 단, 쪽파 2천8백 단, 마늘 1.2톤, 생강 4백 킬로그램, 새우젓 6백20킬로그램, 멸치액젓 3.2톤, 소금 7.4톤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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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원봉사센터들의 협력체제 구축과 운영 지원,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는 1년 3백65일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자원봉사전화 1365를 운영하고 있어 국민들이 어디에서나 국번 없이 1365를 누르게 되면 해당 자원봉사센터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자원봉사 시스템도 활성화돼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주)NHN,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누리꾼(네티즌)의 자원봉사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자원봉사 온·오프라인 연계 시스템 ‘네이버 해피빈’이 지난 4월 6일 개통되어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누리꾼은 네이버 해피빈에 접속해 노력, 교육, 재능, 상담, 의료, 문화, 공익활동, 행정업무 등 자신의 전문성이나 특성에 맞는 지역별, 분야별 봉사 일감을 손쉽게 찾아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자원봉사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물질적 손상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을 위해 자원봉사자 상해보험 가입을 확대해 2008년 7만명, 2009년 17만명에서 2010년에는 전체 활동봉사자 가입을 추진한다. 또 자원봉사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문화이벤트 무료초청, 건강검진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자원봉사 인증·보상 프로그램을 발굴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엔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들의 날인 12월 5일을 전후해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단체가 주관하는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행사가 열려 수고해온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외봉사단체인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담당 김민영(28) 간사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의 충격에 휩싸여 있던 1998년 당시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일은 소수만의 특별한 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자원봉사활동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지구촌 빈곤국가들에 관심을 갖는 것을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연구원 오충선 박사는 “자원봉사란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나눔의 정신이란 점이 중요하다. 어렵고 소외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나눔의 정신에는 대가가 없다는 점에서 자원봉사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앞으로의 자원봉사는 ‘노력 봉사’ 이상의 전문적인 봉사가 필요하다. 좀 더 전문 영역으로 범위를 넓혀 프로보노(pro bono·라틴 문구의 약어로,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활동)와 같이 공익을 위한 전문 자원봉사자가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회적 틈새를 메워가는 역할을 자원봉사자가 맡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드는 자원봉사가 폭넓게,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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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