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취업은 남녀가 선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눈높이가 맞아야 합니다. 서로에게 정확한 정보를 준다면 눈높이를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외형만 그럴싸한 기업이 아니라 내실 있고 미래가 유망한 중소 중견기업을 발굴해 구직자들에게 알려나가겠습니다.”
한국의 고용시장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용시장의 이 ‘미스 매치’의 원인을 정보 부족에서 찾는다. 기업에 대한 정보가 구직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기업의 인력난과 청년의 실업난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보가 문제입니다. 좋은 중소기업, 청춘을 바칠 훌륭한 중견기업은 얼마든지 있는데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범한 ‘굿 잡’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계획됐습니다. 자녀와 조카에게 추천할 만한 중소 중견기업들을 발굴해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굿 잡’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전국 1천2백여 개 지점의 기업금융 담당자들이 총동원됐다. 10만 거래 기업 중에서 고르고 골라 6천여개의 우량 중소 중견기업을 선별했다.
매출 1백억원 이상, 신용등급 BB 이상 등 정량적인 기준에 성장가능성 등 정성적인 기준을 버무려 선택한 회사들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협력을 구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처음하는사업이다 보니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은행이 기업의 ‘갑’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선 그 반대였습니다. 워낙 우량기업이다 보니 은행에 크게 아쉬울 게 없죠. 오히려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은행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기업들입니다. ‘굿 잡’ 준비기간 중 KB는 ‘을’이었습니다.”![]()
대학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낮아 ‘굿 잡’에 동참하기를 꺼리는 대학이 많았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예상보다 뿌리가 깊었다. 학생들 역시 중소기업을 반기지 않았다.
“중소기업이라도 대기업 못잖게 우량한 기업이 많습니다. KB의 기준을 통과한 기업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시작은 KB의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선별했지만 앞으로는 비거래기업까지 확대 할 계획입니다.”
현재의 ‘굿 잡’ 프로젝트는 당초의 계획보다 다소 축소됐다. 원래는 정보제공만이 아니라 직접 일자리를 알선하고 연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금융기업이 일자리 알선을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있어 ‘알선’은 포기해야 했다. 대신 최선의 정보제공에 보다 공을 들였다.
“‘굿 잡’의 출범 시기를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말씀도 하십니다.
취업 시즌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굿 잡’의 타깃은 공채시장이 아닙니다. 소규모 수시채용 시장이 ‘굿 잡’의 대상입니다. 채용 사실을 널리 알릴 역량이 부족한 중견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KB의 ‘굿 잡’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의 시도는 아니다.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은행도 있다. 하지만 KB ‘굿 잡’은 KB의 사업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차별화된다.
KB는 1천2백여 개의 지점망을 갖춘 국내 최대 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과 구직자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 KB는 전국의 지점을 해당 지역의 일자리 채널로 만들 계획이다. 지점의 TV에 기업을 소개하는 등 홍보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숫자 경쟁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KB가 이익을 얻을 마음도 없습니다. 물론 은행의 이미지 개선이나 미래고객 확보 차원에서 도움도 되겠지만 비즈니스를 고려해 추진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순수한 사회공헌의 차원에서 계획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좋은 일은 많은 기업과 사람이 참여할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더 많은 기업과 은행이 동참하면 더 좋겠죠.”
KB ‘굿 잡’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들이고 있다. 구직자는 물론이고 기업과 관련 기관들의 협력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굿 잡’에는 한국폴리텍대학,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인크루트, 한국능률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향후 중소기업청 등과 협력해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의 구직자 풀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어 회장은 중소기업들도 인력 확보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사와 채용조건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급여와 복지는 ‘면접 후 결정’하겠다는 태도로는 구직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어 회장은 청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대학총장을 지낸 교육자 출신이니 당연한 마음이다. 그의 청년 사랑은 비즈니스로도 연결된다. 최근 KB가 운영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공간인 ‘락(樂) 스타’가 대표적이다.
세미나 공간도 있고 무선 네트워크 사용도 할 수 있고 카페도 있다. 학생들에겐 예금 금리도 우대한다. 학생들을 위한 6개월짜리 단기 적금도 내놓았다.
“대학에 오래 있어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것을 베풀고 싶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젊은 은행’ 이미지를 심을 수 있고 미래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있으니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죠. 당분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젊은이들을 위한 사업은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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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