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5월 노원구청 공무원인 김혜옥씨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올린 ‘엄마에게 미소를, 아이에게 축복을’이란 글이다. 김씨의 기고문은 ‘호민관 클럽’에 전해졌고 지난 8월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은 이를 반영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지난 7월 “소통의 정치를 위한 첫발을 내딛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던 호민관 클럽에서 시민창안 1호 법안이 입법 발의된 셈이다.
이 법안이 발효하게 되면 지난 1년간 육아휴직자 총 2만5000여명의 평균 보험료 납부액이 1인당 약 24만5000원 정도 감소하게 된다. 건강보험재정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올해 예상외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그 수익은 당연히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약 64억원 정도다.
시민 목소리 담는 ‘소통의 정치’ 첫걸음
지난 7월 발족한 호민관 클럽 의원들이 민생법안의 소재를 찾는 곳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시민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안한 크고 작은 생활개선 아이디어가 2000개가 넘는다”면서 “국민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전달할 테니 옥석을 가려 법안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의원들은 선뜻 동의했고 ‘호민관 클럽’을 창단했다. 현재 호민관 클럽은 김영선 한나라당, 이미경 민주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야 의원 38명과 희망제작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영선 의원은 “소통의 정치가 필요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 인사들의) 달변이 아니라 경청인 만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호민관 클럽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민들이 제안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국회에서 입법화하거나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호민관 클럽은 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당파나 이념을 벗어나 구성된 의원들의 모임이다. 의원들 스스로가 당이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율적 주체로서 서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시민들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호민관 클럽의 본취지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진 의원은 “국회도 문턱을 낮춰 국민들이 쉽게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1호 법안 발의를 계기로 국민들과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호민관 클럽에 제안된 시민의 창안아이디어가 처음으로 입법 발의하게 된 데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호민관 클럽에서 2호, 3호 입법 발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호민관 클럽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한 “큰 사회 이슈부터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귀여운 제안까지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38명의 의원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호민관 클럽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법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호민관 클럽이 막혀 있는 국민과 국회의 소통에 한발 더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 상단 사회창안센터로 들어오거나 전화(02-3210-3378)를 이용해 호민관 의원들에게 입법 관련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다.

시민들이 비정부 기구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올린 아이디어 중 꼭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곧바로 호민관 클럽으로 넘어간다. 현재 사회창안센터에는 하루 수십 건의 제안 글이 올라온다. 아동, 장애인 복지, 아토피 예방, 주택, 자동차 등 생활 속의 크고 작은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민생법안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이 중에는 호민관 의원들의 검토를 기다리는 제안들도 있고, 굳이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민생 문제들도 있다. 시민들의 독특한 법률 아이디어에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현재 이 아이디어는 2008년 접수되었고 호민관 클럽으로 넘어가 현실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진료비 지불 체계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환자가 내원해 의사와 면담을 하면 무조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인정, 진료비를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진료비도 진료비지만 아이디 올드거얼은 “이상 없다”는 단 한마디를 듣기 위해 반나절 넘는 시간을 쓴 셈이다. 아이디어 심사 의원들은 “진료 예약일자는 많은 병원에서 이미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진단 결과에 대한 문자서비스 역시 병원의 시스템이나 여력이 없기 때문에 시행키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손님’이 아닌 ‘환자’의 편의를 고려하는 병원, 보험당국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희망제작소는 이 제안을 호민관 클럽에 넘기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 국내 4개 분유회사에 제안서를 공문으로 발송했다. 이에 다행스럽게도 지난 10월, 한 분유회사가 회사 홈페이지에 영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분유 복용법 설명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매일유업이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가 제안한 ‘이주 여성을 위해 아기 분유 복용법을 다국어로 설명해 달라’ 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시행한 것이다. 현재 매일유업 홈페이지에는 매일유업이 생산하는 4개 제품에 대해 각각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로 복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김영규 씨는 “나의 제안이 실현되어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더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희망제작소뿐 아니라 이제 호민관 클럽까지 있으니 든든하고 개인과 정부가 한층 가까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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