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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00세 시대 트렌드 "올드맘 황혼재혼 늘어"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정복(50)씨는 지난해 12월 10일 2.65킬로그램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서른아홉 살에 결혼하고 10년 만에 얻은 아들에 온 집안은 축제 분위기다. 김씨는 스스로를 ‘인간 승리’라고 했다.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저는 칠순 잔치를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남들보다 늦은 만큼 아들 교육자금도 알뜰히 준비해놨고,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우리 부부 둘 중 하나는 못해도 80세 이상은 살 테니 부모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자기 인생도 보람 있게 살다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 가까이 살게 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로병사 루트도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며 ‘올드 맘(old mom)’이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추세이고, 황혼 재혼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실버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출산 열흘 후, 퇴원하는 날 만난 김정복씨는 품에 안은 아들을 유리병 다루듯 했다. 젊어서 국내 대기업에 다녔던 김씨는 불꽃처럼 일하고 해외에서 휴가를 즐기는 ‘화려한 싱글’이었다.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 덕에 결혼에 대한 압박을 덜 받다 보니, 남들보다 늦게 가정을 꾸리게 됐다. 난임(難姙)으로 7년간 병원을 다닌 끝에 아이를 얻어 스스로 ‘희망의 증거’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앞으로의 목표는 남들보다 젊게 사는 것,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통계청의 출생통계 10년치(1997~2007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 여성의 ‘출산 피크 연령’(그해 가장 많이 출산한 여성 연령)은 ‘1981년 26세→ 2010년 30세’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기준으로 바꿔 말하면 1981년에 태어난 아기는 10명 중 8명이 20대 엄마 품에서 첫 울음을 터트렸지만, 2009년에는 아기 10명 중 4명만 20대 엄마 품에 안겼다. 반면, 30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네 배 늘어났고(14.7퍼센트→56.8퍼센트), 40대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0.95퍼센트→1.7퍼센트).

출산 피크 연령은 갈수록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20년 뒤 출산 피크 연령이 31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박 교수팀은 새 분석틀을 통해 2030년 이 연령이 만 34세로 통계청 예측보다 세 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강남 차병원 차동현 교수는 “50대 중반에 다른 사람 난자를 통해 쌍둥이를 낳은 사례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불임치료 기술이 발달해 노산(老産)의 두려움이 엷어졌다”고 했다.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던 ‘늦둥이’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 부부처럼 초혼 연령과 첫 아이 출산이 늦어지는 경향에 더해, 황혼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황혼 재혼도 활발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20년 사이 노인(65세)이 된 이후 새로운 가정을 꾸린 남성은 7백53명(1990년)에서 2천1백40명(2009년)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75세가 넘어 결혼한 경우도 같은 기간 1백28명에서 3백70명으로 비슷한 비율로 늘었다. 혼인신고를 한 경우만 따진 것이기 때문에, 자녀 결혼이나 상속 문제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을 따지면 이 숫자는 더 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재혼한 전영관(76)·이원옥(71)씨 부부는 결혼 후 주변에서 “회춘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처럼 덤덤하게 지내던 전통적인 노부부들과 달리, 부부는 외출할 때 손을 꼭 잡고 걷는다. 또 정답게 이부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6시에 눈을 뜨면 그때까지도 부인은 깍지 낀 남편의 손을 자기 뺨에 대고 있다. 전씨는 “노인들이 1~2년 정을 나누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 10~20년 사랑하는 것과 같다”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가 다르게 보이고 즐거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북의 한 복지관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윤모(68)·김모(68)씨는 실버 신혼에서 황혼 이혼으로 추락한 경우다. 두 사람은 2005년 복지관에서 주선한 실버미팅 자리에서 만나 10개월간 이메일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열애하다 결혼했다. 태국과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서 정다운 한때를 보냈지만 2년 만에 갈라섰다. 김씨는 “외로워서 만났는데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고 했다. 윤씨는 현재 다른 여성과 교제 중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3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응답자(44.2퍼센트)가 “실버 신혼에 찬성한다”고 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때 예외적인 현상이던 황혼 재혼·실버 신혼에 대해 상당수 국민이 “하는 게 좋다”고 선선히 받아들이는 선택이 된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사장은 “생활의 필요에 쫓겨 함께 사는 경우도 있지만, 정서적 충족감을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라고 했다. 선우는 2000년대 중반까지 10년간 매년 어버이날에 무료로 ‘실버 미팅’ 행사를 가졌다. 최근 4~5년간은 이 실버미팅이 중단됐는데, 매년 5월 무렵에는 실버미팅 관련 문의가 쏟아진다. 이웅진 사장은 “올해부터 실버미팅을 다시 재개할 계획”이라며 “재혼시장에서 어르신들의 욕구와 수요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선우 외에도 대부분의 결혼정보업체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황혼 재혼 매칭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노인 전문가인 한남대 임춘식 교수(사회복지학)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누구나 ‘노후에 누구와 살 것인가’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될 수 있다”며 “더 이상 황혼 재혼이 TV에나 나오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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