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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파산 아르헨티나의 교훈 "인기영합 정책에 국고바닥"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유한 국가였다. 당시 경제력은 프랑스나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는 훨씬 더 잘살았다. 그렇다면 이런 나라가 왜 쇠락했을까? 과도한 복지와 포퓰리즘, 그리고 실패한 산업정책에서 원인을 찾아본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시대는 2차 세계대전 후 등장한 이데올로기인 포퓰리즘, 즉 인기영합주의의 대표적 사례이다. 페론은 노동조합을 정치의 하부조직으로 만들어 대중영합 정책을 펼쳤고, 이런 페로니즘은 한때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아르헨티나의 부를 소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194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주의 진영의 후보로 나선 페론은 노조(勞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페론과 부인 에비타는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급의 권익 신장을 위해 새 노동법을 만들고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와 지위 향상의 길을 열었다. 또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공공사업, 교통시설, 교육개혁, 사회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임금은 두 배로 올랐고 노동자들은 콩 대신 스테이크를, 벽만 쳐다보며 밤을 보내는 대신 영화와 연극을 보러 다니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고통받고 억압당하며 살아왔던 자신들의 운명을 에비타와 페론이 바꿔준 것으로 믿고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돌이켜 보자면 페론시대는 매우 중요했다. 이전 시대에 쌓았던 국부를 원천으로 복지국가의 틀을 확립하고 미래 발전의 틀을 이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복지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지속가능한 복지라기보다는 인기영합적인 퍼주기식 정책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수준만 높여 놓았다. 사회정의는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에 명분을 제공하고, 기존 엘리트층에 대한 대항세력을 모으는 수단으로는 매우 유용한 슬로건이었다.

 



페론과 에비타는 노동자의 처우개선 및 생활수준 향상,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지위개선, 초등교육 확대 등을 추진하였고, 자선단체 구성 등 치밀하게 준비된 연출로 빈민과 노동자의 열광적인 인기와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씀씀이가 커졌기 때문에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었다. 단기적인 분배를 이룩했지만 과도한 포퓰리즘이 국가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더 무서운 사실은 복지에 길든 국민들의 욕구와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1960년대 금고가 바닥날 때까지 어마어마한 지출을 감내해야 했다. 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용기와 비전이 있는 정치가가 없었던 탓이다. 아르헨티나의 복지는 과거의 부를 소진시키거나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이었다.


둘째, 국가경쟁력 확보를 통한 합리적 재원에 기초한 복지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반의 대공황 이후 산업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뚜렷한 산업정책이 부재했고 경쟁력 없는 조립 산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부품이나 자재의 수입이 늘어났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국내시장에서 소진시키기 위해 정부는 엄청난 보조금을 부담해야 했다. 즉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철강 산업부터 키워야 하는 걸 몰랐던 탓이다.


아니면 호주처럼 농업이나 광업을 특화해서 혁신을 통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했다. 페론시대에 아르헨티나는 산업화의 기치를 내걸긴 했지만, 기존 (농업)엘리트와 갈등만 키웠을 뿐, 농업도 산업도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차 상품의 수출이 둔화되자 경제 전반에 걸쳐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는 페론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라도 아르헨티나는 산업화에 성공하거나,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외채를 들여와 위기를 해결하려고 했다.


1970년대의 남아도는 오일 달러와 값싼 국제 이자율은 당시 군부정권에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외채상환 위기와 고인플레로 대표되는 80년대 이후의 실패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아르헨티나의 교훈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복지가 선거의 표와 연결되는 순간 합리적인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복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려면 선거철을 피하자.


둘째, 합리적인 재원마련 전략이 없이 경제운영이나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복지정책은 피해라. 가장 큰 복지는 국가경쟁력과 일자리다. 셋째, 공짜 점심은 없다. 오늘 우리가 편하다면 그것은 필히 누군가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그 누군가가 미래 세대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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