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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유럽 복지천국 옛말 재정적자 눈덩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영국 노동당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장해 주겠다며 내세운 슬로건이다. 영국의 복지정책은 그동안 다른 유럽 국가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 돼 왔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들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보건서비스이다. 영국에선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6개월 이상 거주자는 자국민과 동일하게 국가보건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를 비롯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퍼센트를 사용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델이었던 영국이 대대적인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그 이유는 과다한 복지정책으로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는 10퍼센트대를 넘었으며,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조 파운드(1천8백조원)를 돌파했다.
 

영국 국민들은 가구당 4만 파운드(7천2백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영국은 올해 국가부채의 이자로만 4백30억 파운드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국방예산을 초과하는 규모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해 5월 집권한 영국 보수·자민당 연립정부는 복지예산을 대폭 감축하는 등 초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대학 지원금의 40퍼센트를 삭감하고 대신 등록금 상한선을 연 3천2백90파운드(5백90만원)에서 9천 파운드(1천6백20만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영국 대학들은 재원의 29퍼센트를 등록금, 35퍼센트를 정부 지원금에 각각 의존해 왔다. 복지정책의 상징인 육아수당도 부모 중한 명이 4만4천 파운드(7천7백50만원) 이상 버는 가정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또 여성의 연금수급 연령을 2012년까지 65세로 늦추고 장기적으로 68세까지 늦추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복지정책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생각해 왔던 유럽 국가들도 앞다투어 과감한 긴축 정책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저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높이고 연금의 1백 퍼센트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였다. 연금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국민의 반대 때문에 계속 개혁을 미뤄 오던 프랑스는 지난해 하반기 시위와 파업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새 연금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경제의 견인차 독일도 2012~2019년 공공연금 대상자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키로 했고, 복지 예산 감축 등을 통해 2016년까지 매년 1백억 유로씩을 예산에서 삭감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자랑해 온 북유럽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스웨덴의 경우,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 왔다.


스웨덴 근로자 소득세율은 26~57퍼센트이며 고령연금, 의료보험을 비롯해 고용주가 부담하는 복지비용이 근로자 임금 가운데 32퍼센트에 이른다. 부가가치세(25퍼센트)까지 감안하면 근로자 실효 세율은 최고 71퍼센트에 이른다. 이렇게 높은 세율은 국민들의 근로 의욕을 꺾을 수밖에 없다.
 

또 기업에 대한 법인세도 너무 높아 기업들이 아예 외국으로 탈출했다. 1950년 이후 스웨덴 민간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는 거의 없으며, 노동 가능 인구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생산활동에 종사하고 두 명은 근로자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거나 복지 수혜자다. 이에 따라 스웨덴 중도보수 연립정부는 질병과 장애 관련 연금 혜택을 줄이고 연금 대상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등 지나친 복지 제도를 축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던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복지 제도를 뜯어고치느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의 13.6퍼센트에 달했고, 국가부채가 3천억 유로가 되면서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하자 1천1백억 유로의 자금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 받아야만 했다. 그리스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사회보장제도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사회당과 신민주당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인기 위주의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사회보장 지출은 점점 늘어났다.


지난해 사회보장 관련 지출은 GDP 대비 18퍼센트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15.2퍼센트)보다 훨씬 높았다. 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은 95.1퍼센트로 OECD 최고 수준이다. 다른 나라처럼 전체 근무기간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을 환산하는 게 아니라, 임금이 높은 퇴직 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해서 연금을 환산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앞으로 여성 연금수령 연령 60세에서 65세로 상향, 60세 이전 조기연금 수령 불가 등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견뎌야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녀양육수당폐지 등 복지 제도를 대폭 개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사회복지제도는 앞으로 고령화 때문에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OECD에 따르면 유럽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50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50년에는 경제활동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50년에는 1.3명이 1명을 부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노동생산성도 하락하고 있다.


지구촌의 부러움을 샀던 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은 자칫하면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유럽 국가들에 복지는 더 이상 ‘절대 선(善)’이 아니다.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 개혁 향방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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