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에 처음 왔습니다. 한국은 그때와 지금 개방적인 모습이 또 다릅니다.” 한일월드컵 당시 뜨거웠던 ‘붉은 열풍’에 매료돼 한국에서 살아온 닉 건트(30·국민대 영어강사) 씨는 영국 리즈가 고향이다. 영국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 등 7개국에서 살아온 전형적인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족’이다.
“한국은 살면 살수록 매력적인 나라”라고 전제한 그는 한국의 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지적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무신경하게 남과 부딪치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들도 남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아마 서울에서 오토바이들이 신호등을 무시하고 질주하듯 영국에서 그렇게 달린다면 당장 감옥에 갈걸요.”
건트 씨는 또 “‘글로벌화’란 한국적인 것을 버리고 서구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한국 사회가 글로벌화라는 이름 아래 고유의 전통을 빠른 속도로 잃어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따끔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에 ‘무한애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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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대 영어강사인 아내가 새벽 2, 3시에 다녀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런던이나 파리 같은 세계적인 어느 도시도 서울만큼 안전한 곳이 없어요. 싱가포르도 안전한 도시이긴 하지만 ‘통제 도시’라는 점에서 자유로운 서울과 다르죠. 매력적인 한국영화, 먹을수록 좋아지는 음식, 놀라운 대중교통 시스템 등 한국의 장점은 무척 많아요. 그런데도 어쩌다 영국에 가보면 여전히 한국에 대해 ‘개고기와 김정일’을 떠올려 안타깝습니다.”
건트 씨는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일본 도쿄에 온 다음 서울을 건너뛰고 곧바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한다. 이는 외국인의 눈에 한국이 덜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한국의 절만 해도 도심의 절들은 전통적인 느낌이 덜하고, 정작 전통성을 간직한 사찰들은 외국인들에게 홍보가 안 돼 있다”며 “세계적인 여행 안내서인 <로운리 플래닛(Lonely Planet)>을 봐도 일본 편은 두툼한 반면 한국 편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건트 씨는 “한국은 자연(Nature)과 역사(History), 문화(Culture)라는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다”며 이를 중심으로 ‘클린 컨트리(Clean Country)’로서 한국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7년 1월 한국 남성과 결혼해 그간 한국에서 살아온 일본인 이노우에 마오리(34·피아니스트) 씨는 “한국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자리를 양보하며 붙임성이 좋다.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본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고 한국인의 장점부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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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씨는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직접적이고 솔직한데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만 많은 경우 한국인들은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상점 종업원에게 마요네즈가 어디 있는지 물으면 ‘저기요’ 하고 알려주지만 틀린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모든 것이 ‘갑자기’이고 즉흥적이다. 중요한 약속도 바로 전날 하고, 오늘 결정된 것을 다음 날 바꾸기도 한다. 결정을 쉽게 바꾸는 것을 일본에서는 불명예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28)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빨리빨리’ 문화에 놀랐다. 학교든 일터든 한국 사람들이 뭐든지 빨리 해야 한다고 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TV 연예오락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얼굴이 된 그는 2007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살다 보니 ‘빨리빨리’ 문화의 장점도 알게 됐고, 오히려 모국을 찾으면 답답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서울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을 맡아온 콘팔로니에리 씨는 “한국은 전통문화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말을 모르면 한국생활이 힘들고, 서류 등을 떼기 어렵다는 점이 외국인들의 불편사항”이라고 전했다.
미국인인 제프리 존스(57) 재단법인 미래의 동반자 이사장은 한국인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재미있다”고 운을 뗐다.
“대부분 친절하고 진심으로 외국인들을 반기며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가끔 외국인 처지에서 기분 나쁠 때도 있어요. 예들 들면 어떤 외국 사람이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려고 할 때 담당 직원이 도망가거나 다른 직원을 불러 외국 사람을 도와주도록 합니다. 이럴 때 그 외국인은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기도 존스 이사장은 “그럴 때에는 도망가는 것보다 한국말이라도 하며 도와주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3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 수잔나 삼탁 오(51·대성그룹 고문) 씨는 “이젠 한국도 글로벌화된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글로벌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남매를 둔 그는 “아이들이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한국 유적지나 문화재 등을 구경시켜 주고 한복을 입어보는 피상적인 내용”이라며 “한국 사회 내부의 성숙한 글로벌화를 위해 내실 있는 다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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