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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올 상반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1, 2분기를 합친 상반기 성장률은 7.6퍼센트. 2000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2008년 말 마치 빙하기와 같이 세계를 엄습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감수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놀라운 회복세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달랐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6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7월 초 ‘중소기업 현장 애로사항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보다 경영환경이 개선됐다”는 중소기업은 50.3퍼센트에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67퍼센트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과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모 대기업이 올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 사회의 경기회복 체감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7월 2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좀 더 들여다보면 대기업의 수출실적이 두드러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의 중소기업 비중이 미미한 것도 체감 격차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체감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하도급 거래상의 문제’ ‘인력수급 문제’와 더불어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꼽혔다. 중소기업은 원자재 구입 등으로 자금수요는 증가하나 보증비율 축소 등 보증 및 대출심사가 강화돼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자금조달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서민,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상존(常存)하는 어려움이다.

이 대통령은 서민, 영세 자영업자들의 자금조달 상황 점검차 7월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했다가 캐피탈 업체들의 금리가 30퍼센트 이상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로 인해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을 강화해온 정부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영세 자영업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 “이 사람들이 구두를 팔아 그 이자를 어떻게 갚겠느냐”며 고(高)이자 현황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미소금융지점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친서민정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한 다음 날 오전 청와대 수석들과 만나 “중소기업, 약자도 자생할 수 있는 독자 생존력이 필요하다. 미소금융은 중소기업이나 약자도 자생하도록 하는 ‘고기 잡는 그물’이다”라며 7월 말 현재 53개인 미소금융지점을 연내 2백 개 이상으로 늘리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늘리기를 촉구하며 ‘상생(相生)’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친서민·친중소기업 발언이 이어지자 정부 각료들도 기업과 시장에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란 기치를 내걸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대기업들이 경기회복의 결실을 본 만큼 이제 사회의 근간인 서민과 중소기업에게도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의 견해다.

물론 대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30대 그룹은 올 초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지난해보다 16.3퍼센트 늘어난 8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기업에 따라 투자여건이나 대상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금보유액이 높아지는 것은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7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일부에서 내가 반(反)대기업 정책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런 게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양극화가 좁혀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효과가 없으니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산업화 초기엔 경제성장이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으나 1987년 이후 노사분규가 심해지고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1990년대 중반 들어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유 위원은 “노동시장이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되면서 분배구조가 악화되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중산층이 얇아지면 분배지향적 사회가 되어 경제성장을 할 수가 없다”며 “분배를 이뤄 사회통합을 개선하는 시발점이 바로 양질의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체 근로자의 7퍼센트(노동조합이 있는 3백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와 그 반대쪽인 27.7퍼센트(노동조합이 없고 3백인 미만인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가 3배가 나는 상황에서 정부 개입은 필요하다. 다만 과도하지 말아야 하고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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