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외국인 대상 한식 만드는 ‘韓스타일 문화체험’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무, 새우젓 등 양념을 버무려 넣어 먹는 것이죠. 한국인의 밥상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최고의 한식이에요. 이제 한번 만들어볼까요?”

요리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소란스레 조리대 앞으로 흩어진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앞치마를 맸지만 왠지 어색하다. 새우젓 냄새를 맡고 흠칫 놀라거나 무채를 써는 폼도 약간 어설프다. 그래도 ‘Kimchi’라고 적힌 영문 레시피를 꼼꼼히 살피며 배춧속을 만든다. 서툴렀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조몰락거리며 김치를 만들고선 죽 찢어 한 입 맛보기까지 했다. 어느 새 김치전문가 못지않은 포스가 풍긴다.





 

이들은 12박1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시에 있는 베이커중학교와 마운틴타호마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9명의 학생들. 7월 1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마련한 한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간 맛보기만 했던 김치와 불고기를 직접 만들었다.
 

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유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특별한 연(緣) 때문이다. 아직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은 못하지만 읽기는 제법이다. 아이들은 김치 재료 하나하나를 한국어로 불러가며 즐겁게 음식을 만들었다.

김치가 거의 완성되자 미리 양념해놓은 불고기를 구웠다. 레베카 가브리엘 보이센(16) 양은 “김치는 매워서 먹기 힘들지만 불고기는 맵지 않고 달콤해서 맛있다. 집에서 양념만 할 수 있다면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시간 남짓의 짧은 한식 만들기 체험이었지만 아이들은 그새 한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니나 사치(13) 양은 한식의 강점으로 ‘건강함’을 꼽으면서 “한식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채소를 주재료로 만들어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하다”며 “웰빙을 추구하는 외국인들에게 잘 맞는다”고 했다. 데이비스 찬(13) 군은 “한식을 만들어보니 한국문화의 새로운 면을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타코마시 학생들에게 평생 남을 특별한 추억이 된 이 프로그램은 서울 종로구청이 지난 5월부터 시작한 ‘한(韓)스타일 문화체험’ 중 하나다. 외국인이 한식을 친숙하게 느끼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이 프로그램을 위임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 관광객 1백63명이 참가했다. 이정희(34)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리는 “불고기, 김치, 냉면 등 대표적인 한식을 선정해 가르치는데 다른 한스타일 문화체험보다 반응이 훨씬 좋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한식당들도 변하고 있다. 그 전환점은 2003년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이다.





 

한류(韓流) 열풍의 주역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한식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 한식당에서는 단품요리가 아닌 코스요리로 한국 전통음식을 선보이자는 붐이 일어났다. 그런 취지에서 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10가지 이상 음식이 코스로 대접되는 궁중요리가 눈길을 끌었다.

궁중음식연구원장 한복려 선생은 2006년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 근처에 궁중요리집 ‘궁연’을 열어 외국인이 선호하는 밥상을 차려냈다. 외국인들의 반응에 따라 2년마다 메뉴를 수정한다. 박신명(38) 점장은 “궁중 코스요리에 대한 입소문이 나 알아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국인들에게 국내 한식당의 문턱은 높다. 경복궁에서 만난 미국인 애슐리 진(33) 씨는 “음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무엇을 먹었는지 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에서 사업차 한국을 찾은 다니엘 마르조(55) 씨도 “주로 한국인 동료들이 추천하는 음식을 먹거나 식당을 찾아가 아직도 ‘한식’ 하면 뚜렷이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국내 한식업체들의 프랜차이즈화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5월 문을 연 서울 광화문 ‘비비고’가 한식 프랜차이즈점의 신호탄을 울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비비고는 비빔밥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개인 기호에 맞게 밥과 소스, 토핑 등을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한 한식 레스토랑이다.

종종 외국인 동료들과 이곳에 들른다는 어학원 강사 김혜원(31) 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메뉴를 시킬 때처럼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부담 없이 즐긴다”며 “떡볶이, 잡채 등 한식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글·김민지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