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마포구 용강동 용강지구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후 2시쯤이면 여경 복장과 흡사한 짙은 감청색 모자와 흰색 블라우스, 감청색 바지 차림의 어머니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마포경찰서 관내 6개 지구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마포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이다.
이들은 2인1조로 인근 초등학교 하굣길에서 아이의 안전 귀가를 돕고 주변 놀이터와 공원을 중심으로 방치된 아이는 없는지, 곤경에 처한 아이는 없는지 순찰을 돈다. 오후 9시 무렵까지 마포구 내 6개 지구에서 활동하는 마포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은 지구대별로 30명 내외, 마포구 내에서 모두 1백50여 명이 활동 중이다.
햇볕이 따가울 정도의 날씨였던 7월 15일 오후 용강지구대에서 만난 마포 어머니폴리스 안미자(45) 회장은 “최근 어린이 대상 성범죄가 늘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어머니폴리스 활동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맡은 구역 구석구석을 순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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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어머니들도 있지만, 의외로 중고등학생 어머니들이 다수라고 한다.
“녹색어머니회 등 마포구의 초등학교 교내 어머니 조직을 기반으로 해 마포 어머니폴리스가 발족한 지 5년쯤 됩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상태에서 어머니폴리스 활동을 시작했는데, 계속 활동하다 보니 지금은 내 아이가 중고생이 돼도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라는 마음으로 몇 년씩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 19세와 21세가 된 안 회장도 시간이 많아서 어머니폴리스를 하는 게 아니다. 어떤 회원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시간대에 순찰을 돌 정도로 사명감이 대단하다. 처음에는 노랑 조끼를 입고 시작한 마포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은 지난해 제복으로 바꿔 입으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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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비슷한 제복을 입은 어머니들이 정해진 시간대에 규칙적으로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예비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온 국민이 경악한 ‘조두순 사건’에 이어 지난 6월 초 발생한 ‘김수철 사건’까지 초등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성범죄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면서 마포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의 존재감과 사명감은 여느 때보다 소중하다.
“경찰 이외에도 누군가 아이들을 위한 감시의 눈이 돼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요즘같이 어린이 대상 성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안 회장과 회원들은 아이들을 위한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담당한 구역을 돌면서 우편물이 쌓여 누가 봐도 빈집인 듯하면 지구대에 신고를 해 빈집털이 같은 범죄를 예방한다. 불량 청소년이 모이기 쉬운 놀이터 주변의 어두운 가로등을 관할구청에 신고해 환하게 바뀌게 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솔직히 우리도 어두컴컴한 놀이터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불량 청소년들을 만나면 무섭다”며 “그럴 때는 우리끼리 나서지 않고 지구대에 신고해 폭행이나 금품 갈취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막는다”고 고충도 털어놨다.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강신철 지구대장은 “요즘 하교시간에 초등학교를 가보면 여느 때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나온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경찰도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 때문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의 활동은 범죄 예방과 불안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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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어머니폴리스’가 처음 활동을 시작한 곳은 서울 강남지역이다. 2003년 무렵 강남지역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빈발하자 당시 박기륜 서울 강남경찰서장의 제안으로 강남경찰서 관할 16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강남 어머니폴리스’가 결성됐다.
4백여 명의 어머니들이 어머니폴리스를 결성하고 ‘내 자녀는 내가 지킨다’는 슬로건 아래 유니폼과 모자, 호루라기 등을 갖추고 아이들 하교시간에 학교와 동네 주변을 순찰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발대식을 갖고 어머니폴리스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후 어머니폴리스 활동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경기, 강원 등 일부 도에서는 지방경찰청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은 데다 아이들 통학 거리가 멀어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보다 어머니폴리스 활동이 절실하다. 그러다 보니 대도시인 서울보다 더 큰 규모로 어머니폴리스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의 경우 올해 50개 초등학교의 어머니 1천1백21명이 어머니폴리스에 참여하고 있다. 2008년 4월 창립돼 올해 3기째를 맞은 파주 어머니폴리스는 학교 주변을 비롯해 아파트단지 등지에서 어린이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매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2인1조로 순찰을 돌며 하굣길 어린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있다.
파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정남 순경은 “아무래도 도 지역은 대도시보다 인적이 드문 곳이 많다 보니 어머니들의 관심이 높아 관내 54개 초등학교 중 50개교의 어머니들이 파주 어머니폴리스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조직화된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당장 이번 여름방학 동안 ‘빈 시간’이 많아질 아이들을 위한 활동에 나서는 어머니들도 있다. 김수철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휴교일 방과후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던 1학년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의 영향이 크다.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의 경우 7월 20일부터 8월 27일까지 학교에서 운영하는 여름방학 방과후 교실 때문에 학교를 오갈 아이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어머니들이 참여하는 ‘코디맘폴리스’를 운영한다.
염리초교 이희자 교장은 “우리 학교 전교생이 1천30명인데 여름방학 동안 방과후 교실에 다니는 아이들이 7백여 명으로 사실상 상당수 아이들이 하루 중 일정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된다”며 “교장과 교감, 행정실 직원, 배움터 지킴이까지 이중 삼중으로 학교를 지켜도 혹시 있을지 모를 빈 곳과 시간 공백을 막기 위해 녹색어머니회, 학부모회 등 교내 어머니단체 회원들과 상의해 ‘코디맘폴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염리초교에서는 올 여름방학 동안 1백명가량의 어머니들이 한 달간 아침 8시 40분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교문과 교실 등에서 아이들 지킴이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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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만이 아니다. 아버지지킴이도 나섰다. 지난 6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영신초등학교에서는 ‘아버지순찰대’가 결성돼 매일 학교 주변에서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순찰대원들은 회사원, 사업가, 군인, 종교인까지 각자 본업에 바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범죄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나서 매주 월∼토요일 오후 8∼10시면 빠짐없이 순찰을 돌고 있다.
아버지순찰대원들은 경찰 마크가 새겨진 조끼와 모자, 벨트 등 제복을 갖춰 입고 ‘안전순찰’이라고 쓰인 완장을 차고 있다. 또 손에는 붉은 야광봉과 손전등 등을 갖고 다닌다. 활동한 지 한 달여 정도에 불과하지만 학교 구석이나 놀이터에 모여들던 불량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전주 양지초등학교 아버지들은 지난해 6월부터 ‘양지YP그린지킴이단’을 조직해 학교 주변 유해매체 순찰활동을 벌이고 유해매체 관련 연수를 하는 등 자녀 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지초교는 전라북도교육청이 지정한 ‘YP(Youth Patrol·청소년스스로 지킴이)’ 시범학교이기도 하다. YP는 교육과학부가 추천한 시범사업으로, 어린이와 학부모, 학교당국 그리고 지역사회가 범죄와 유해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자는 동아리 활동의 하나다.
충남 서산시의 서산여중에서도 최근 어린이와 여학생들에 대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자 ‘아버지서포터스’ 구성에 나섰다. 서산여중은 지난 6월 24일 아버지서포터스 창단을 위한 사전협의회를 열고 7월 정식 창단식을 하기로 했다. 이들 아버지서포터스는 학교 주변 야간 순찰과 방범활동을 하며 내 딸, 이웃의 딸들을 위한 안전 지킴이 활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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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던 ‘라이온킹’ 이동국(전북 현대모터스FC) 선수도 7월 19~25일 MBC 라디오 ‘잠깐만’ 캠페인에 출연해 ‘아동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세 살배기 딸 쌍둥이 아빠인 이 선수는 여성가족부와 자신이 속한 팀이 펼치는 캠페인에 “취지가 좋은 데다 바로 내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여했다고 한다.
이 선수는 캠페인을 통해 “아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관심이 더 중요하다”며 ‘아빠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 아이 지킴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청소년범죄센터 최인섭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성인 남성이 일으키는 성범죄 사건들은 급변하는 성문화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사회 현상의 하나”라면서 “성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생각 때문에 성폭행뿐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 노인들의 성추행 등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위원은 “특히 어린 여성에 대해 ‘성적 환타지’를 품은 왜곡된 성 가치관을 지닌 성범죄자들은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미리 탐문을 해 자신이 지배하기 쉬운 대상자의 취약 시간대와 지점을 노린다”며 “이와 같은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 CCTV와 같은 공적 통제도 중요하지만 부모와 지역 주민들까지 모두 내 아이처럼 주변 아이들에게 항상 관심을 가져서 ‘보이지 않는 감시망’을 유지하는 문화적 통제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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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