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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제 옛날이야기 같지만, 수십 년 동안 우리 산업계의 목표는 ‘일본 따라잡기’였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에서 일본을 제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 국가 최초로 개최한 서울 G20 정상회의, 미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까지, 일본의 ‘한국 따라잡기’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12월 3일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긴장한 곳이 일본이었다. 한국이 세계 최대 단일경제권인 EU에 이어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미국과 FTA 협상을 매듭지음으로써 전자와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일본이 수출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글로벌 수출 경쟁에서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 협정(TPP)’ 체결을 ‘제2의 개국’으로 부를 정도로 중시하며 추진 중이다.
 

대외교역을 통해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거대경제권과 자원부국, 그리고 주요 거점경제권을 중심으로 FTA를 추진해왔다.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며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FTA 허브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협상 중인 FTA가 모두 발효될 경우 우리의 총교역액 중 FTA 특혜교역 비중이 5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80퍼센트 이상 증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FTA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국토는 좁지만 경제영토는 세계에서 제일이다. 미국, 유럽,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주요국을 포함해 45개국과 FTA를 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무역의존도가 82.4퍼센트”라며 “우리가 살 길은 수출이고, 수출을 하려면 FTA를 통하는 것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FTA는 ‘경제’ 이상의 가치도 지닌다. 이 대통령은 “FTA가 체결되면 한국 지지도가 높아진다. 분단국가로서 세계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실제로 EU는 북한 도발 시 가장 강경한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인도도 종전(중립 입장)과는 달리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FTA도 안보라는 측면에서의 가치가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만이 살 길’이란 말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듯 우리나라는 올 들어 11월까지 총수출액이 4천2백34억 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이미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1940년대 후반 교역 규모가 세계 1백위권 밖에 머물렀던 ‘무역 변방국’ 대한민국으로서 올 상반기 ‘세계 10대 무역대국’ 진입 소식 이후 또다시 반가운 뉴스다.

12월 1일 지식경제부는 이러한 내용의 11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며 올 1~11월의 누적 무역흑자는 3백91억8백만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연간 무역흑자가 4백10억 달러, 수출은 4천6백50억 달러를 넘어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내년 무역 규모가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인 ‘A’와 향후 전망 ‘안정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뉴스도 ‘무역 강국’ 한국의 미래에 힘을 실어준다.

기획재정부는 12월 9일 이에 대해 “다이나믹한 경제, 건전한 재정, 순대외채권국으로서의 지위가 S&P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1’으로, 피치는 ‘A+’로 유지하고 있다. 

‘FTA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적인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0위권 내외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획재정부가 12월 8일 발간한 ‘2010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경쟁력 모델과 객관적 지표 2백45개에 근거해 우리 경제의 강점과 약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정책에 참고하는 수준을 탈피해 해외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를 체계적으로 모아 분석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 9위, 수출 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8위, 무역 규모 9위, 국내총생산(GDP) 규모 11위였다. 인터넷 접속 가구 비율 1위, 초고속 인터넷 요금 하위 2위,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1위, 정보통신 수출 비중 1위, 특허 출원 1위 등 혁신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한국의 위상은 1인당 GDP 10위,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9위, GDP 성장률 7위, 세계시장 상품 점유율 7위, 무역 규모 8위, 명목 GDP 14위, 총인구 15위라고 집계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다급한 불은 껐지만 회복세는 더디고,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경쟁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과 교역을 하게 된다는 것은 한국 스스로 만들어낸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이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지양하고 한미 FTA가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논의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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