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의료관광보다는 ‘외국인 환자를 맞기 위한, 혹은 외국인 진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적확한 말입니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인요한(50·본명 존 린튼) 소장은 한국의 의료관광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관광이란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적인’ 충고를 내놓았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인 소장은 1991년부터 국제진료센터 소장을 맡아왔다. 4대를 이어 한국에 봉사하는 미국인 선교사 집안 출신인 그는 15인승 승합차량을 개조해 한국형 구급차를 만드는 등 한국의 응급의학 체계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 의료관광과 관련해 각종 포럼 참석과 강연 등을 해오고 있다.
인 소장은 “한국의 의료관광은 미용관광 단계에서 한걸음 나아가 한국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살릴 수 있고 부가가치도 높은 중병 진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 의료의 장점으로 ‘쇠젓가락’을 들었다. 웬 쇠젓가락?
“중국이나 일본도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무거운 쇠젓가락을 사용하다 보니 한국 의사가 일본이나 중국 의사보다도 손재주가 월등하죠.”
게다가 한국은 의료시설 접근성이 좋고 ‘한울타리’ 아래 엄청난 최신 장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세브란스병원에는 최소침습수술을 위한 고가의 수술용 로봇 다빈치가 7대다. 일본은 다빈치가 총 3대, 한국은 아시아에서 다빈치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런데 핵심은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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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다빈치 수술 한 번에 12시간 수술방이 묶여요. 반면 우리 병원에서는 건당 평균 4시간 걸립니다. 미국이 하루에 한 건 수술을 하면 한국은 3건을 하니 효율성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갖는 거죠.”
인 소장은 “한국의 의료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환경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경제력은 있지만 자국의 의료 수준이 낮은 나라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의료비가 저렴해야 한다. 셋째, 누구 하면 금방 알 만한 의료계의 스타가 있어야 한다.
인 소장은 “이 세 가지 요소 가운데 부족한 것이 ‘브랜드 의사’”라며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파격적인 서비스로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관광도 스타 의사를 통해 ‘브랜드’로 정착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파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미국에서 산 것보다 훨씬 길다는 인 소장. 인터뷰 내내 전라도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왔다. 자신의 고향 순천을 ‘우주의 중심’이라고 우기는 ‘푸른 눈의 순천 촌놈’인 인 소장은 “의료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사람을 우선 섬겨야 하는 일”이라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들도 노력하겠지만, 일단 외국에서 환자가 한국 병원에 와야 합니다. 외국 환자가 한국 병원 문턱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지금은 거의 ‘그랜드캐니언을 건너는 수준’입니다. 이 과정이 좀 더 원활하고 신속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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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