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이제는 경제다 | 국내 경제위기 점검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심각하게 표현하기는 처음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얘기다. 더욱이 쇠고기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도 높게 얘기한 것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어느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말한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7월 2일 경제안정 종합대책 경제장관 합동 브리핑에서 “고유가 등 대외 충격에 의한 물가상승, 경기둔화 등은 우리만이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새 정부 출범 당시보다 50% 상승한 배럴당 140달러 수준에 이르렀다“며 “물가상승률은 하반기 5%대로 상승하고 성장률은 4%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 경제 악재 곳곳 포진
사실 우리 경제가 이렇게까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연구소들은 현상황을 ‘위기’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작년 연말 쏟아져 나온 올 국내 경제 전망을 보면 장밋빛은 아니더라도 회색빛은 아니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경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딴판이었다. 아니 바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어려움이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더 강한 탓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악재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작년 하반기경부터 우리를 옥죄던 원유·곡물·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은 올 들어서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위축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은 우리 경제의 먹구름으로 다가왔다.

원유·곡물·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불경기에 따른 고용 둔화, 가계부채 증가, 내수와 투자부진 심화는 결국 대외부문의 불균형을 일으켰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실제로 지난 6월 유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94.2%나 올랐다. 밀 가격은 45.6%, 철근 가격은 114.7%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원자재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5.5%로 전월에 비해 0.6%p가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물론 이 같은 대외적 환경은 다른 나라 물가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으로 물가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7.5%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3.1%p나 올랐다. 중국의 경우는 상승률이 8.5%로 싱가포르보다 더 심했다.

경제개발연구원(KDI)은 “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물가안정 목표 범위를 상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 때문에 내수 경제성장률 둔화폭도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3高에 몰린 한국경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용여건도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 5월 취업자 증가규모는 18만명으로 지난해 연평균 28만명보다 무려 40%가량이 줄었다. 산업별로는 서비스부문의 취업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지난해 연평균 37만3000명 선이던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올 들어 1~5월 30만명 선으로 7만여명이 줄었다.

건설부문의 취업 실태는 더 안 좋았다. 작년에는 연간 취업자 수가 1만5000명 선이었으나 올해는 2만1000명이 감소했고 제조업도 작년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건설경기는 당시의 경제상황을 말해주는 주요 지표인데, 건설취업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사정이 안 좋다는 징표”라며 “불안한 우리 경제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경기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고용상황이 부진하다”며 “비경제활동인구의 급증은 경기 둔화뿐 아니라 인력 수급의 질적 불일치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고용 부진의 결과는 가계부문의 차입 증가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벌어들이는 돈이 없으면서도 씀씀이는 커져 가계 부채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가계 부채 규모는 2002년 439조원에서 2006년에는 582조원, 2007년에는 631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도 2002년 118%에서 2006년에는 143%, 2007년에는 148%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되면 부채비율이 높고 가계 소비가 가처분소득을 초과해 서민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 우려했다.

내수 부진의 심화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속도를 크게 둔화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는 견고한 수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내수 부진이 심화되어 성장속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GDP성장률은 2007년 4/4분기 1.6%에서 올 1/4분기에는 0.8%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고유가로 인한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소득(GNI)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로 인해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더욱 악화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수출증가율은 1/4분기 17.3%(전년 동기비), 2/4분기 23.3%를 나타냈으나 GNI 증가율은 작년 4/4분기 2.6%에서 올 1/4분기에는 1.3%로 역시 반으로 급감했다.
LG 경제연구원은 “유가상승이 계속된다면 GNI 증가율은 0%대나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특히 저소득층의 경제적 고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총소득 둔화되면 저소득층 더 위험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대외 여건의 악화는 기업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투자 부진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7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5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현 경제 환경을 “IMF 사태와 같은 고통이 올 것 같은 상황으로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한 뒤 “돈이 안심하고 풀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 들어 설비투자는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작년 설비투자는 1/4분기 10.9%(전년 동기비), 2/4분기 11.0%, 3/4분기 2.3%, 4/4분기 6.5%로 연간 평균 7.6%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1/4분기에는 1.7%로 급감했다.

건설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1/4분기 3.7%, 2/4분기 1.6%, 3/4분기 -0.1, 4/4분기 0.4%로 연간 평균 1.2%를 나타냈으나 올 들어서는 1/4분기부터 -0.7%의 약세로 출발했다.

전경련은 “고유가 등으로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며 “당분간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내부에 현금을 쌓아두고도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자금운용상의 문제 때문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투자를 위한 여건 조성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금융사의 한 임원도 “현시점에서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물가도 낮은 성장도 아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며 “외국투자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상수지 악화와 외채증가로 인한 대외부문 불균형은 우리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
올 들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지난 1~5월중 적자가 71억7000만 달러나 발생한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1~5월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수지악화 규모는 95억 달러에 달한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외채무가 증가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기획재정부는 총외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선물환 매도에 따라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있어 순채무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예상시기도 7~8월로 코앞에 닥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4분기 총외채는 4125억 달러로 전년 동기 2817억달러에 비해 20%가량이 늘었다. 이중 단기외채는 1765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287억 달러보다 23%정도가 증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단기채무는 외환공급이 예정된 것이라 IMF 때와 같이 유동성 부족에 따른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05년 말 659억 달러였던 단기외채가 작년 말 1587억 달러로 7월경 채무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 된다”며 “단기외채는 외환공급이 예정돼 외환위기 때처럼 유동성 부족에 따른 위험은 적으나 채무국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초경제여건 개선 등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국민이 납득할 가시적 정책 내놔야
그렇다면 현 경제상황을 타개할 묘안은 없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섣부른 경제부양보다는 물가안정대책 등 안정기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투자 부진에 의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고유가, 고원자재가 등 외부적인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박사는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정부가 고통분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는 가시적인 정책을 폄으로써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의지가 들어간 물가안정 정책을 내놓고 임금인상문제도 가급적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공공요금도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신 강압적 억제보다는 효율성을 높여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김 박사는 조언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과 시장개혁 등을 꾸준히 추진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김 박사는 “현 시점은 제3차 오일쇼크에 해당하는 위기상황임에는 틀림없다”며 “이런 상황이 비용요인이 아닌 해외 충격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온 국민이 인내하는 데서부터 엉킨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장률 4.7%로 낮춘 건 용기있는 결단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현 경제상황을 두고 IMF 수준이라는 의견과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 굉장히 복잡한 상황입니다. 위기는 분명한 위기인데, 성격을 따져보면 외환위기는 아닙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문제는 엄격하게 정의를 내리기 힘든 용어입니다.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올라가는 중에 경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을 광의적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경기침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보통 미국에서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때 경기침체라고 합니다. 그렇게 봤을 때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죠.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 1분기 성장률이 0.8%나 플러스를 보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봤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지만, 좀 넓게 봤을 때에는 성장률은 많이 떨어지고 물가는 많이 올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죠.”

-경제위기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현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3차 오일쇼크와 같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환율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유가가 100달러까지 올라도 2차 오일쇼크보다는 견딜 만하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유가 최고치가 40달러까지였는데 이를 지금으로 환산해 보면 120달러에 이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텐데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타격이 더 큰 편인가요.
“고유가는 굉장히 큰 충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만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가 문제에 대한 방안이 전혀 없는 건가요. 고유가 문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유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동안은 수요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었습니다. 유가가 올라도 자동차를 계속 타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제 반응이 좀 있습니다. 계속되면 사람들이 유류 소비를 줄이는 방안들을 찾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산유국들이 유가가 너무 올라가면 사람들이 다른 에너지를 찾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유가가 하반기에는 안정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물론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 근래 3년 동안 대부분의 해외 유명 유가 전망 기관들도 유가 전망을 맞히지 못했습니다만, 올해는 좀 맞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2일 정부에서 발표한 하반기 동향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는 올 성장률 목표치를 4.7%, 물가는 4.5%로 잡았습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부분은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의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정부보다 안 좋은 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2%, OECD도 4.3%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 6%로 전망했다가 4.7%로 낮춘 건 굉장히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보입니다.”

-현 경제위기를 이겨낼 해결책은 무엇인지요.
“지금은 모두가 고통분담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런 물가상승이 계속된다면 임금인상이나 제품가격인상 등의 현상이 벌어질 겁니다. 정부는 지금부터 물가안정을 위한 의지를 다방면으로 확고히 보여줘야 합니다. 환율정책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하고, 임금인상 및 공공요금인상 같은 문제도 정부가 나서서 당분간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