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전문가 평가 -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제목 없음 제목 없음




 


한미 FTA가 논의되기 시작한 게 1989년이다. 햇수로 치면 21년이 넘은 이슈다. 2007년 4월 2일 타결되고, 6월 30일 양국 정상이 서명했으니, 지난번 타결 이후 꼬박 3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추가협상이 타결됐다.

이번 협상은 지난번 2007년 협상문안의 수정과 새로운 조항의 삽입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 벌인 협상은 아니다. 공식적인 표현이 없으니 일단 영어로 번역된 ‘추가협상(Supple-mental Agreement)’으로 부르기로 한다.

사실 한미 FTA는 출범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은 한미 FTA 비준 가능성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설마 될까 또는 할까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러기에 지난 3년 5개월은 이들의 예상이 맞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추가협상에서 ‘주고받기’를 한 결과, 한미 양국 정부는 길고 긴 협상의 터널을 지났다. 이번 추가협상 끝의 타결은 한미 양국 대표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일단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관심 사안은 얼마나 주고받기가 공정하게, 즉 이익 균형이 이뤄졌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로서 아시아 경제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외교적 수단으로서도 한국과의 FTA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제스처일 수도 있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한국이 주장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미국은 일관되게 민주당 정부와 샌더스 래빈과 같은 민주당 의원, 자동차 노조가 주장하는 자동차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승용차, 화물차, 전기차 부문에서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데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이다. 타결 직후 나온 자동차 노조의 지지 발언이나, 민주당 의원들과 미국 정부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그만큼 이번 추가협상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파트너인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미국의 평가를 거꾸로 뒤집으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이익을 뺏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자동차 추가협상 결과에 가장 민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자동차협회의 반응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국 자동차산업 분야의 공동 발전과 교역 확대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아울러 “협상 타결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됨으로써 올해 95만 대로 전망되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판매 확대와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자동차 부품 관세 철폐로 부품 수출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에 이바지하고 우리 업계 현지 완성차 공장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번 협상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게 자동차협회의 반응이다.
 

한국이 요구해서 관철시킨 조항도 있다. 돼지고기 수입관세 철폐 시기가 2년 연장됐고, 의약품 특허 연장 역시 3년간 유예됨에 따라(2007년 1년 6개월 유예에서 1년 6개월 추가 유예) 특허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약품들로 인한 매출 성장이 보장됐다. 경제적 효과로는 보기 어렵지만, 주재원 비자도 3년마다 연장신청을 했는데 2년 더 연장됐다.

자동차 관세 철폐를 5년 유예함에 따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관세비용과 돼지고기와 특허품 연계 분야에서 발생되는 추가적인 수익을 비교하면 대동소이하다. 물론 수출 탄력도나 수요 탄력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지만, 관세효과는 엇비슷하게 보인다.

문제는 경제적 효과도 정치적 효과도 아닐 수 있다. 세계경제가 위기 후 새로운 판짜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경제 블록화, FTA에 의한 세계무역기구(WTO) 다자 간 체제 대체화 등 미세 및 거대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한 만큼 단기적인 경제효과에만 집중하는 것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가정도 가능하다.

향후 몇 개월간 양국 정부, 국회와 의회는 비준동의 절차 과정에서 상당한 견해 차이를 드러낼 전망이다. 하지만 한미 FTA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세계경제의 판도와 글로벌 전략의 변화 속에서 한국경제는 10년이 아니라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FTA의 가속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지속 가능성, 거리가 먼 시장을 심리적으로 당기는 역할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은 우리의 중요한 선진시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이 타결되고 비준 동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둘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동북아 경제는 한국뿐이다. 다투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에 앞서 우리가 선점해야 할 시장과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중국 및 일본과의 FTA에서 상대적으로 느긋해지는 건 우리다. 2007년 한미 FTA가 타결된 후 우리와 FTA를 체결하겠다고 나선 국가들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부, 기업, 가계의 경제주체들이 국가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전략, 다양한 전술을 모색하는 전략적 강소국으로 하루 빨리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가장 앞서나가야 한다.

한미 FTA가 실패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한미 양국 모두에게 돌아간다. 21세기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상 선진국과 신흥국 리더로서 한미 양국의 위상에 상당한 흠이 생길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더 얻어내면 좋다. 앞으로 남은 중국과 일본과의 FTA는 동북아시아 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