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여유도 없이 전장의 공포 속에서 얼마나 놀랬니. 아빠 책상에는 연평도 피폭 사진을 올려놓고 있단다. 너의 고통, 너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같이 나누고 싶은 심정으로 사진을 보면서 그 참혹한 현장을 상상하며 너를 눈에 그린다. 전사한 친구가 너의 중대 선임이라니 아빠도 소름이 끼치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응징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일로 우리 가족,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슴 졸이며 지난밤을 보냈을 거야. 늦게나마 너의 무사함을 접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만 그래도 머리 저 한구석은 개운하지가 않구나.
이왕지사 지나간 일은 접어두고 지금부터다. 긴장의 끈을 불끈 쥐어라. 지금부터 사태가 수습되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거라. 정신적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니까.
언젠가 너에게 해준 말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전심치지(專心致志·마음을 오로지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란 말을 상기해라. 마음가짐을 한 방향으로 전념하면서 생활하란 얘기야. 물론 간부들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지도하겠지만 너의 앞가림은 너 스스로 하는 것이 좋겠지. 
아빠는 너에게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구나.
첫째, 정신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며 마인드 컨트롤 훈련을 하거라. 둘째, 간부들의 통제에 순응하고 후임병을 정으로 지도하거라. 전장의 공포를 느꼈던 사람은 정신적 충격을 못 이겨 또 다른 행동, 돌발행동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꼭 명심하고 실천하거라.
너를 믿는다. 아들아! 지난번 휴가는 우리 부자지간에 좋은 추억거리였지. 서리산 등산하고 내려오면서 정글 숲을 헤치며 “아빠 이건 해병대 훈련보다 더 힘들어요”라고 했던 말 기억하지. 춘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아빠를 응원 나와서 골인 지점에서 “아빠”를 외치며 사진 찍었던 그 순간들이 생각나. 닭갈비와 소주 한잔 했던 소중한 기억들도.
다음번 휴가 때는 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보자.
아무튼 정신 가다듬고 아빠가 주문한 두 가지 사항 꼭 실천하여 선임에게는 신뢰를 받고 후임에게는 따뜻한 정을 베푸는 해병이 되거라. 아빠는 해병인 너가 자랑스럽다. 먼 훗날 좋은 추억이 되는 병영생활이 되도록 하여라. 가족들을 비롯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의 안녕을 기원한다.
2010년 11월 24일 밤늦은 시간에
암흑 같은 밤바다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너를 생각하면서 몇 자 적어본 아빠가
(추신) 우체국에 가서 책자 한 권과 아빠 사진을 동봉해 등기우편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연평도 지역은 배달이 안 된다고 해 이렇게라도 소식 전하고 싶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