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새 날개를 닮은 비행기 날개를 디자인하겠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형제가 살아 있다면 귀가 솔깃할만한 아이디어다. 생물학자인 이상임 연구원(37·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이 기계공학 분야인 비행기 날개를 연구하겠다고 나섰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이 뛰어든 생체모방적 날개 디자인 분야는 요즘 전 세계 과학계에서 화두인 ‘융합연구’의 하나다. 융합연구는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사실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염원은 그리스 신화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행기의 날개 형태는 새의 날개에 필적할 만큼의 유연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2001년 미항공우주국(NASA)는 날개 형태가 변하는 비행기, 즉 모핑(Morphing) 비행기를 개념화하였다. 이는 방향을 바꾸거나 착륙하려는 다양한 비행 상황에 적절하게 날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비행기다.
처음 NASA가 목표로 정한 것은 날개 면적이 50퍼센트로 줄었다가 늘어나는 등의 대변형이 가능한 비행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모핑 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이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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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이 착안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굳이 날개 형태가 그렇게 많이 변해야만 하는 것일까? 새들은 종에 따라 비행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한 종 안에서도 암수 또는 나이에 따라 요구되는 비행 방식이 다르다. 이 연구원이 12년째 연구하고 있는 까치의 경우에도 한 종 안에서 날개 모양은 비슷하지만 깃털은 조금씩 다르다. 일 년에 한 번씩 새로 나기 때문에 미세한 날개 형태 조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러한 미세한 형태 차이로 새들은 자기의 상황에 알맞은 비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조류 날개의 미세한 형태적 특징을 연구하면 NASA가 목표로 한 대변형이 아닌, 적은 정도의 변형으로도 여러 가지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날개를 고안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5월부터 3개년 목표로 ‘생체모방적 날개 디자인을 위한 조류 날개 연구’에 돌입했다.
조류의 날개 특성을 면밀히 연구함으로써 그 속에 숨은 공학적 원리를 알아내는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비단 학문적인 성과뿐만이 아니다. 생체모방적 날개가 실제 비행기 날개에 응용될 경우 활용성은 상상 이상이다.
현재 군사용, 경비용을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무인항공기(UAV)의 날개 형태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비행체 연구개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밑거름도 된다.
이 연구원의 이 같은 연구과제는 올 상반기 당당히 한국연구재단의 ‘모험연구’ 과제에 뽑혔다. 모험연구는 말 그대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고위험(High Risk) 과제다.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만일 성공하면 국가적,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은 분명하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국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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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연구재단에서 상반기 ‘모험연구’로 선정한 50개 과제들을 살펴보면 과연 고위험에 고성과가 따른다.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새로운 염료감응형 소자를 제작하는 연구, 장기간 체내 삽입이 가능하고 인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을 개발하는 연구,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신경세포 손상·사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연구 등이 그 예이다. 예전 같으면 탈락했을 법한 고위험 연구과제들이다.
지난해 6월 26일 출범해 꼭 1년을 맞은 한국연구재단은 짧은 기간 동안 창의적인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선진국형 연구사업 관리전문가(PM) 제도 도입 ▲성실실패 용인제, 신진 연구자 지원 등으로 도전적인 연구풍토 조성 ▲기초연구와 풀뿌리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 마련 ▲연구개발 성과물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R&D) 혁신센터 설립 등이 그동안의 성과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의 예산은 2조8천9백95억원. 지난해 예산보다 15.8퍼센트 늘었다. 이 예산으로 기초연구 진흥사업, 원천기술 개발사업, 원자력 진흥 및 안전사업, 거대과학기술 개발사업,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등을 통틀어 관리한다.
글·최은숙 기자
한국연구재단 www.nrf.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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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