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남아공 월드컵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의 불평이 쏟아지자 부부젤라 금지설도 나돌았다. 우리나라와 그리스의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 한 포털사이트의 ‘최고 월드컵 댓글’은 “잘 들었다, 부부젤라. 5.1채널로”였다.
지금 남아공의 불안한 치안은 ‘애국심’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남아공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1백19달러(2008년)로 아프리카에서는 ‘선진국’이지만 실업률이 극심(2007년 24.3 퍼센트)하고 흑백인종 간 빈부격차가 심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현실인 곳이다.
그럼 ‘곳간’이 넘치면 선진국인가. 미래로 갈수록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재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미래사회에서는 세계화, 지방화, 그리고 경쟁력 강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함에 따라 각 국가들이 국제 공조체제 아래 안전사회 건설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국가사회적 역량 강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웰빙(Well-being)’ 현상은 미래사회에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욕구를 키우며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안전사회 문화(Safe Society Culture)’가 보편적 현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국민들은 선진국의 요건을 ‘1인당 국민소득 최소 3만 달러 이상’으로 본다(전국경제인연합회 2009년 조사).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술개발, 시스템 혁신 등 생산성 향상(31.3퍼센트)’ ‘노사관계 선진화, 법질서 확립 등 정치·사회적 성숙(30.6퍼센트)’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질적 구조혁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명목 기준으로 2만 달러지만, 실질적으로 소비 가능한 수준을 보여주는 구매력지수(PPP) 기준으로는 3만 달러에 육박한다.
경제학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르는 확실한 기준은 없다. 선진국은 ‘Developed Country’, 개도국은 ‘Developing Country’일 뿐이다. 경제적 요소가 선진국의 필요조건이라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경제 외적 요소는 선진국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남아공의 치안부재 상황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어 우리나라의 안전부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첫날 길거리 우중(雨中) 응원에서 알 수 있듯이 뜨거운 월드컵 열기 뒤로 슬그머니 다가온 것이 장마철이다. 기상청 예보로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조별예선이 치러지는 6월 셋째 주부터 장마철에 들어간다. 장마로 문을 여는 여름철은 산업재해와 휴가철 사고가 어느 때보다 많은 계절이다. 최근 8년간(2000~2007년) 질식재해로 인해 1백63명이 사망했으며, 여름철(6월~8월)에 전체 사망자의 40.4퍼센트인 66명이 사망했다. 소방방재청의 안전사고 분석 결과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사이 주말 오후 2~6시에 가장 많은 물놀이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의 실내사격장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 8명 등 10명이 숨졌다. 이로 인해 나라 안팎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고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국가로서의 체면도 손상을 입었다.
우리의 현실은 경제적 요소보다 경제 외적 요소에서 선진국 문턱에서 더 멀다. 교통안전공단 정상호 이사장은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경우 화물차 사고, 보행자 사고 등 후진적 사고가 대다수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라며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하나만으로도 1년에 약 6백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09년 12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후진적 인적 재난 근절과 안전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안전제도 개선 및 의식 선진화 종합대책’을 확정해 2015년까지 OECD 15위 안에 드는 안전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부산 실내사격장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후진적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는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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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전 선진국 실현방안 안전문화 토론회’에서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박두용 교수는 “안전은 기술과 과학이 뒷받침돼야 하며 정치, 사회, 경제, 사회, 문화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면서 “안전사회는 우리 사회가 안전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할 때 그만큼 확립된다”고 강조했다.
국립방재연구소 심재현 방재연구실장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주민이 방재를 위해 힘을 쏟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지역주민은 스스로 위험에 대처할 방재의식, 지방정부는 사전 재해요인 해소를 위한 조직과 예산의 집중, 중앙정부는 법·제도·예산·기술개발을 통한 기반 조성이라는 각 주체의 책임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인 6월 15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 미국대사관 공식 카페에 서울광장에서 한국 대 그리스전 경기를 관람한 사진을 공개하고 “경기가 끝났을 때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한곳에 쌓는 등 자리를 정리했다. 일요일에 다시 광장을 지나가다보니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는 소감을 올렸다.
칭찬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선진 한국으로 가는 첫걸음은 이렇게 공동체 활동에서 이미 싹트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부부젤라의 소음을 뚫고 한 걸음씩 ‘꿈’을 향해 다가가는 태극전사들처럼. OECD 15위권 안전 선진국이란 목표도 꿈은 아닐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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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