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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동·청소년 성범죄 처벌 등 관련법 크게 강화




 






 

“아이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불안해 못 견디겠어요.” 등교하던 여덟살짜리 아이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또다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아동 성폭행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온 정부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4월 ‘여아 보호와 여성폭력 방지’를 국정과제로 삼고 아이와 여성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총리실 주재로 정부 부처 합동 ‘아동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회의’를 열고 성범죄 예방 조치 강화와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골자로 한 아동 안전대책을 세웠다.

성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최근 3년 동안 매년 1천 건 이상의 아동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져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조두순 사건도 그중 하나. 그런데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끔찍한 만행의 장본인인 조 씨가 통제력이 부족한 만취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감형되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를 계기로 아동 성폭행은 물론 모든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이 같은 국민의 뜻을 반영해 새로 개정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4월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두순 사건처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범인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하는 ‘선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성폭행을 당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함에 따라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죄의 적용 범위도 크게 줄였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3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고소 없이도 무조건 처벌할 수 있게 된 것.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신상정보의 인터넷 공개대상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자에서 19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자로 확대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번 법률 개정에 따라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둔 지역주민에게 우편으로 고지하는 제도가 세부 절차를 마련한 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개정된 성보호법은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목적으로 성교육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를 3백 시간으로 의무화했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도 한층 강화했다.

피해아동이나 청소년을 가해자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원은 1백 미터 이내 가해자 접근 금지, 통신장치 이용 연락 금지 등 보호처분을 선고해야 한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모든 성범죄자는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취업은 물론 개인과외 교습도 할 수 없게 됐다.
 

법무부는 성폭행, 납치, 강간 등 죄질이 나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범죄의 유기징역형 기본형량을 1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했다. 가중 처벌을 위한 형량의 상한선도 25년에서 50년까지로 2배 늘렸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3월 31일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로 늘어난다.

전자발찌 부착 의무는 이미 형이 확정된 성폭력범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도 부착 대상에 포함됐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보호관찰을 실시하고, 주거지역을 제한할 수 있으며, 주거 이전이나 국내외 여행을 할 경우에는 보호관찰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2008년 9월부터 시행된 전자발찌 제도는 성폭력 전과자에게 발찌와 함께 휴대전화처럼 생긴 교신장치를 착용하게 해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담당 보호관찰관의 개인휴대단말기(PDA)로 통보되는 전자감독 시스템. 그동안 탁월한 재범 억제효과가 검증됐다고 한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 따르면 2008년 9월 1일부터 올해 3월 30일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 전과자 5백82명 가운데 같은 죄를 다시 저지른 사람은 1명으로 동종 재범률이 0.17퍼센트에 그쳤다. 다른 죄를 다시 저지른 4명을 포함해도 전체 재범률이 0.86퍼센트에 불과했다. 전자발찌를 채우지 않은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14.8퍼센트)에 비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성범죄 피해자 보호조치도 더욱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법무부는 ‘아동 전담 검사제’를 확대 강화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반복 조사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는다. 여성가족부는 아동 성폭력 피해 전담기관인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전국 9곳에서, 성폭력 관련 지원센터인 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 16곳에서 운영하는 한편 해바라기아동센터와 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합한 부산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를 지난 1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오는 7, 8월에는 부산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와 같은 신규 통합센터가 3곳 더 확충된다. 해바라기아동센터는 13세 미만 아동과 지적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의학적 진단 및 평가와 응급 구조, 신고, 소송 등 법적 지원을 담당한다. 원스톱지원센터는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 의료, 법률·수사에 대한 통합 지원을 3백65일 24시간 실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가 자립할 수 있는 성년이 될 때까지 집을 떠나 생활할 수 있는 전용 쉼터 2곳을 올해 상반기에 설치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부부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 가정폭력의 근절을 목표로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16곳, 상담소 2백75곳, 보호시설 66곳, 원스톱지원센터 18곳을 전국 곳곳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2007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발생률은 50.4퍼센트로 부부폭력이 40.3퍼센트, 아동학대 66.9퍼센트, 노인학대가 6.0퍼센트에 이른다. 가정폭력의 평균 지속기간도 11년 2개월로, 피해자의 48.2퍼센트가 10년 이상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 주변의 안전망도 더욱 촘촘해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등교에서 귀가까지 24시간 학생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서비스를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정규 수업시간에는 배움터 지킴이와 교직원, 방과 후에는 관내 경찰과 자원봉사자,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는 경비 용역업체 등을 활용해 24시간 순시·순찰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에게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처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학교장이 지정한 학교 폐쇄회로TV(CCTV) 관리자는 주간에는 교무실이나 행정실, 야간에는 당직실에서 실시간 모니터를 해야 한다.

각 학교에서는 조기 등교, 방과후 활동 전의 비는 시간 등 교사의 학생지도가 어려운 틈새시간에 아이들이 도서관이나 시청각실, 특별실 등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교내 안전지대를 지정해 운영하도록 했다. 초등학생의 등·하교 상황을 알려주는 ‘안심 알리미’ 운영학교도 지난해 40개교에서 올해 1천7백24개교로 늘어나고, 방과후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학부모에게 전송해주는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도 실시될 계획이다.

휴가철에 대비해 민생치안도 강화된다. 경찰청은 6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를 여름철 특별 방범활동 강화 기간으로 정하고 휴가철 주택가 빈집털이와 노출에 따른 성폭력 범죄를 집중 단속한다. 아울러 해수욕장과 계곡 등 주요 피서지에 인력을 배치해 피서객의 안전 확보와 청소년 선도활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 청와대는 영등포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두순 사건 당시 마련된 아동 안전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 재발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조두순 사건 이후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 대책을 마련했는데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대책 마련보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실천인 만큼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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