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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학교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6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정책의 큰 흐름 중 하나로 ‘학교 단위 책임경영을 위한 학교 자율화 방안’을 추진했다. 학교 단위 책임경영제는 단위학교 구성 주체들이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다. 자율과 책무를 조화시키는 학교 경영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여건에 맞는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 자율화 방안을 확정했다. ▲교육과정 자율화 ▲교직원 인사 자율화 ▲자율학교 확대 ▲학교장 책임강화 등 크게 네 가지 과제로 이뤄진 이들 방안은 특히 학교 운영에서 학교장의 권한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교장공모제가 두드러지게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경쟁을 통해 선발된 능력 있는 학교장이 일선에서 진두지휘해 학교 경영 자율화를 이끌어가자는 것이다. 학교장에겐 학교 운영의 주요 사항에 관한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결정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교장공모제는 자율학교를 중심(일반학교 초빙교장제 포함)으로 2007년 9월 1차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올해 9월 시작하는 6차 시범 운영에선 전국 시도교육청 교장 결원 예정 학교 수의 56퍼센트에 달하는 4백30개교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장공모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장자격증 소지자 인원을 늘리고, 공모교장 경쟁률을 10대 1 수준으로 높여 선의의 경쟁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단위학교의 책임경영이 완벽하게 시행되기까지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 자율경영을 이뤄낸 사례가 소중한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그간 교장공모제로 학교장이 된 뒤 공교육 우수 사례를 일궈낸 학교들을 소개한다.




“저는 1학년 이화영 선생님 반입니다.”

서울 영림초등학교 학생들은 ‘1반’ ‘장미반’과 같은 이름 대신 담임선생님 이름을 반 이름으로 사용한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담임실명제’는 이경희 교장이 낸 아이디어다.

2004년 9월 이 학교로 부임한 그는 학교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조그마한 5층짜리 건물 하나가 전부인 학교는 시골 분교보다 못했다. 교사들이 “그저 부임 기간만 버텨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러나 꿈나무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학교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담임실명제에 이어 모든 수업을 무선마이크로 진행하는 등 변화의 씨앗을 뿌려갔다.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들도 마이크로 발표하고 답하면서 집중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어갔다. 올해 봄부터는 교사가 같은 학년을 계속 맡도록 하는 ‘학년중임제’와 모든 학년에서 영어와 수학의 수준별 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교장공모제를 통해 영림초교에 계속 근무하게 된 이경희 교장은 “교육 현장의 개혁은 공급자인 교사와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교집합’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 꿈은 호텔리어입니다. 서울 힐튼호텔에서 직접 호텔리어를 만나 체험을 해보니 제게 부족한 부분들을 깨닫게 됐어요.”

직업체험교육을 받은 서울 양천중학교 학생의 발표 사례다. 양천중학교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지역에 있어 한때 교사와 학생들에게 기피 대상 학교였다. 그러나 2007년 교장공모제로 부임한 홍석 교장이 부임한 뒤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강화된 결과다.

홍 교장은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꿈’이라는 것에 주목해 맞춤식 진로상담 활동, 다양한 직업체험 프로그램 운영, 진로 포트폴리오를 위한 체계적인 진로교육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정형편에 맞춰 고교 진학을 하는 게 아니라 단계별 진로교육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고교 진학 상담자가 크게 늘었다.

홍 교장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다 보니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학업에도 매진하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남양주시에 자리한 와부고는 지난해 공교육 성공 사례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학교. 경기 지역 첫 개방형 자율학교(현 자율형 공립고)로 2008년 개교한 와부고는 교장공모제로 부임한 김학일 교장이 기틀을 세웠다. 교사들도 모두 초빙돼 적극적인 자세로 학생들을 이끈다.

11월이 되면 와부고는 다양한 색상의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로 붐빈다. 고교 입학 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과정을 가르치는 것.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고안됐다.

등교 후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아침학교’를 운영해 뇌호흡, 필독서 읽기 등을 진행하거나 수업시간을 두 시간씩 묶어서 가르치는 ‘블록 타임제’도 실시하고 있다. 개교 2년 만에 와부고는 경기도 내 중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1위 학교로 부상했다.

김 교장은 “학력 신장과 인성교육이란 두 가지 과제를 충족시키며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시켜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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