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단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매 학기 거의 모든 기본 교과목을 배워야 하는 기존 교육방식은 학습 부담을 가중하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 학습 부담을 줄이고 공부 흥미를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체험과 봉사, 진로교육 등 폭넓은 인성교육이 가능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2011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인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대표적 변화 중 하나는 집중이수제다. 집중이수제는 여러 학기에 걸쳐 나눠 배우던 교과목을 한 학년이나 한 학기에 집중해서 이수하게 함으로써 학생의 과도한 학습이나 과제, 시험 부담을 덜어준다.
교사도 교과의 수업시간 운영방식을 개선해 토론, 작품활동, 실험실습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심층수업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적용 대상은 수업시수가 적은 교과뿐 아니라 모든 교과가 될 수 있으며 학교가 학생들의 특성과 발달단계를 고려해 결정한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학기당 이수하는 교과목 수가 현재 12과목 안팎에서 8과목 이하로 줄어 학생들의 개인차를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도 가능해진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를 8과목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집중이수제는 교과군과 학년군을 도입해 추진된다. 교과군은 기존의 교과들을 교육 목적상의 근접성, 학문 탐구 대상이나 방법상의 인접성, 실제 생활양식에서의 상호 연관성 등을 고려해 광역군 개념으로 묶은 것.
학년군의 경우 초등학교는 1~2학년, 3~4학년, 5~6학년의 3개 학년군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1학년, 2학년, 3학년의 3개 학년을 각각 1개 학년군으로 설정함으로써 학년별, 학기별, 분기별 집중이수를 통해 학기당 이수 과목 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 체험활동도 도입된다.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이름 붙이고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금보다 질적으로 더욱 내실화하고, 고등학교는 현행 주당 2시간에서 4시간 이상으로 시간을 확충해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철저히 창의성과 인성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자율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으로 나눠 운영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식과 인성을 고루 함양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육과정의 일반적 추세이기도 하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운영 결과는 상급학교 진학의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입학사정관제 등과 관련해 또 다른 의미에서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숙정 교육과정기획과장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라며 “특히 사교육에 의한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핵심 역량 강화를 목표로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의 이수기간도 단축했다. 현행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간을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으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10개의 기본교과를 획일적으로 학습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과정은 이수기한을 중학교 3학년까지로 조정해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진로와 적성, 필요에 따른 학습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
이는 고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게 원하는 공부를 더 깊고 넓게 할 수 있게 하고, 정부가 추구해온 고등학교 유형의 다양화, 교육과정 운영의 특성화, 학교 중심의 교육과정 정책과 일관성을 유지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국어, 수학, 영어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한 기초교육은 강화하는 한편, 나머지 교과에 대해서는 개별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교육과정의 자율화다.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23일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올해 시범 적용할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해 발표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선도학교’는 시도교육청의 심사를 통해 초등학교 68개교, 중학교 66개교, 고등학교 66개교 등 총 2백 개교가 선정됐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창문여고 등 45개 학교가 ‘교육과정 혁신학교’라는 문패를 달았다.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이들 학교에는 지난해 교과교실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건축비와 기자재 구입비 등 15억원이 지원됐으며, 올해는 교사 인력과 행정보조 인력을 확보하는 데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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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선도학교와 혁신학교 내에서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창문여고 최영현 교감은 “교과교실제와 집중이수제를 실시하면서 교사의 태도도 한층 진지해졌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학습 의욕도 고취됐다”며 흡족해했다.
이어 그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의 학습 효과를 내기 위해 애쓰는 교사들의 긴장된 눈빛에서 우리 교육계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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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