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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젊은 장병 46인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의 원인이 55일 만에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26일 밤 9시 22분경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경비임무 수행 중이던 해군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에서 발사한 북한제 중어뢰의 공격을 받아 강력한 수중폭발과 함께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은 5월 2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윤덕용 공동단장의 발표를 통해 “오늘의 발표 내용은 조사단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과학적, 객관적 접근방법을 통한 조사활동과 검증과정을 거쳐 도출한 결과”라고 밝혔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현재까지 해저에서 인양한 선체의 변형 형태와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증거물들을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북한이 발사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돼 침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주는 ‘결정적 증거’로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잔해를 공개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공개한 어뢰 잔해는 천안함 침몰해역을 정밀 수색하다 5월 15일 수거한 결정적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어뢰의 뒷부분인 추진동력부에 해당한다. 추진동력부에 있는 각각 5개의 날개가 달린 순회전과 역회전 프로펠러, 조종장치, 샤프트(축) 등 추진체와 함께 어뢰의 모터도 발견됐다.

천안함 폭발지점 인근 47미터 해저에서 쌍끌이 어선에 의해 수거된 어뢰 부품들은 민군 합동조사단 확인 결과 북한이 이란과 중남미 등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북한산 무기소개 책자(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 도면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어뢰의 추진체 내부에서는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이는 우리 군이 확보하고 있는 또 다른 북한산 어뢰의 표기방법과도 일치했다”며 “러시아산 어뢰나 중국산 어뢰는 각기 그들 나라의 언어로 표기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7년 전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는 북한제임을 알려주는 영문 표기와 함께 ‘4호’라는 한글이 쓰여 있었다. 우리 군은 어뢰에 이와 다른 표기를 사용한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어뢰에 한글과 숫자를 쓴 것은 어뢰의 조립과 정비 등을 쉽게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으며, 어뢰 완성품은 알루미늄 외피로 싸여 있어 문제의 어뢰 내부에 한글이 쓰인 사실은 어뢰를 사용하는 북한군이 인지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군이 한글이 쓰인 북한의 훈련용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산 CHT-02D 어뢰는 음향 항적과 음향 수동추적 방식을 사용하는 수동식 음향어뢰다. 직경 21인치(5백33밀리)에 무게 1.7톤, 길이 약 7.3미터, 폭발장약이 2백50킬로그램에 달하는 중어뢰다. 중어뢰는 무게 1~1.5톤 규모의 어뢰로 비교적 장거리를 운항한다.

민군 합동조사단 황원동 정보분석팀장은 “프로펠러 날개가 상부와 하부, 좌현과 우현 날개로 구성된 형태가 설계도면과 같고, 프로펠러부터 샤프트까지 길이가 1백12센티미터로 설계도면과 동일하며, 프로펠러 날개와 방향키의 지지원 형태와 크기가 설계도면과 일치하는 등 우리가 수거한 어뢰 잔해가 북한의 설계도에 명시된 크기와 형태가 일치했다”며 “추진부 뒷부분 안쪽의 한글 표기까지 모든 증거가 이들 어뢰 부품이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북한산 CHT-02D 어뢰 잔해 발견 전에도 천안함 사태를 어뢰 피격으로 인한 침몰로 판단할 만한 근거들은 많았다.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어뢰 피격으로 판단한 근거로 선체손상 부위에 대한 정밀계측과 분석 결과를 들었다.

선체의 용골이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인해 함정 건조 당시와 비교해 위쪽으로 크게 변형됐고, 외판은 급격하게 꺾이고 선체에는 파단된 부분이 있었다. 또 주갑판은 가스터빈실 내 장비의 정비를 위한 대형 개구부 주위를 중심으로 파괴돼 절단됐고, 좌현 쪽이 위쪽으로 크게 변형됐으며, 절단된 가스터빈실 격벽은 크게 훼손되고 변형됐다. 함수, 함미의 선저(배의 바닥)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꺾인 것도 수중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함정 내외부의 표면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함정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함안정기에 나타난 강력한 압력 흔적 ▲선저 부분의 수압과 버블 흔적 ▲열 흔적이 없는 전선의 절단 등도 수중폭발에 의한 강력한 충격파와 버블효과가 함정의 절단과 침몰의 원인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합동조사단은 밝혔다.

수중폭발로 인한 충격과 버블효과로 인한 물기둥 발생도 확인됐다. 천안함 생존 병사들과 백령도 해안 초병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생존 병사들은 거의 동시적인 폭발음을 1, 2회 들었고, 충격으로 쓰러진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또 백령도 해안 초병이 2, 3초간 높이 약 1백 미터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진술 내용 등은 수중폭발로 발생한 물기둥 현상과 일치했다고 합동조사단은 발표했다. 또한 인양된 시신을 검안한 결과 파편상과 화상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골절과 열창 등이 관찰됐는데 이는 충격파와 버블효과의 현상과 일치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천안함 침몰 시간을 규명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진파와 공중음파가 동일 폭발원을 대상으로 기록됐고 ▲지진파는 4곳에서 진도 1.5 규모로 감지됐으며 ▲공중음파는 11곳서 1.1초 간격으로 2회 감지되는 등 수중폭발에 의한 충격파와 버블효과 현상과 일치했다. 이와 함께 백령도 근해 조류를 분석해본 결과 어뢰를 활용한 공격에 제한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덕용 공동단장은 “이러한 조사결과는 일부에서 제기해온 좌초나 피로파괴, 충돌, 내부폭발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확인해줬다”며 “결론적으로 침몰해역에서 수거된 결정적 증거물과 선체의 변형 형태,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 등과 수집한 어뢰 부품들의 분석결과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됐다”고 정리했다.

합동조사단이 실시한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수심 6~9미터,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대략 좌현 3미터의 위치에서 총폭발량 2백~3백 킬로미터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백50킬로그램 규모의 어뢰가 천안함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미터, 수심 6~9미터 정도에서 수중폭발했고, 이에 따른 버블효과로 인해 배가 파손되며 침몰했다”고 결론지었다.

합동조사단은 지난 5월 4일부터 운영해온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태스크포스(TF)’가 확인한 사실들을 근거로 천안함에 중어뢰 공격을 가한 것은 북한 잠수정이라고 확인했다.





 

다국적 연합정보분석TF의 조사 결과 북한군은 ▲로미오급 잠수함(1천8백 톤급) 20여 척 ▲상어급 잠수함(3백 톤급) 40여 척 ▲연어급(1백30톤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 척 등 총 70여 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천안함이 받은 피해와 동일한 규모의 충격을 줄 수 있는 총폭발량 2백~3백 킬로그램 규모의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천안함 공격 2, 3일 전에 서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공격 2, 3일 후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됐으며, 당시 다른 주변국들의 잠수함정은 모두 자국의 모기지 또는 그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도 관측됐다.

연합정보분석TF 황원동 팀장(공군 중장)은 “북한 서해안 기지에서 상어급 잠수함과 연어급 잠수정 각각 한 척이 각 기지에서 벗어나 활동한 것이 관측됐다”며 “그동안 사용한 어뢰 종류와 작전해역 수심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것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러한 모든 관련 사실과 비밀자료 분석에 근거해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상의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이 어뢰는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으로부터 발사됐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며 모든 증거가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군 합동조사단에는 국내 10개 전문기관과 군 전문가, 국회 추천 전문위원과 미국, 호주, 영국, 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를 합쳐 모두 74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사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미국 측 조사단 대표인 에클스 제독은 “한국 조사단원들과 긴밀히 협조하며 조사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어뢰 잔해 발견 이전에도 여러 증언과 과학적 분석, 토의를 거듭해 지금의 결론에 이르렀으며, 실제 발견된 증거는 북한산 어뢰와 크기 등이 일치했다”고 확인했다.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 발표 직후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며 “국방위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5월 21일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주도의 다국적 합동조사가 완료됨에 따라 유엔군사령부는 조사결과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정전협정 위반사항을 판단하기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와 유엔사의 위원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CIT)을 소집한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은 유엔사 소속 프랑스, 뉴질랜드, 덴마크, 영국, 호주, 캐나다, 한국, 터키, 미국 등으로 구성되며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 스위스의 요원들도 포함된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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