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5대부터 내리 4선을 한 국회의원이지만, 여전히 서민적 이미지를 풍기는 홍준표(56) 의원을 5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홍 의원은 서민정책에 관한 한 여당의 정체성을 다소 흔들어대는 한이 있더라도 거리낌 없이 소신을 펼쳐온 인물이다. 17대 국회 때는 토지 소유권은 국가와 공공기관이 갖고 건물만 일반에 분양해 아파트 값을 낮추는 ‘반값 아파트’ 법안을 발의했고, 이중국적 보유 남성의 병역회피를 막는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개정도 이끌어냈다. 지난 4월에는 사회취약계층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면제하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제가 아주 밑바닥에서 살아봤으니 서민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서민들을 위해 그저 시늉만 하는 것은 제 스스로 용납이 안 돼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중도실용’을 임기 중반 이후 국정 운영의 최우선 어젠다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뒤 정부 각 부처도 서민생활 안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국무총리실이 2009년 7월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서민생활 지원대책’의 이행 여부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이에 따른 일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홍 의원은 ‘서민생활 지원대책’의 취지와 방향에는 분명하게 공감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제도의 선택과 운영 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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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소금융제도, 보금자리주택, 든든학자금 이 세 가지를 친서민정책의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내 집 갖고, 내 자식 잘 키우면 거기서 꿈을 얻습니다. 그런 면에서 취지에는 공감해요.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서민정책의 ‘일대 개선’이라고 보기엔 미흡합니다. 서민들에게 심정적 동질감을 갖고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우선 미소금융제도의 접근성을 강화하려면 은행권 스스로의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아직도 심각합니다. 지금까지 은행은 부도가 나면 국민 세금인 공적 자금으로 살아났죠. 그런데도 아직 사회 기여에 소홀하고 자사 이익의 극대화에만 집중합니다. 미국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다시 관치금융으로 돌아섰어요. 이런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앞으로 국내 은행들도 대출 총액의 30~40퍼센트는 서민 대출로 돌릴 수 있도록 (법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출금리도 수신금리와 연동해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은행 이익의 10~20퍼센트도 서민 대출에 투입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러한 내용의 법안을 6월 중 발의할 계획이에요.”
홍 의원은 지난해 9월 첫 분양(서울 강남 세곡, 서초 우면과 경기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을 시행한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투기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무총리실도 3월 보금자리주택의 주요 성과를 평가하면서 주택 건설 시 투기 단속 강화를 최우선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로또 주택’이라는 말이 나돌지 않았습니까. 과연 나중에 집값이 안 오를까요? 수도권에서만큼은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정책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반값 아파트’ 법안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값 아파트 법안은 지난해 4월 특별법이 제정돼 그해 10월 시행령이 통과됐으나 아직 성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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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는 2백50퍼센트 이상의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어 임대료가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이라도 평당 6백만원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어요. 현재 강남은 평당 4천만원도 넘지 않습니까? ‘반값’이 아니라 ‘8분의 1값’이네요. 33평이면 아파트 건물 가격이 2억원이 안 됩니다. 여기에 토지 임대료로 월 30만원을 낸다고 하면 1년에 3백60만원, 40년을 임대해 거주한다고 하면 1억5천만원입니다. 모두 해서 3억5천만~4억원이면 강남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돈을 월세 등 여러 방법으로 나눠 낼 수 있고, 재건축 권한도 가질 수 있어요. 청약 조건도 제한하고 정말 천신만고 끝에 이끌어낸 법안인데 아쉽습니다. 서민들 처지에선 집 걱정 없이 자녀 교육에 전념하고 문화생활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반값 아파트 추진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이 질문에는 “홍준표 정책이니까”라는 재치 있는 농담이 되돌아왔다.
홍 의원은 대학 학자금 지원 대출이자가 높다는 지적도 했다. 지난해 2학기 학자금 대출이자는 1학기 7.3퍼센트에서 5.8퍼센트로 인하됐지만,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체감 수치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 의원은 아예 동료의원 62명과 함께 기초수급 대상자와 차상위계층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일반 학생은 부모의 경제 사정에 따라 등록금을 낸다.
“인생 대역전의 기회는 교육에서밖에 찾을 수 없는데, 취약계층의 자녀들은 양질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어요. 등록금 차등제는 이미 미국 주요 명문대학들도 실시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 법안에 국가의 역할이 없다’ ‘포퓰리즘 법안이다’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나름 예산을 늘려 학자금 지원을 하고, 민간에서도 고소득자들이 서민들의 어려움을 분담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자는 취지입니다.”
최근 여야가 정면충돌을 불러온 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 논란에 대해서는 “무상급식은 서민들을 위해 하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는 잘사는 집 자녀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므로 차라리 그럴 예산이 있으면 영·유아 보육사업에 투입하는 게 낫다는 것.
홍 의원은 각 부처 장관들이 소신을 갖고 대통령의 친서민정책 확대에 나서주기를 희망했다. 자신도 서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처럼 저도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압니다. 실질적 혜택은 언제나 서민과 소외계층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글·유재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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