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제주도 감귤농장에서는 경유 난방비용이 총 생산비용의 70퍼센트에 이릅니다. 이젠 그저 에너지 절감이 필요하다는 점만 논의할 상황이 아니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유영선 박사는 농업 분야 에너지 절감 얘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농촌의 심각한 유류비 현실부터 거론했다.
유 박사의 말처럼 국제 유가가 계속 치솟으면서 이제 농가의 경영비용 대비 에너지 비용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간 정부는 농가에 대해선 면세유를 공급해 비용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려 했다. 하지만 유가는 정부의 배려가 무색할 만큼 큰 폭으로 상승했다. 면세 경유 가격은 2003년 리터당 4백17원에서 2008년 1천2백원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돼 대체에너지 개발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체에너지가 지열(地熱)이다. 지열은 특히 도시보다 토지가 넓은 농가에서 쉽게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열을 냉난방 열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기술을 2007년 개발해 산업재산권으로 등록한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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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여름철에는 차가운 지하열(섭씨 10~15도)을 응축해 냉방에 활용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지하열(섭씨 20~25도)을 난방에 활용하는 원리다. 그간 국내에선 도시 건물 등에 수직 방향으로 설치되는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이 주로 보급됐다. 수직형은 주로 땅속 1백50미터 깊이에 지열 교환기를 설치해 운영한다. 
농촌진흥청은 도시보다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쉬운 농촌의 환경을 고려해 수직형 대신 땅속 2, 3미터 깊이의 지표열을 이용하는 수평형을 새로 고안했다. 수평형은 설치하기가 쉽고 설치비용도 수직형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수평형 시스템은 지금까지 약 60헥타르의 면적에 보급됐다. 보급 대상 농가 65개소 중 34개소에 설치가 완료됐다. 유 박사는 “전국에 있는 5만4천 헥타르의 온실시설(채소, 화훼, 과수 등) 중 1만4천 헥타르가 난방 온실”이라며 “앞으로 수출 작물 온실, 고온성 작물 온실 등에 집중적으로 지열 히트펌프 시설을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지열 난방의 기대 효과는 매우 높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경남 진주 육묘 온실에서 행한 현장 실증 연구를 통해 지열 난방이 경유 난방보다 78퍼센트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올해도 실증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 김봉환 지도관은 “지난 4월 15일 전남 장성 지역의 파프리카 농장 유리 온실과 비닐 온실 약 4천5백 평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했는데, 올해 1~3월 히트펌프를 사용했을 때 소요된 비용과 기존 경유 연료비용을 따져보니 약 73퍼센트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강추위로 인한 일조 부족으로 온실 내 다습 환경 위험이 컸는데, 지열 히트펌프를 가동한 온실은 비용 부담 없이 높은 온도를 상시 유지해 다습 환경을 최대한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재해 요소를 사전 차단한 덕택에 파프리카의 수확량과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김 지도관은 “파프리카 수확량이 경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20퍼센트가량 증가했고, 품질도 25퍼센트 이상 향상됐다”며 “시설투자 비용과 에너지 절감 효과 등을 종합해보면 소득이 41퍼센트 정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단점은 설치비가 비싸다는 것. 1헥타르당 설치비용은 10억원으로 수직형 시스템보다는 저렴하지만 개별 농가가 부담하기엔 큰 액수다. 김 지도관은 “설치비용의 80퍼센트를 국가(60퍼센트)와 지방자치단체(20퍼센트)에서 보조한다”며 “투자비용을 넘어서는 소득 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에 투자가치는 높다”고 설명했다.
지열과 더불어 미래 신재생에너지로 목재 펠릿(목재 잔재를 압축해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만든 원료)도 각광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에너지 수요 관리대책’을 통해 2012년까지 농가 주택 4만 가구와 전체 원예시설 난방의 8.3퍼센트를 목재 펠릿으로 대체하고, 생산능력도 75만 톤(국내 40만 톤, 해외 35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만큼 대체에너지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럽과 북미는 물론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대체 에너지로 상용화됐다.
목재 펠릿은 무엇보다 난방용 석유 대체 연료로 가격 및 공급 잠재력이 우수하다. 산림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료별 동일열량 가격 비교표에 따르면 목재 펠릿의 가격은 경유의 절반, 보일러 등유의 82퍼센트 수준이다. 발열량은 무연탄에 버금가고, 발열량당 가격도 도시가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과 산촌 지역에선 난방 유류 대체에너지로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공급량 측면에서 보면 벌채, 숲 가꾸기 등으로 발생하는 원목 및 부산물 약 6백40만 세제곱미터 중 2백만 세제곱미터를 목재 펠릿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약 1백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양. 
에너지 절감 효과도 이미 검증됐다. 농촌진흥청이 2008년 펠릿 난방기를 개발해 대관령 고랭지 농업연구센터에서 동절기(6개월) 실증 연구를 벌인 결과 2007년 경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연료를 46.4퍼센트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운 대체에너지로 경쟁력이 입증되면서 난방용과 원예시설용 목재 펠릿 시스템 보급도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해 전남 8백50대, 충북 7백50대 등 농촌지역에 가정용 소형 보일러 3천 대가 보급됐다. 올해에는 원예시설 1백60헥타르에도 펠릿 난방기를 시범 보급할 예정이다.
청와대 윤진식 정책실장도 지난 3월 20일 경기도 펠릿 생산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목재 펠릿의 전국적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농촌 마을회관과 경로당에 펠릿 보일러를 보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목재 펠릿의 소비를 활성화하려면 안정적인 공급도 중요하다. 원료비를 낮추는 것이 최대 관건인 만큼 목재 펠릿 생산시설도 꾸준히 신설되고 있다. 2008년 경기 여주(여주목재유통센터)와 전북 군산에 시간당 2톤의 펠릿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 이후 올해 3월까지 19개 생산시설이 펠릿을 생산하고 있거나 시공 중이다.
가축 분뇨를 이용한 저비용, 저탄소형 바이오가스(SCB-M) 생산기술 및 벼 이앙·제초 작업 로봇화 기술도 실증 연구가 진행 중이거나 시범사업이 예정돼 있다. 가축 분뇨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은 가축 분뇨나 도축 폐기물 등에서 바이오가스와 퇴비단(SCB)을 얻어내고 이로부터 다시 전기와 퇴비와 액체 비료를 확보하는 것으로, 현재 10개소에서 생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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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승희 박사는 “이와는 별도로 농림수산식품부 주도하에 올해 3개 시범사업자가 새로 선정될 예정이며, 시범사업이 마무리되면 평가를 거쳐 2020년까지 가축 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추가로 1백 개 정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벼 이앙·제초 작업 로봇화 기술에선 작업과 생육 상황을 점검하는 로봇 플랫폼과 자율항법, 레이저 시각장치 개발이 핵심으로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다.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실 김덕호 행정관은 “농업 분야에서 처음으로 지열과 목재 펠릿이 신재생·대체에너지로 개발되고 보급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열은 기술적 한계를 계속 검증해야 하고, 목재 펠릿은 시설 농가가 적극적으로 선택해줘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량 축소에서 눈에 띄는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은 또 “앞으로 농가의 호응 추세에 맞춰 신재생·대체에너지 보급을 위한 규제 개선과 세제 지원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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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