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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인터뷰 - 이낙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지금 우리 농촌은 1백 년 만에 닥친 극심한 냉해를 입고 있습니다. 시설작물에 이어 노지작물까지 그 피해가 광범위합니다.”

만개해야 할 벚꽃이 날 선 봄추위 탓에 피는 듯하다 금세 지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이낙연(58) 위원장을 만났다. 언론인 출신인 이 위원장은 전남 영광-함평-장성 지역구에서 16, 17,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선 의원이다.

“올봄에는 구제역 피해 현장을 찾아다니느라 바빴어요. 그래도 구제역은 지역에 따라 안심권역이라도 있지, 농작물은 피해지역, 작물 종류에 관계없이 냉해가 극심합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시설작물에 대한 냉해를 걱정했으나 이제 보리, 밀, 양파, 복분자, 배, 자두, 복숭아, 감, 사과 등 노지작물까지 냉해를 입어 올해 농민들이 떠안아야 할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우려다.

“올봄에 냉해 없는 작목은 추울 때 꽃이 피는 매실뿐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나머지는 추운 날씨에 꽃이 적게 피고 당연히 열매도 적게 열리는데, 그것마저도 맛이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농민들은 생산량과 판매량 감소, 가격과 품질 하락이라는 4중고를 동시에 겪게 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동안 자연재해 피해보상에서 제외됐던 비닐하우스 등에서 재배하는 딸기, 참외, 토마토, 오이 등 25개 시설작물에 대한 재해보상이 올해부터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재해보험 적용 대상을 크게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90퍼센트는 하늘의 뜻이라고 할 만큼 농업은 기후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습니다. 기후 영향을 최소화하는 완충장치라 할 수 있는 재해보험 적용 대상을 넓혀줄 필요가 있어요. 전체 농작물 가운데 재해보험 대상 품목은 비율을 퍼센트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합니다.”

이 위원장은 지금의 우리 농업에 대해 “구조조정 중”이라고 표현했다. 40년 전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의 비율이 30퍼센트였으나 지금은 2.6퍼센트로 대폭 축소됐다. 전체 인구 중 농업인구 비중도 45퍼센트에서 6.5퍼센트로 떨어졌다. 반면 농업의 생산성은 2배로 높아졌다.

“농업 구조조정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지금 농촌은 노인 인구가 40퍼센트 이상인 거대한 양로원이 돼 있습니다. 농업 축소와 고령화·공동화까지,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는 고통을 농민들은 온몸으로 받고 있는 셈이죠.”

이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때 우리 농촌에도 소득과 삶의 질이 높은 ‘유럽형 농촌’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지금 27퍼센트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합니다. 자급률 수치 자체가 낮기도 하지만 이제 세계의 식량 사정이 변하고 있거든요.”
 

그는 우리의 식량 철학 중 하나인 ‘국제 분업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외국에서 값이 싼 식량을 사들이고, 우리의 비싼 상품을 외국에 판다는 것이 국제 분업주의의 핵심이다.

“국제 분업주의는 세계시장에 잉여농산물이 계속 있을 것과 농산물 생산국의 가격이 수입국보다 계속 쌀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전제 조건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중국, 베트남, 이집트 등이 수출하는 잉여농산물 양은 형편없이 줄어들고, 생산국의 가격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옥수수값은 3년 새 3배, 밀은 4년 새 2배, 쌀은 5년 새 2배 올랐습니다.”

이 위원장은 우리 농업의 구조조정을 ‘유럽형 농촌’으로 귀결 짓기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자원순환형 농업’을 들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돼야 합니다. 화학비료 과다투입 농업은 농토의 황폐화를 가져올 뿐 지속가능성이 없어요.”

이 위원장은 “여기에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을 정책적으로 키워나간다면 우리 농촌도 유럽형 농촌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를 든 양란은 중국시장의 95퍼센트, 배는 대만시장의 83퍼센트, 백합은 일본시장의 89퍼센트, 인삼은 홍콩시장의 2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기후, 농업기술과 맞아떨어지는 경쟁력 있는 품목들을 늘려나가는 방법을 통해 우리 농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농업기술 개발을 통한 농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이 위원장은 막걸리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2년 전부터 막걸리를 즐겨 마셔요. 바빠서 운동을 못 하는데우리 농업기술로 개발한 화훼작물 등 경쟁력 있는 우리 농산물들은

농촌을 살리는 희망이다.도 체중 유지가 되는 것이 신기해요. 막걸리를 마시면 포만감 때문에 음식을 덜 먹고, 배가 부르니 2차를 안 갑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아침이 편해요.”

좋아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기나 보다.

“대중적인 막걸리와 더불어 청량감을 높인 고급 막걸리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소주나 맥주처럼 용기도 규격화해 막걸리 하면 딱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위원장은 “농업이란 한 가지 측면만 보아선 안 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해갔다.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농업이 분명 산업이긴 하지만 농촌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농민은 복지와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도시민의 마음속엔 늘 산과 들이 있지요. 소유하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이 바로 농촌입니다. 이러한 농촌이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속도감 있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 위원장이 2년간 이끌어온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시민단체가 동참한 국정감사 모니터단에서 2008년 우수 상임위, 2009년에 최우수 상임위로 뽑혔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해 10월 그를 우수 상임위원장으로 선정했다.

“무리 없이 합의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정쟁을 지양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 출입기자 시절 느꼈던 ‘짜증스러운’ 일을 없애려 노력했습니다. 회의를 시작할 때 미리 몇 시쯤 정회할지 예고해 ‘예측 가능한’ 회의 운영을 한 것이 아마 우리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은 물론 기자들까지 가장 좋아한 일일 겁니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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