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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실로 긴 여정이었다. 경기 평택시에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까지 91킬로미터의 거리는. 자동차로 두 시간도 채 안 걸릴 길을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 3월 15일 평택을 출발해 걸어서 이틀 만에 당도했다. 산업은행의 조속한 자금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쌍용차 회생을 위한 노사 공동 도보 릴레이’였다.

이 여정에는 노조원과 팀장급 이상 관리직 등 1백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산업은행의 조속한 자금 지원을 촉구하고, 쌍용자동차의 변화된 모습과 회생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호소 글귀를 가슴에 두르고 도보 릴레이를 벌이는 쌍용자동차 노사의 모습 어디에서도 지난해 ‘옥쇄파업’을 부르짖으며 77일간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와 이를 막던 사측의 극한적 대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경영진이 지난해 2월 2천6백46명의 인력감축 방안을 발표하자 지난해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 3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노사분규로 입은 손실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1백33개국 중 19위로 2008년(13위)보다 6단계나 낮췄다.
 

우리나라의 국가 순위를 떨어뜨린 결정적 요인은 노동 부문의 비효율성이었다. 노사 간 협력관계(1백31위), 고용 및 해고 관행(1백8위), 고용의 경직성(92위) 등 노동 분야 세부항목에서 최하위권이었다. 그동안의 한국 사회 노동운동은 수년째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

노동부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2009년 9월) 응답자의 65퍼센트가 우리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응답해 “협력적”이라고 응답한 비율(4.6퍼센트)보다 14배나 높았다. 노사관계 법질서 확립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8.8퍼센트가 필요성을 인정했고, 35.1퍼센트는 법질서 확립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 김병수 사무관은 “이러한 결과는 대다수 국민들이 합리적 교섭관행과 합법적 쟁의질서 확립이란 노사관계 법치주의 정책 기조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행스럽게 사정은 개선되고 있다. 올 1월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해 노사분규 현황에 따르면 근로손실 일수는 62만6천2백75일로 전년(80만9천1백68일)보다 22.6퍼센트 감소했다. 파업건수가 증가했는데도 근로손실 일수가 감소한 것은 소규모 분규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2의 쌍용자동차’가 될 것이란 우려를 낳았던 금호타이어 노사갈등도 지난 4월 14일 극적으로 해결돼 정리해고 없는 워크아웃에 합의했다.

지난해 우리 노동계에선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무임금 등 3가지 쟁점을 놓고 노사(勞使), 노정(勞政), 노노(勞勞) 간 첨예한 갈등과 분열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게 ‘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가 적용되고 2012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됨으로써 노동운동과 산업현장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하다.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단체교섭 및 쟁의 행위에 따른 손실, 노조 전임자 급여 및 유급 노조활동 시간 등에 따른 노사관계 직접비용이 연간 2조8천5백44억여 원에 달한다.

노동부는 지난 2월 9일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한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 활성화’를 주제로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 자문위원 워크숍을 열었다. 협의체 자문위원들은 16개 시도와 노동부로부터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 멘터로 선정된 전문가들로서,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자치단체, 노(勞)와 사(使)등 협의체 참여주체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고질병인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 중인 사업이 바로 ‘지역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다.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구축, 나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중심의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의 활발한 참여와 협력 속에서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제도의 연착륙도 가능해질 것이다.

송봉근 노동행정연수원장은 “‘노사안정’이란 지금까지의 소극적 노사관계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적극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기업문화에 맞는 ‘한국적’ 노사혁신 사례를 모델화하여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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