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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공기업 노사문화 이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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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공익성 추구와 수익성 확보를 함께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기업의 노사관계는 얼핏 사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회적 공공성, 정부와의 관계 등 공공 부문의 특수성으로 인해 사기업 노사관계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공기업은 정부 정책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하고 사기업과 달리 기관장의 잦은 교체로 장기적인 경영계획이나 비전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 따라서 공기업 발전을 위해서는 노사문화의 상생과 화합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렇듯 노사가 함께 가는 공기업의 ‘모범사례’들을 소개한다.
 

 

서울메트로가 철도 공기업의 대표적인 노사화합 모델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파업철’ ‘지옥철’이라는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서울메트로가 노사화합을 상징하는 사업장으로 바뀐 것은 과거 노사관계의 교훈을 통해 파업의 악순환은 노사 모두의 패배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관련 파업 후 서울메트로는 노사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후 노사관계 원칙을 정립하고 투쟁 위주의 운영기조를 탈피했다. 특히 2007년 취임한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은 “노사화합이 21세기 공기업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노사가 하나로 뭉치기 위해 ‘나눔경영’을 도입했다. 직원 모두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기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는 취지였다. 2008년 봉사 마일리지 제도, 매칭 그랜트 제도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노사합동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홀몸노인을 위한 연탄배달, 시설 수용 어린이들을 위한 자장면 배달, 저소득층 청소년 무료 음악교육 제공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주변 이웃을 돌보면서 노사 갈등의 골은 점차 믿음과 사랑으로 채워졌다.

이러한 노사협력 파트너십을 통해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7월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고, 11월에는 ‘2009 노사문화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12월에는 13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200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과 4분기 노사협의를 전격 타결했다. 5년 연속 무분규 노사합의 타결이자 서울시 6개 투자 공공기관 중 가장 빠른 협상 타결이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한때 놀랄 만한 노조 문화의 기틀을 세운 바 있다. 2006년 국내 최초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를 통합했고 비정규직 2백87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 바탕에는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애쓰는 노조와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있다. 이후 2008년을 기점으로 노사 워크숍, 특별노사협의회 운영, 1+8 런치온 미팅, 사내 전자결재시스템 내 ‘CEO 게시판’ 운영 등 꾸준히 대화 채널을 열어 노사 간에 심도 있는 만남을 지속해왔다.

이렇게 노사 공동의 방향성을 정립한 자산관리공사는 노조가 단순히 직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 당사자임을 명확히 인식해 우호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고통분담형 노사화합을 이뤄낸 경영 선진화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2년 전 농어촌공사는 심각한 기로에 놓였다. 경영 선진화의 첫 단추인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결단이 필요했기 때문. 사측은 총정원의 15퍼센트에 달하는 8백44명의 인력과 부서조직 20퍼센트 감축을 추진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홍문표 사장은 급여의 50퍼센트를, 다른 임직원도 일부를 자진 반납, 총 86억원을 퇴직자 위로금으로 전달했다.

노사 간에 신뢰가 형성되면서 경영 선진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주요 부서장의 83퍼센트를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에 이어 6월 공기업 최초로 노조의 인사 및 경영권 불개입 선언을 단체협상으로 체결했다. 또한 승진 심사 때 외부인을 참여시키는 개방형 승진심사제도, 성과개선 대상자 관리제도 등 능력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인사혁신제도도 단행됐다.

인사제도 쇄신은 노동생산성 증대로 이어졌다. 2009년 결산 기준 7백87억원의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예산도 50퍼센트나 증액했다. 제33회 국가생산성대회 대통령상 수상, 기획재정부 주관 고객만족 최우수 기관 3년 연속 선정 등 외부평가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근로복지공단은 공기업 중에서도 선진적인 노사 공동체문화를 확립한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산재보험 및 영세·취약근로계층의 생활안정 지원 등을 돕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은 근로 복지 개선에 앞장서며 노사관계 선진화에 힘쓰고 있다.

2년 연속 노동부 주최 노사 파트너십 재정지원 사업 대상자였던 근로복지공단이 노사상생·협력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데는 사측의 의지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 사내 자격인증제를 도입해 분야별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특히 ‘일하기 좋은 일터’를 구현하기 위해 가정과 직장 양립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공공기관 최초로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며,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활용해 업무 능률을 높였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삼아 퇴근시간을 오후 6시 30분으로 못 박기도 했다.

이렇듯 체계적이고 선진화된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4월 28일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산재의료원과 통합된 것.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조직의 통합이라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이제껏 노사가 화합해왔던 대로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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