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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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H학원은 웅변학원으로 시작해 입시전문학원으로 성장했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주변 아파트단지에 퍼지면서 학원생이 2백50명에 달할 만큼 규모도 커졌지만, 노조 설립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노사 간 대화 부족이 문제였다.
학원장은 가족같이 생각했던 강사들이 노조를 설립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고, 반면 노조는 학원장이 노조를 우습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단체교섭 일정이 학원생들의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자 학원장은 단체교섭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으나 노조는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했다. 학원장은 교섭에 불참하고 무자격 강사이던 두 명의 조합원에 대해 해고 예고를 통보했고,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해고 예고를 하게 된 이유를 노조 측에 말해주기만 해도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었으나 노사는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
노사 공방이 계속되자 학원생의 수는 계속 줄어들었고 결국 학원 측은 폐업을 결정했다. 폐업 후 학원장은 노조의 고발로 세무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겪었다. 강사들은 직장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노사관계에서도 대화만큼 중요한 게 없다. 학원장은 강사들이 학원 사정을 다 알고 있으려니 하고 말하지 않았고, 강사들은 학원은 성장하는데 근로조건은 달라지는 게 없다는 불만을 가졌던 게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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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듯이 근로자도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노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상시근로자 32명과 25대의 택시를 보유한 강원도의 D운수는 1일 사납금 10만2천원을 모두 채워야 월 55만3천원의 정액급여를 지급했고, 상여금을 월급으로 쪼개주면서 근무일수가 부족하면 삭감했다. 이틀에 한 번 쉬는 휴무에도 회사에 나와 세차를 해야 하는 등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노조는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가감누진 성과급형 월급제로 임금체계를 개선하자고 주장했으나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무 형태도 노조는 1일 2교대로 바꾸자고 했으나 사측은 인력난과 재정 감소를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노조는 파업과 농성에 돌입했고, 사측은 직장폐쇄 신고를 하고 노조원 15명에 대한 차량 운행을 금지했다. 노사는 계속 협상을 시도했지만 타협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회사의 폐업으로 막을 내렸다. 회사 내부 사정보다는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라 교섭에 임한 노조와 자신만의 이윤 추구로 근로자의 권익을 외면했던 사업주가 빚어낸 불협화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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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에서는 정보의 공유가 중요하다. 정보 공유는 노사 신뢰 형성의 요건이기 때문이다. 대구 소재 G공사는 정보 공유가 안 돼 노사의 불신이 파국으로 치달은 사례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컴퓨터 모니터 및 에어컨 부품을 A전자에 납품하고 자동차 부품을 미국 등지에 수출하는 우량기업이었으나, 노조와 신뢰를 쌓지 못해 무너졌다.
경제위기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노사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와중에 회사가 제2공장을 설립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근로자들은 노조가 있는 현재의 공장을 폐쇄하고 제2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회사는 제2공장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회사의 말을 믿지 않고 연장근무 거부 등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때마침 회사가 노조사무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노조를 감시한 사실이 드러났고, 사장이 노조원에게 멱살을 잡혔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고 사장이 잠적하자 A전자는 거래단절 의사를 표명했고, 사장이 잠적한 지 3일 만에 회사는 7억9천만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자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사장에겐 더 이상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노조는 회사의 고의부도, 노조탄압, 공금횡령 등을 내세우며 투쟁에 들어갔고 사장이 자수하고 구속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승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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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J출판인쇄 D공장은 월 매출액이 1억원이었으나 월 지출이 1억4천만원에 달해 매월 적자 운영을 하고 있었다. 경영난을 고민하던 회사는 노조에 인력 구조조정을 통보했고, 그동안 원칙 없는 구조조정을 겪었던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회사가 거짓말을 한다고 여겼다.
회사는 노조원 13명이 정리해고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자 그들을 해고하고 직장폐쇄 신고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회사가 위장폐업을 했다며 노숙투쟁을 벌였다. 1백50여 일의 노숙투쟁은 노사가 고용승계 보장과 퇴직자에 대한 특별위로금 지급에 합의함으로써 끝났지만 노사 모두 손실이 컸다.
D공장의 폐쇄는 노사가 회사의 장래 등을 충분히 협의하지 않아 자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경영 현실을 감안한 인력 구조조정보다 설비 증설을 주장했고 회사는 노조를 협상이 안 되는 상대로 여겼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언제든지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 서로를 동반자가 아니라 견제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정리·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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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