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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경제사업 부문 - 경제사업 활성화로 유통 경쟁력 키운다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유통업체는 하루가 다르게 대형화되고 있는데, 영세 고령농이 대부분인 농업 생산현장은 소비지에서 원하는 농산물을 공급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전국 2백45만 농업인을 조합원으로 둔 농협의 역할이 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에서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종남(가명·56) 씨는 농협에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고 매일 아침 주문받은 농작물을 수확해놓으면 도매상인들이 찾아와 수거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씨는 “농협에서 유통을 책임져주면 농민이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조건으로 팔 수 있을 텐데…” 하고 말끝을 흐렸다.

농민들의 불만에는 이유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회원조합에 대한 교육·지원기능을 수행하면서 인력의 75퍼센트 이상을 신용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도매, 물류 등의 농산물 가격과 물량 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한 협동조합 본연의 업무인 판매, 유통은 소홀히 하고 신용사업 수익금으로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부수적 기능에 치중하고 있다. 최근 농산물 도매기능을 강화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회원조합을 통해 출하된 생산물을 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 농협 계통 판매망을 통해 분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일선 조합 또한 농산물 수매, 정책자금 배분 등 정책사업 대행에 익숙하고 조합단위 분산 출하로 출혈경쟁 및 투자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농협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2백34개 중 매출액 1백억원 이상은 19퍼센트인 45개소에 그쳐 읍면 단위조합 구조상 판매사업 수행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농민들이 농협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K-멜론(K-Melon) 사례를 보면 농협에도 희망이 있다. K-멜론은 전국 연합 멜론 브랜드다. 대한민국(Korea)의 대표 멜론, 멜론의 왕(King)이라는 의미를 담아 올해 6월 출범했다. K-멜론에는 전국 1천2백78개 멜론 재배농가가 23개 지역 농협과 12개 시군연합사업단, 24개 공동계산조직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만 통합한 것이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의 멜론 산지를 연계해 산지별 파종 시기와 수확 물량을 조절하고 재배방법을 통일해 연중 균일한 멜론을 생산하는 동시에 거래처 선정과 가격협상을 책임진다.

지역조합에서는 재배 농가에 대한 기술지도, 품질관리, 물량 수집 등을 담당한다. 지금까지는 산지 간에 출하시기가 겹쳐 가격변동이 심했고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이런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매뉴얼에 따른 재배를 의무화했고, 전문판정단에 의해 멜론이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하고, 품질관리 기준을 통과한 멜론만을 시장에 유통시키기로 농가 스스로 합의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K-멜론은 일반 멜론보다 30~60퍼센트 높은 가격에 팔리면서 올해 10월 중순까지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멜론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농협개혁 방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과 공동으로 농가에게 유리한 판매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판매 중심 농협’을 실현하기 위한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산지조직-판매회사-소비지로 연결되는 수직계열화 유통체계를 구축해 농협이 농산물 50퍼센트 이상의 출하권을 가지고 실질적인 거래 교섭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부가 구상 중인 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산물을 직접 팔아주는 판매조직으로 개편된다. 먼저 품목별로 도매·물류기능을 수행할 중앙단위 판매조직이 만들어진다. 사업 수행방식도 중앙회가 직접 농가 조직화와 산지 유통조직 육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청과 부문은 2020년까지 도매 유통 점유에서 55퍼센트(7조9천억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등 3개 지역의 거점 도매물류센터와 전국 통합경매를 통해 물량 결집 및 가격 교섭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농산물 분산 기능을 전담해 도매시장 기능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축산은 2020년까지 한우 도축량의 55퍼센트, 돼지의 경우 40퍼센트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육방법을 통일하고 도축·가공·물류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안심한우’ ‘안심포크’ ‘안심계란’ 등 축산물 종류별 판매조직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쌀 판매조직은 202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쌀 유통의 45퍼센트(3조2천억원)를 점유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산지 농산물 계약출하 체계를 구축한다. 지역조합과 중앙회가 공동으로 광역단위 공동사업법인과 계약출하, 수탁판매 중심의 회원제 공동계산조직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들 조직은 중앙회 판매법인과의 출하 계약 등을 통해 안정적 판로를 보장받고 품질관리, 선별, 가공 등의 역할을 함으로써 수익을 내게 된다.

정부는 농협, 농업인단체, 학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좀 더 구체적인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자회사화 계획, 회원조합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경제사업 투자계획 등도 포함된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이시혜 서기관은 “농협 경제사업이 활성화되면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판매는 농협이 전담함으로써 농업인은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게 돼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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