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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3D 영화를 과학적 개념으로 풀어보면 스테레오스코픽 시각화(Stereoscopic Vision) 기술을 사용해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방식이다. 인간은 양쪽 망막에 약간씩 다르게 맺히는 영상을 통해 입체를 인식한다는 원리를 이용해 양쪽 눈에 각기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 3D 영화의 과학적 기반이다.

직접 실험을 해볼 수도 있다. 눈앞에 볼펜을 든 채로 오른쪽과 왼쪽 눈을 깜박여보자. 배경에서 볼펜이 차지하는 위치가 달라질 것이다. 두 눈이 받아들이는 영상은 가까운 물체일수록 달라진다.

깜짝 놀랄 사람들도 있겠지만, 입체영사 방식에 관한 최초의 특허는 1890년대에 영국인 윌리엄 프리즈 그린(William Friese-Greene)이 등록했으며, 최초의 대중 상영은 1915년 6월 10일 뉴욕에 있는 에스터 극장에서 이뤄졌다. 3D 영화는 1950년대에 갑자기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미국 내에서만도 70편 이상 제작됐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제작된 3D 영화의 수와 맞먹는 규모다.

3D 영화는 과거 2대가 필요했던 영사기가 2005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영사기 1대로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됐다. 시작은 2005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 입체상영도 재개봉에 한정됐고, 3D 상영관의 규모도 매우 작았지만 반응은 괜찮았다. 2007년에 개봉한 <베오울프>는 기존의 영화상영 방식과 입체상영 방식 사이의 상업적 성과에 대한 비교가 가능한 첫 번째 사례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D 상영관의 평균수입이 일반 상영관의 3배에 이름으로써 3D 영화의 상업성에 대한 인식전환의 기회가 된 것이다.

2009년에도 3D 영화의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2009년 상반기에 개봉된 드림웍스의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경우 미국 내 4천1백4관 7천3백 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됐는데, 3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3D 스크린에서 전체 수입의 55퍼센트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2007년 <베오울프>의 기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어 개봉한 <블러디 발렌타인>에서 그 비율이 80퍼센트까지 뛰어오르자 할리우드 극장사업자들에게 3D 상영시스템 설치는 이제 유행을 넘어 필수적인 설비투자 요소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아바타>를 기다렸다. 이후의 이야기는 이 글이 아니라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3D 영화를 제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도 3D 영화로 제작을 기획하던 영화들이 다양한 이유로 기존의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 최초의 3D 영화가 될 줄 알았던 <제7광구>는 개봉 후 3D 전환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랑프리> 또한 3D 영화 제작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들 영화의 기획을 돌려놓는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제작 환경의 미비를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고 돈이 얼마가 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제작 환경을 무릅쓰고, 국내에서 최근까지 3D 영화로 제작되고 있거나 기획하고 있는 작품은 김훈 원작의 <현의 노래>와 곽경택 감독의 <아름다운 우리>(가제) 등이며, 봉만대 감독의 <덫>과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 파더>도 3D 상영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몇 편의 영화 가운데 어떤 영화가 한국 최초의 3D 영화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는 엄청난 시행착오와 고난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 이후에도 한국에서 3D 영화를 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3D 영화는 초기 단계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문법’과 기술의 도입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그간 한국 영화의 예술과 기술을 담당하던 각자가 정보기술(IT) 산업과 접목된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해 확산시키는 풍토가 미약했던 탓에 영화계 일반에 지식이 확산되고 공유하는 데는 일정 기간의 체질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한국 영화계에 필요한 체질개선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인력 양성 및 지식 재생산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현장의 영화제작 인력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나누면서 검증해나가는 방법이 적당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이 습득된 지식의 확산과 보급, 검증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서 기능하기를 기대해본다.

둘째, 타 산업 분야와의 협업적 기술개발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간 공적 지원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기술개발이 이뤄졌지만 영화 현장에서의 활용과 개선이 협소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기술개발 요구가 창작자에게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을 위한 기술개발은 다른 산업처럼 성능 위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연출자의 창작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각 분야 전문가가 해결해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전문성을 나눠야 하는 것이다.

셋째, 시스템이 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가 기획 제작되고 상영되는 과정은 한국의 다이내믹한 제작 환경에서도 어림잡아 2년의 시간이 필요한 인고의 과정이다. 영화를 만드는 개인들의 경험이 쌓여 시스템이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한국의 3D 영화를 응원하고 있지만, 올바른 응원이 필요한 때다.


글·이재우(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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