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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영암 서킷 - 한국의 美 살린 ‘꿈의 경주장’




 

“1백 퍼센트 만족할 만큼 완벽한 경기장이다. 안전하면서도 관중석과 트랙 사이 간격을 좁혀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될 것이다.”

10월 12일 찰리 화이팅 위원장을 비롯한 국제자동차연맹(FIA) 검수단이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F1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하 영암 서킷)을 최종 검수한 후 쏟아낸 극찬이다.

검수단이 이날 영암 서킷에 내린 판정은 ‘그레이드 A’. 정교한 트랙 노면의 평탄성은 물론 국제적 기준의 안전시설이 확보돼야 받을 수 있는 등급으로, 레이싱 트랙의 FIA 인증 등급 A~E 중 최고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68번째로 F1 대회를 치를 조건을 갖춘 서킷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영암 서킷의 레이스 관련 시설은 검수 전 완공됐다. 10월 22~24일로 예정된 F1 대회 이전까지 남은 공정은 가설 관중석, 경주장 진입로 조경과 주차장 단장 등 소소한 마무리 부분이다. 2007년 착공해 3년 가까운 공사 끝에 당당하게 국제 규격의 서킷으로 공인된 영암 서킷에는 어떤 특장점이 있을까.

먼저 경주장 트랙 길이부터 세계 정상급이다. 영암 서킷의 전체 트랙 길이(5.615킬로미터)는 올해 F1 대회를 개최했거나 개최하는 세계 19개국 서킷 가운데 벨기에 스파-프랑코샹(7킬로미터), 바레인 인터내셔널(6.299킬로미터), 일본 스즈카(5.8킬로미터), 이탈리아 몬자(5.7킬로미터) 서킷에 이어 5위다. 각국 서킷의 평균 길이(4.89킬로미터)도 크게 웃돈다.
 

영암 서킷은 긴 트랙을 활용해 고속과 저속 트랙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최첨단 ‘하이브리드 서킷’이다. 즉 F1 대회 때는 총길이 5.615킬로미터를 모두 활용한 F1 전용 트랙, 중소 규모 카 레이싱 경기 때는 그중 3.045킬로미터만 사용하는 상설 트랙 등 2개 코스로 활용할 수 있다.

레이싱에서 머신의 속도와 성능을 시험하는 데도 영암 서킷은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다. 18개 코너가 있는 영암 서킷의 직선구간 중 가장 긴 구간은 1.2킬로미터. 그리드(출발선)를 통과해 첫 번째 코너를 지나 쭉 뻗은 구간이다. F1 대회를 유치한 아시아지역 서킷 가운데 정상급 직선주로다.







 

머신은 이 코스를 최고시속 3백20킬로미터(시뮬레이션 기준)로 순식간에 주파한다. 최신 자동차 엔진의 성능과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꿈의 레이싱 구간이다.

영암 서킷은 보기 드물게 반시계 방향 주행로를 갖췄다. 반시계 방향은 드라이버와 관람객의 긴장감을 극한까지 몰고 가게 한다. 대부분의 F1 서킷은 시계 방향으로 돌도록 설계돼 있다. 레이싱 트랙이 등장하기 시작한 1백여 년 전부터의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 몇몇 경주장은 관행을 깨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예외를 만들었다. 2010년 기준으로 F1 대회를 유치한 전체 19개 서킷 가운데 터키, 브라질, 싱가포르, 아부다비 등 단 4곳만이 반시계 방향으로 주행한다. 역방향 코스는 드라이버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을 안게 해 긴장감이 한층 높아져 새로운 도전이 된다.

경주장 건축물들은 건축 미학에서도 돋보인다. 영암 서킷은 F1 서킷 설계의 일인자로 불리는 독일 헤르만 틸케(52)의 작품이다. 1990년대 이후 새로 건립된 모든 F1 서킷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다. 틸케는 영암 서킷을 설계할 때 한국의 미를 더했다. 서킷 내 대표적 건축물인 메인 그랜드스탠드의 지붕은 한옥의 처마 선을 닮았다.
 

또 우리나라 전통 통신수단이던 봉수대 모양의 상징물 8개를 배치해 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틸케는 “한국의 F1 서킷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살려달라는 개최지 지방정부(전남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동서양 문명이 조화를 이룬 독창적 구조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또 영암 서킷은 한 번에 12만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에 일반 트랙과 F1 트랙에 별도로 세운 피트(Pit·서킷 안 정비소)와 패독(Paddock·트랙 안쪽 구역)의 수용 공간도 일반 F1 서킷의 2배가 넘는다.

F1 대회라는 ‘꿈의 레이싱’이 작은 마을 영암을 ‘꿈의 도시’로 만드는 청사진도 장밋빛이다. 영암 서킷의 꿈은 모나코, 인디애나폴리스 등 세계 명문 서킷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바다와 호수(영암호)를 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이미 영암 서킷은 독보적이다.

향후 영암 서킷에서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마리나 구간을 둘러싸고 방사형의 신도시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몬테카를로처럼 경주차들이 시내 구간을 통과해 경주를 하게 된다. 시내에는 자동차박물관, 모터쇼장, 스포츠 쇼핑몰 등이 들어서 3백65일 열려 있는 자동차문화의 명소가 될 전망이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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