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참군인’ 고 한주호 준위(53·특전22차)의 수의는 검정색 해군 정복이었다. 비가 서글프게 내리던 4월 1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1층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고인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평소 절친했던 지인 등 3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준위의 부인과 딸은 오열과 실신을 반복했고, 아들 한상기(25·육군1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 중위는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가족들을 감싸안아 진정시켰다. 고인이 지켜온 이 나라, 대한민국의 태극기로 나무 관을 감싸는 것으로 입관을 마쳤다.
백령도 서남방 해역에 침몰한 1천2백 톤급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탐색구조작전을 수행하던 중 순직한 ‘해군특수전여단(UDT/SEAL)의 전설’ 한주호 준위를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전군으로 이어졌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이후 수천 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특히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선 전후방 국군 장병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소속도 계급도 다르지만 참군인의 표상인 한 준위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듯, 힘이 들어간 두 눈으로 고인의 영정을 마주했다.
육군 55사단 산성부대 전투지원중대 주영구(21) 이병은 “자기희생이 따를 줄 알면서도 남을 구하는 임무에 최선을 다한 한 준위님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군인의 입장에서 자랑스럽고 그분의 뜻을 계승하는 것이 저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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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4진 파병을 앞둔 해군특수전여단 임경택 하사는 “업무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귀감이 되신 선배님을 떠나보내 모든 후배가 애통해한다”고 말했다. 7기동전단 조용재 주임원사는 “옆에서 지켜본 한 준위는 최고의 군인으로, 한시도 부모님을 잊지 않는 효자”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3월 31일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고인의 아들 한상기 중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힘내자”고 위로했다. 해군의 한 준위 추모는 진해기지사령부 실내체육관과 부산기지전대 실내체육관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전 부대로 이어졌다.
한민구 육군참모총장도 3월 31일 밤 한 준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 총장은 고인의 아들 한 중위를 만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를 구하다 희생되신 아버지의 참군인정신은 육군 장병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잘 이겨내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민구 총장의 조문에 이어 육군은 수도권 및 재경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성급 지휘관과 간부들로 구성된 1천5백여 명 규모의 조문단을 편성해 조문했다. 또 육군 홈페이지에도 육군 장병의 마음을 담은 추도 글과 함께 ‘사이버 분향소’를 설치해 해군 장병,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했다.
이계훈 공군참모총장도 4월 1일 저녁 한 준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위국헌신의 표상인 한 준위의 뜻을 받들어 조국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아들 한 중위가 입관식에 참석한 동안 장례식장을 찾은 육군1사단장 신현돈 소장은 “전역 후 2학기부터 교단에 설 예정인 한 중위는 훌륭한 아버지의 군인정신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 바란다”며 지휘관으로서의 당부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해군 역대 참모총장들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5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이성호 예비역 중장은 “한 준위는 군인본분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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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등산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은 김무정(72·분당) 씨는 “친구들과 가까운 산으로 산책을 나섰다가 (등산복 차림이)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고인을 뵙고 인사를 올리기 위해 찾아왔다”며 아들뻘인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한 준위에 대한 추모 물결은 사이버공간에서도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개설된 ‘천안함 구조대원의 순직을 추모합니다’에는 4월 2일까지 5천3백여 명의 네티즌이 참여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특히 한 준위와 30여 년 동안 전우애를 나누며 동고동락했던 동료, 후배들의 추모 댓글이 이어졌다.
‘럼텀터거’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아직도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제가 알고 있던 그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계셨으면 좋겠다”고 썼다.‘난다애인’은 “해군해난구조대(SSU)를 제대한 사람으로서 제 인생에 무한한 자랑이다. 사투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SSU·UDT 특수요원들이 자랑스럽다”면서 “투철한 군인정신, 살신성인을 보여주신 한주호 준위님 부디 영면하시라”며 명복을 빌었다.
군인 가족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혁이사랑’은 “남편이 UDT일 때 교관이셨는데 정말 멋지고 책임감 강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아버지가 해군 예비역이라는 ‘펭귄’은 “꼭 울 아빠 같아서 맘이 너무 아프다. 한 준위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당신은 멋진 군인이며 멋진 아버지”라고 애도했다.
시민들도 사이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자탄풍’은 “당신은 진정한 우리의 영웅이다. 참군인이다. 당신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kk6470’은 “너무나 안타깝고 헌신적인 한 준위님의 군 생활 너무나 존경스럽다”면서 “사회생활하면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피해가려고만 하는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천상여인’은 “님과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면서 “사명이 무엇인지 책임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심에 많은 대한의 새싹들이 보고 배울 것”이라고 적었다.
회원 수가 5천6백명이 넘는 해군특수전여단 카페에 올라온 추모 글에도 선배를 잃은 슬픔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카페 메인 창에는 ‘고 한주호 선배님을 기리며…’라는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직하고 멋진 UDT로 평생을 국가와 민족에 헌신하신 그 충의(忠義), 후배들이 영원토록 지키고 발전시켜나가겠다.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신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글로 고인을 위로했다.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은 4월 3일 오전 10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해군장(葬)으로 엄수됐으며,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글·송현숙, 김용호, 김가영(국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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