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3색 머플러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물결이 추위를 물리쳤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은 쌀쌀한 날씨에도 6만여명의 참석자가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하는 가운데 엄숙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진행됐다. 특히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모든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빨강, 파랑, 하얀색 머플러가 추운 날씨로 떨고 있는 하객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됐다.
취임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머플러는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3가지 색을 곁들여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안은 참석자들에게 추위를 이기는 동시에 행사장의 분위기를 돋울 도구로 쓰이기를 바란 대통령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다”면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제안으로 머플러 제공 ‘일석이조’
취임식에 참석한 인원은 약 6만여명, 인터넷 신청자 2만5000명과 행정부처에서 추천한 3만명, 재외동포 5000여명이 참석했다. 국민대표로는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와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 ‘대불산업단지 전봇대’ 최초 제보자인 유인숙 씨, 서해교전 참전 장병과 유가족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각국의 국가 수반 등 외빈은 110여명에 달했다.
현직 국가수반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등 4명이다. 이 밖에 중국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빅토르 알렉셰예비치 주브코프 러시아 총리,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T자형’으로 설계된 연단은 국민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연단 높이도 과거보다 1미터 가량 낮췄다. 특히 이번 취임식에서 장관 내정자들은 연단에 올라서지 않고 잔디밭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반 하객들과 마찬가지로 빨강 머플러를 둘러메고 줄곧 연단 아래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취임식에 앞서 열린 식전행사는 ‘시화연풍’이란 주제에 맞춰 생기발랄하게 진행됐다. 시화연풍이란 대통령의 신년 휘호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행사 시작과 함께 최소리 씨와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북소리 퍼포먼스에 이어 소리꾼 장사익 씨와 국악연합합창단 등의 풍년가 합창, 사물놀이와 ‘비보이’ 공연이 연속으로 펼쳐졌다. 동시에 가수 김장훈의 ‘우리 기쁜 날’이 이어졌다, 마지막엔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이 작곡한 ‘시화연풍 아리랑’이 연주되면서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날 오전 10시 45분 행정자치부 의전관의 “공식 행사를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제17대 대통령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10시 53분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국회 앞 행사장에 모습을 보여 정확히 11시 정각에 연단에 들어섰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외빈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자리에 착석했다.

‘시화연풍’ 주제로 식전행사 열기 고조
잠시 후 국가원수를 상징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되는 가운데, 행사장은 서울시향과 합창단이 부르는 아리랑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힘이 넘치고 역동적인 멜로디로 편곡한 시화연풍 아리랑은 시종일관 취임식장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예포 발사 후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취임사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밝은 표정으로 단상에서 조금 내려와 취임사 낭독을 준비했다. 이 또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임사를 읽기 전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를 때는 하객들을 향해 “취임사에 앞서 지난 5년간 수고해주신 노대통령께 박수를 한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했다. 애초 26분 정도로 예정된 취임사는 37분 정도 계속됐다. 하객들이 수십여 차례 박수를 보내며 이 대통령의 환호해 예정보다 길어진 것이다. 특히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는 말 뒤에 큰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통일·복지·환경 등 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비전도 제시했다.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이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남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신화라고도 한다”며 “기적은 계속될 것이고 신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취임사 말미에 그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도 인용했다. 이 대통령은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을 두루 거쳐 대기업회장,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장을 지냈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며 “이처럼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힘주어 말한 “희망을 만들어 나갑시다”라는 말에 하객들 모두가 기립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취임사가 끝나고 정명훈 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 연주가 이어졌다. 대통령을 연호하는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엄함이 더해졌다. 연주 이후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임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한 후, 내·외빈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서서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연단에서 중앙 통로를 거쳐 대통령 차량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 무려 20분이나 걸렸다. 보도에 늘어선 관중들이 서로 환호하며 인사를 하느라 꽤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대통령은 리무진에 오른 뒤 순복음교회 근처 마포대교 앞까지 오픈카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날 취임식은 “검소하고 소탈하게”라는 취지에 맞잡게 화려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정석이 아닌 선착순 입장에도 모든 하객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등 말 그대로 국민참여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하객들이 흔드는 빨강 파랑 하얀 머플러가 돋보이는 화합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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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