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9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특유의 뚝심과 성실성으로 승승장구한 인물. 삼성전자 사장, 삼성문화재단 대표, 삼성사회봉사단장 등을 지내며 기업의 사회공헌문화 확산에 앞장선 기업인. 이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은 한용외(63)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다. 인클로버재단은 한 이사장이 사재 10억원을 기부해 만든 다문화지원재단이다.
지난 7월 그는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에 임명돼 삼성문화재단에서 쌓은 풍부한 문화예술 경험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무보수에 비상근직이니 자원봉사나 다름없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노동으로 하는 자원봉사보다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더 훌륭하고 멋진 자원봉사”란다. 사회복지 활동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도 집필 중이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강철 같은 체력과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나눔 활동을 즐긴다. 4년 전 시작한 취미를 살려 다문화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다. 몇 시간 동안 서른 가족의 사진을 찍다 보면 저녁식사도 거르고 부인이 싸준 삶은 감자로 허기를 때우기도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티셔츠가 흠뻑 젖도록 땀 흘려 일하는 즐거움과 함께 생애 첫 가족사진을 들고 흐뭇해하는 다문화가족들의 표정에서 가슴 벅찬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는 나눔 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습니까.
4년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PHOTO & CULTURE’ 프로그램에 참가해 배운 사진이 취미가 되어 많이 찍으러 다녔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제가 설립한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문화가족과 좀 더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제 취미와 다문화가족들이 좋아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셈이죠.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1백 가족의 사진을 찍고 액자도 만들어줬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일반적으로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다문화가족들이 모여 있는 현장으로 가서 인물 화장, 촬영, 포토샵, 인화, 액자작업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합니다. 한번은 경기 양평군으로 촬영하러 갔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완전히 끝내려고 새벽 3시 30분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찹니다. 또 결혼 16년 만에 처음 가족사진을 찍었다는 가족, 이혼한 부부가 함께했던 날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은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재를 털어 인클로버재단을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삼성에서 35년간 근무하며 삼성과 사회의 도움으로 현재의 내가 있게 됐고, 삼성의 사회공헌사업을 11년 동안 전담하면서 사회공헌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현직에서 물러난 시점에서 작은 힘이나마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봉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회복지에는 많은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다문화가족 문제는 미래 사회의 화두이며 지금부터라도 준비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문화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2019년이 되면 농촌의 19세 이하 주민 중 다문화 청소년 수가 49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로 보아 우리나라는 머잖아 다문화사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다문화사회가 되면 피부색이 다른 인종과의 공존, 여러 민족의 다양한 문화 혼재, 다원화되고 국제화된 교육의 필요성, 가치관 차이에 의한 갈등 심화 등 사회 각 부문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족들이 우리의 건강한 국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나아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국민 모두의 창의력을 향상시켜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과 편견으로 다문화가정을 소외시킨다면 그들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반목과 갈등으로 엄청난 사회비용을 우리들 스스로가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나 기업들이 현재 운영 중인 다문화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예산을 편성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다만 그 프로그램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동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그들의 고유한 문화, 언어, 풍습 같은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의 저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따르면 이민 온 사람들은 자녀가 교육, 경력, 직업상 동등한 대우를 받기를 기대하면서도 자기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민 온 사람들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위해서 베트남, 몽골, 중국 등 다문화 국가별로 전통문화 행사와 공연을 유치하고, 국가별 주요 도서를 정기적으로 수입해 그들 나라의 현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문화 국가와 관련된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등 그들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정책들도 수립돼야 합니다.
사회공헌과 나눔 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되려면 어떤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까요.
지식인, 공직자, 특히 다문화 자녀들을 가장 많이 접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문화가정만을 위한 사회적응 지원정책은 물론이거니와 일반인과 함께 어울리면서 쌍방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글·김지영 기자
인클로버재단 www.inclov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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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